1.
원래 4시 기차를 타고 나고야를 떠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바꿔서 14시 47분 기차를 탔다.
오늘의 기차 여행은
나고야~도요바시~하마마쓰~후지~후지노미야
경로로 총 3시간 50분이다.

거의 4시간인데 오늘은 기차 안에서 할 것을 준비했기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탔다. 가장 관건은 저 하마마쓰~후지 구간이다. 자그마치 1시간 53분을 견뎌야 한다. 아무생각 없이 앉아만 있으면 엉덩이가 아플 정도의 시간이다. 그러니까 저 구간에서 할 일을 바꾸면 집중력도 잃지 않고 지루함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사진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포스팅할 글을 썼다. 그것을 다 하자 마침 하마마쓰~후지 구간이 되었다. 이 때부터 오늘 구매한 <ちびまる子ちゃん>을 읽었다. 초등학교 3, 4학년 용인데 꽤나 어려웠다.....ㅠㅠ

2.
후지 역에 도착할 때 쯤이 되자, 몇몇 승객들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창문으로 갔다. 기차 창 밖으로 후지산이 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기 때문에 문에 서 있어서 창 밖이 보였다. 이 고장에 사는 것 같은 승객들은 다른 여행객들이 지르는 감탄사에 처음에는 놀라서 뭔가 궁금해하다가 창 밖으로 보이는 후지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뭐야~ 겨우? 후훗' 이런 표정으로 다시 하던 일을 했다. 아무리 일본의 혼이고 정신이라지만 내 집 옆에 있으면 동네 산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내일 내가 직접 오르게 될 산이다. 뭔가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3.
오후 7시 쯤 '게스트 하우스 토키와(guest house tokiwa)'에 도착했다. 6시 반 쯤에 게스트 하우스 호스트에게 언제쯤 도착하냐고 물어보는 국제 문자가 와있었다. 그것만 봐도 친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게스트 하우스인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도착해보니 역시나였다. 호스트는 내가 일본어를 조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모든 설명을 천천히, 또박또박 해줬다. 건물은 낡았지만 사용하기에 불편한 것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000엔만 내면 다음 날 새벽 5시 30분에 후지산 고고메까지 호스트가 직접 차로 데려다준다는 것!!! 6시 반에 버스터미널에서 2000엔이 넘는 요금을 내고 첫차를 타고 갈 계획이었던 나로서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게스트 하우스에서 묶는 사람 총 5명이 내일 함께 후지노미야 고고메에 간다고 했다.

4.
어느 산이든 그렇듯이 산 위에서는 음식 조달이 어려운 만큼 먹을 것을 비싸게 판다. 후지산 위에서도 조촐한 카레 하나에 1000엔이 넘는다. 그래서 호스트가 알려준대로 편의점에 가서 내일 산 위에서 먹을 아침 겸 점심을 샀다. 지쳤을 때 먹을 초코렛 과자를 하나 살끼하다가 참았다. 그것 보다는 커피 푸딩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밥 먹고 나면 커피를 마셔야 하는 습관의 무서움....
오늘 저녁도 샀다. 아침부터 토스트에 점심에 미소카츠에 디저트로 피요링까지 잘 먹은 날이어서 저녁은 맥주로! 어떤 맥주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기간한정'이라는 말에 끌려 가을 한정 아사히 맥주를 샀다.

오는 길에 맥주를 마시고 씻고 나니 9시 반인데 게스트 하우스의 손님들은 잘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나 역시 새벽 5시 반 까지 집합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
알람은 7시에 맞춰놨는데 집이 아니기도 하고,  여성 도미토리에서 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6시 30분에 깨버렸다. 아침 시간에 미화원이 청소하는 것이나 사람들이 출근 하는 것을 보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 단순한 풍경인데도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들이 일상 속에 있는 모습을 보면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렇게 출근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나고야 성쪽으로 걸었다. 그러다 중간에 발견한 코메다 커피. 나고야 지역에서 유명한 카페다.

특히나 7시부터 10시 반까지 제공하는 (11시까지 하는 가게도 있다) 모닝구 세트가 유명하다. 커피를 시키면 연유를 바른 토스트와 사이드 메뉴를 서비스로 준다. 사이드 메뉴는 달걀, 감자 샐러드, 삶은 단팥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나고야는 '나고야 모닝구'라고 해서 아침에 커피와 토스트를 먹는 식습관이 보편적이다. 그래서 카페에서도 모닝구 세트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 이중 삶은 단팥을 토스트에 발라서 먹는 것이 나고야 전통이라고 한다.

먼저 따뜻한 물수건과 물을 주고 조금 기다리면 메뉴가 나온다. 내가 주문한 블렌드 커피 (ブレンドコーヒー,400円)와 서비스 모닝구 세트(삶은 팥, おぐらあん)다.
토스트 빵이 프렌치 토스트 마냥 두꺼웠다. 거의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두께의 빵이 연유가 발라져서 촉촉했다. 거기에 단팥을 발라 먹는 것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커피도 맛있어서 정말 행복한 식사가 되었다. 옆 테이블과의 거리가 멀고 쇼파가 높아서 개인적인 일을 하기에도 좋았다. 그래서 나 말고도 혼자 와서 책을 보거나 신문을 읽으면서 아침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계산을 할 때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쿠지(くじ, 복권? 추첨권?)를 뽑으래서 하나 뽑았다.

스크래치를 해서 봤더니 '코메다 오지상'이 나왔다. 아까 컵에도 그려져 있더니 이 아저씨가 코메다 커피의 마스코트인가 보다. '코메다 오지상'이 나온 쿠지 7장을 모으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준다. 드래곤볼인가... 7장 을 모으게... 이런 이벤트를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남은 6장을 모으지 못하고 오늘 나고야를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2.

8시 40분 쯤 코메다 커피를 나와서 나고야성으로 걸어 갔다. 나고야 성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6시 30분 (전시는 16시까지 입장 가능)까지 들어 갈 수 있다. 나고야 성 입장 시간도 딱 맞았고, 아침 식사도 만족스러워서 기분이 좋았다. 날씨마저 최고였다.


입장료 500엔을 내고 들어가서 혼마루와 천수각을 관람했다. 사실 교양이 부족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문화 유적지도 마찬가지라서 올지 말지 꽤나 고민했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일본역사를 전혀 모르지만 얼마전 오구리 슌과 시바사키 코우의 드라마 <노부나가 콘체르토>를 본 것이 다행이었다. 픽션이기 때문에 왜곡된 부분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 드라마를 떠올릴 수 있어서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3.
들어갈 때는 정문으로 갔지만, 나올 때는 동문을 이용했다. 걷는 게 좋은 이유는 새로운 주변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인데, 걸었던 길을 또 걷는 것은 별 재미가 없다. 물론 숙소로 가는 길은 예외다.
동문으로 나오면 나고야 시청과 아이치 현청이 있다. 웅장한 건물을 바라보며 쭉 내려와서 나고야 TV타워까지 봤다. 그리고 번화가인 사카에 거리를 걷다가 BOOK OFF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오늘도 4시간 기차여행을 하려면 꼭 책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일본어를 배우면서 가장 어려운게 한자라서 활자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구매한 책이 마루코짱.....! 흐흐
초등학교 3, 4학년부터 읽는 책이라고 써져있다.
이걸로 한자 읽기를 시작하겠어!
마루코 도와줘...ㅠㅠ


4.
그렇게 걷고 걷다보니 도착한 미소카츠 야바톤 (みそかつ 矢場とん) 본점.

아침을 잘 먹기도 했고, 무더운 날씨에 걷기만 해서 식욕이 없긴 했지만 달리 할 것도 없고 점심시간이 되었길래 들어갔다. 딱 점심시간인 12시 쯤이어서 줄이 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일 낮이라 그런지 바로 자리로 안내 받을 수 있었다. 주방이 바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하고, 주방장들이 고기를 튀기고 조리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고 있으려니까 곧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미소카츠동에 캬베츠(양배추) 추가(세금 포함1296円).
결론적으로는 정말 맛있었다. 일반적인 된장보다 더 발효시켜서 붉은 빛이 나는 것이 특징이라는 나고야식 된장을 사용한 소스와 씹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연한 돼지고기가 잘 어우러졌다. 특히 첫 맛에 진한 된장의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좋았다. 일본식 미소보다는 좀 더 진해서 한국식 된장이나 쌈장의 느낌도 아주 조금이지만 있었다. 그만큼 구수했다. 인터넷이 되는 곳에 가면 꼭 일본식 된장과 한국식 된장의 제조 과정의 차이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소카츠의 맛과는 관계없지만 양배추를 추가한 것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일본 음식을 먹으면 늘 '달고 짜다(味が濃い)'는 느낌과 먹고 나서 입술이 쪼그라드는 현상때문에 돈부리 종류나 쯔유를 사용하는 음식이 꺼려졌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양배추를 주문해서 드레싱을 뿌리지 않고 먹었더니 간이 딱 맞았다. '양배추'하면 굴 튀김에 양배추와 타르타르 소스를 즐겨먹는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었던 것이 생각나서 그런 해산물 튀김을 주로 연상했었는데, 양념된 돈까스에 먹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

이렇게 혼자 음식을 먹고 장황하게 음식 리뷰를 쓰다보니 <고독한 미식가> 같다.

5.
잘 먹었으니 다시 구경을 하러 '오스 시장'에 갔다.

오스 시장은 정말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 있었다. 나고야의 명물인 '스가키야 라멘'이나 '에비후라이(새우튀김) 샌드'뿐만 아니라 휴대폰, 악세사리,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브랜드 제품도 있었지만 디자이너 숍이나 컨셉 숍들도 있어서 신기했다. 휴대폰을 광고하고 있는 마츠코 상도 봤닼ㅋㅋㅋㅋ

특히 'Alice on Wednesday'라는 이 가게가 인상 깊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컨셉에 맞춰서 가게로 들어가는 문이 굉장히 작다. 저 문으로 들어가면 엄청나게 소녀스러운 악세사리, 팬시, 과자가 있다. 안에는 대부분 여자 손님들이고 다들 상품을 보며 "카와이~"를 연발한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도 "호시이~"를 외치다 계산대로 들고 간다. 부러워라....ㅠㅠ 나도 갖고 싶었다...ㅠㅠㅠ

6.
다시 숙소에 가서 맡겼던 짐을 찾고 나고야 역으로 왔다. 4시 기차를 탈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나고야 구경을 마쳐서(일찍 일어난 덕이지만...) 2시 47분 기차를 타기로 했다.
기차 시간 전에 일본에 오기 전부터 먹고 싶었던 나고야 역에 있는 카페 잔츠아누의 피요링(ぴよりん)을 먹으러 갔다.

나고야 역의 정 가운데에 있는 카페 잔츠아누. 겉에서 보기에는 작아보이지만 안에 앉을 수 있는 좌석도 있어서 기차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그래서 캐리어를 들고 오는 사람들은 번호표를 주며 보관 서비스를 해준다. 귀여운 피요링들...!옆에 다른 케이크도 있었지만 나의 목적은 오로지 이 피요링이었다. 시즌 별로 이벤트를 해서 색깔이 다르거나 모자를 쓴 피요링을 판매할 때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오로지 이 오리지날 피요링밖에 없었다. 나고야 역의 정 가운데에 있는 카페 잔츠아누. 겉에서 보기에는 작아보이지만 안에 앉을 수 있는 좌석도 있어서 기차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그래서 캐리어를 들고 오는 사람들은 번호표를 주며 보관 서비스를 해준다. 귀여운 피요링들...!옆에 다른 케이크도 있었지만 나의 목적은 오로지 이 피요링이었다. 시즌 별로 이벤트를 해서 색깔이 다르거나 모자를 쓴 피요링을 판매할 때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오로지 이 오리지날 피요링밖에 없었다.

보슬보슬 노란 털 피부에 조금 더 진한 노랑의 날개와 벼슬, 그리고 눈과 부리의 조화가 너무 귀엽다. '어느 부분부터 먹어야 할까'하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결론은 오른 날개부터 먹기로 했다. 피요링과는 상관 없는 얘기지만 닭이든 오리이든 조류는 날개 부분이 부드러워서 좋다. 피요링은 단순 모양만 귀여운 것이 아니다. 그 속도 굉장히 알찬 구성이다. 단면을 보면 바닐라 푸딩이 통째로 들어가 있고, 그 밖을 느끼하지 않은 담백한 크림과 카스테라가 감싸고 있다. 그리고 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초코렛까지 해서 맛 자체가 좋다. 특히 안의 내장? 역할을 담당하는 통째로 들어간 바닐라 푸딩이 맛있어서 320円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다. 너무 좋아 피요링ㅠㅠㅠㅠ




1.
드디어 여행의 첫 날이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결항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도 결항은 아니었다. 하지만 14시 이륙할 비행기가 악천후로 인해 늦게 출발하여 15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했다. 게다가 나는 장기 체류 목적으로 일본에 입국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국 심사도 오래걸리는 바람에 애초에 계획했던 일정보다 늦어졌다.

17시에 오사카로 가는 기차를 타지 못하면 나고야에 10시가 넘어서 도착하기 때문에 불안해졌다. 사실 9시 40분에 도착하나 10시에 도착하나 큰 차이는 없지만, 뭔가 10시가 넘은 시간에 나고야 역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찾기 위해 헤맬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었다.

입국 심사를 통과하자마자 열심히 달려가서 JR간사이 공항 역의 티켓 판매처(미도리노마도구치)에서 청춘 18 티켓(青春18きっぷ) 을 구매했다. 감격할 새도 없이 바로 개찰구로 뛰어갔다. 청춘 18 티켓은 자동 개찰구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아 역무원에게 보여주고 당일 날짜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 이 때가 기차 시간이 2분 정도 남았을 때여서 어떻게 도장을 받았는지도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든 개찰구까지 무사히 통과하고 제 시간에 기차에 탔다. 정말 아슬아슬했다.

기차에 타서 도장 찍힌 티켓을 다시 보니 뿌듯해졌다. 이제 긴 여정의 시작이다. 청춘 18티켓은 JR 보통열차와 쾌속선만 이용할 수 있다. 간사이 공항에서 나고야까지 두 번 환승을 해야한다.

간사이 공항~오사카~마이바라~나고야

총 4시간 10분의 기차 여행을 시작했다.


2.

오사카에서 마이바라로 가고 있다. '여행 일지를 써야겠다'고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하고있으려니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막막하다. 지금까지 한 것이라고는 기차를 어렵게 갈아탄 것과 환승시간을 이용해 세븐일레븐의 치킨까스 샌드위치와 딸기 요구르트(403엔)로 저녁을 먹은 것이 전부다.

치킨까스 샌드위치는 돈카츠 샌드위치보다 뻑뻑하지 않아서 맛있었고, 딸기 요구르트는 알맹이가 작아서 신기했다.

이런 리뷰가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도 나의 여행 일기에는 보기만 해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잘 찍은 사진은 커녕, 이 고장 하면 모두가 먹고 가는 유명 맛집의 음식 사진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혼자 여행을 하면 아무래도 구차해진다.
아무리 일기라는 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고 해도, 누구나 볼 수 있는 블로그에 올리는 거라 조금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어쩌면 아무도 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써봐야지.

3.
내가 묵은 곳은 '와사비 게스트 하우스 (Guest house wasabi nagoya)'라는 게스트 하우스다. 교토와 도쿄에도 체인이 있어서 3일 뒤 도쿄 여행 때에도 이곳에 묵을 예정이다.

오후 9시 40분에 나고야 역에 도착할 예정이기 때문에 되도록 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정했다. 구글 맵으로 미리 찾았을 때 역에서 5분 밖에 걸리지 않아서 안심했었다. 하지만 막상 기차에서 내리고 나니 나고야 역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훠어어어얼씬 컸다. 믿고 있던 인포메이션 센터도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

무작정 사람들이 많이 나가는 사쿠라 도오리 쪽으로 나갔지만 전혀 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주변에 서있는 학생에게 길을 물어봤다. 휴대폰으로 구글 맵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가냐고 물어봤더니 반대편 (向こう)으로 나왔다고 하더라... 절망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자신이 그 쪽 출구까지 같이 가준다고 했다. 정말 감사했다. 가는 중간에 그 학생이 뭐라고 뭐라고 물어봤는데 정신 없는 상황에서 들어서 "오치즈오모라이마스까?" 라고 알아 들었다.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지도를 받았냐고 물어보는 것으로 이해해서 "いいえ"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잠깐 주춤하더니 다시 친절한 얼굴로 그럼 이쪽으로 쭉 가면 되니까 자기는 가 보겠다고 하더니 떠났다. 나는 당황해서 그 자리에 멈췄다. 응? 아까 같이 가준다고 한 거 아니 었나? 왜 중간에 그냥 가지?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お地図を一度もっと見てもらえますか?" 라는 말을 한 거 였다.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구글 맵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없겠냐고 물어본 거였다. 아.... 그런데 거기다 대고 나는 "아니요"라고 했으니 지도 안 보여준다고 거절한 것이 되었다. 그러니까 그 학생이 순간 그렇게 주춤했던 거였다.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까 너무 미안해졌다. 덕분에 가는 길도 찾았는데 그 학생에게는 친절을 베풀었는데 되려 기분 나쁜 일을 당하게 한 것이 되어버려서 정말 미안했다. 앞으로는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듣고 이해하고 대답해야겠다.

나는 구제 불능이다.

언제쯤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다.

모두가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니야'라고 말 할 걸 알면서 일을 벌이는 것은,

내가 변태라서 그렇거나 아니면 아직도 반항심 가득한 사춘기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항공권을 또 변경했다.

9월 7일 출국 비행기에서 8월 31일 출국하는 비행기로 바꿨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아서 변경 수수료 1만 5천원 밖에 지불하지 않았지만,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변덕이 문제다.

내 멋대로 변경하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하자 "또?!"라며 다들 혀를 찼다.


변명 같지만, 어떤 일이든지 이유는 있는 법이다.

비자를 받은 이상 나는 언제든 출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자유의 몸이 되었다.

대사관에서 비자를 찾은 순간부터 '어...?'하는 야릇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는 '이제는 언제든 떠날 수 있네?'라는 짖궂은 생각이 번뜩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생각을 했을 때부터 항공권 변경의 사건(?)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21일 일요일에 있을 JPT 시험 준비를 하며 하릴 없는 토요일을 보냈다.

일본어 능력을 시험한다기 보다는 시간이 많아서 '시험이라도 볼까~'하는 기분으로 신청한 것이었기 때문에 별 부담이 없었다.


그렇게 토요일을 보내다보니...


짐을 싸는 건 금방이고, 휴대폰 장기 정지 신청도 하루면 된다.

8월 28일에 토익 시험(이것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많으니 시험이나 볼까라는 생각으로 신청했다)을 보고 나면,

나에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9월 7일에 학교에서 PICK UP을 나온다는 것도 공공기관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으니까, 혼자 기숙사에 찾아만 가면 된다.

학교에서 보내 준 자료에는 친절하게도 '혼자 기숙사까지 찾아오는 법'을 설명해줬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혼자 일본 지하철을 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자본도 준비 되어 있다.

원래 여행을 할 생각으로 모은 돈이었으니까. 

교환학생이 끝나고 하든, 시작하기 전에 하든 언제든 쓰려고 모아둔 돈이었다.


이렇게 정해진 방향으로 계속 생각을 하다보니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다.


항공권을 바꿔서 떠나자!

 

그래서 바로 바꿨다. 그 때부터 교환학생 짐도 쌀 겸 신나게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

즐거워서 좋긴 하다.

9월 7일만 기다리면서 침잠해 있던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준비하면서'가 아닌 '기다리면서' 뭔가를 참고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때를 기다리는 것을 못하는 것은 나의 단점이다.


역시 알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으니까 단점인 거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바꾼 거 후회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어!!!

 

역시 한가하고 느긋한 것 보다 바쁘고 신나는 게 좋다.





의욕이 끓어넘쳐서 월요일에 바로 휴대폰 장기 정지 신청을 했다.

일주일 정도는 로밍해서 갈 계획이다.




그리고 우체국에 가서 일본으로 국제 배송을 보낼 때 무게 당 얼마가 드는 지도 찍어 왔다.

가장 큰 6호 박스는 2,200원이고

30kg을 보내게 되면 97,600원이 든다.

20kg정도 보낼 것을 예상하고는 있는데 짐을 챙겨봐야 알 것 같다.




















아 행복해...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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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마트에 갔다.
다음 학기에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갈 예정이라 학교 앞 자취방을 정리하고 이번 여름부터 가족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동거하고 있지만, 식사 시간이나 활동 시간이 다르고 취향도 제각각이라 같이 밥을 먹는 일은 드물다.

나는 혼자 카레나 메밀소바, 샌드위치를 주로 만들어 먹는다. 그런데 그저께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카레 루를 먹어 버렸다. 때마침 어머니가 장을 보러 마트에 가신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오랜만의 둘이 함께 하는 산책이라 어색하면서도 즐거웠다.

카레를 골라 바구니에 담고 냉장코너를 둘러보다가 낫또를 발견했다. 오랜만에 낫또가 먹고 싶어졌다. 예전에 자주 먹던 풀무원 낫또도 있었지만, 처음보는 브랜드의 제품이 출시되었다. 그래서 '오리지널 낫또'와 '요구르트맛 낫또'를 하나씩 샀다.

오늘은 우선 오리지널 낫또를 이용한 요리.
보통은 낫또에 잘게 썬 김치, 깨, 김가루, 그리고 참기름 약간을 넣어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뭔가 다르게 먹고 싶어서 찾아봤더니 메밀소바에도 낫또를 넣어 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적당히 거친 식감을 갖도록 5분 삶은 메밀면에 내 입맛에 맞도록 짜지 않게 희석한 쯔유 장국. 거기에 무를 갈아 올리고, 젓가락으로 스무 댓 번 휙휙 저은 낫또를 얹는다. 쪽파를 대신해서 대파의 초록부분을 썰어 올리고, 마지막으로 계란 노른자를 넣어 준다. 이렇게 낫또소바(納豆蕎麦) 완성!
내 예상보다 훨씬 맛있고 가벼웠다.

에비동이 먹고 싶었지만
햇빛이 두려워 일식집에 갈 수 없어서
스스로 만든 에비동!

평소 일식집에서 먹는 에비동이 짜고 달다고 생각해왔던 터라 소스를 만들 때 쯔유와 물, 미림의 비율에 신경썼다. 확실히 내 입맛에 맞게 간이 적당해서 좋았다.

새우를 튀기기 전에 만든 마늘 튀김도 성공적인 맛이었다.

새우 튀김이나 굴 튀김은 역시 빵가루 튀김옷이 맛있다^_^


어제 학교로부터 재류자격증명서(COE)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비자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일본 입국 비자는 만드는 데 하루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급할 것은 없지만 빨리 비자를 만들어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 바로 학교로 향했다.
간사이 대학교에서 보낸 서류 파일에는 재류자격증명서뿐만 아니라 기숙사와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자료들도 있었다.
집에 가서 찬찬히 읽으면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 서류들을 눈으로만 대충 읽는데 뭔가 두근두근 설렜다.

재류자격증명서 원본과 사본,
주민등록증 양면 사본,
여권,
여권사진

이렇게 비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서류들을 챙겨서 경복궁 앞에 있는 주한일본대사관으로 갔다.
여러 대사관이 있는 트윈트리 빌딩은 높고 컸다. 덕분에 찾기 쉬웠다.
간단한 검문을 받으니 학생 유학비자는 필요한 서류를 챙겨서 3번 한국인 신청 창구로 가면 된다고 안내 해주셨다.
쩔쩔매며 사증신청서를 작성해서 3번 창구로 가져갔다. 서류를 검토하고 어딘가에 도장을 꽝꽝 찍고 여권에 스테이플러로 COE를 찍으니 끝났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얻은 결과물이 이것이다.
푸르른 여권 인수증.
별것 아닌데 괜히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기숙사와 오리엔테이션에 관한 서류도 곧 일상이 될 것들을 담은 물건일 뿐인데 설레게 만들고, 아무것도 아닌 여권 인수증에 소중하다는 감정이 든다. 하나하나가 처음 이고 새로운 것이어서 그런 것 같다. 이 물건들이 앞으로 일본에서의 새로운 삶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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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면옥'의 평양냉면
저녁 여덟 시 쯤 가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을밀대에 비하면 고기 육수 맛이 진했고
우래옥에 비해서는 조금 약했다.

하지만 고추가루와 파를 뿌린 것이 특이한 맛을 내서 좋았다.

맛있었다~~
 


가장 좋아하게 된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일본에 가면 꼭 원작 만화를 구매해서 소장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단순한 요리 영화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먹을 것이 어떻게 문화가 되고, 삶에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는 지 생각하게 된다.

생존 영화면서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에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중쇄를 찍자! 이후에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다.

오늘 아침 11화까지 완주 했다!ㅎㅎ

후지 TV의 공식 트레일러 영상이다.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OST가 드라마 끝마다 나와서 인상적이었다.



<노부나가 콘체르토(信長協奏曲)>는 이시이 아유미의 만화가 원작으로,

만화는 제 57회 쇼가쿠칸 만화상 소년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연출은 라이어게임, 실연 쇼콜라티에 등을 만든 마츠야마 히로아키 감독이다.


오구리 슌이 사부로/오다노부나가 역 주연을 맡고,

시바사키 코우가 그의 부인 키쵸우,

무카이 오사무가 이케다 츠네오키를 맡았다.


시바사키 코우를 좋아해서 보기 시작한 드라마라서 다른 배우들은 별 기대 안했다.

오구리 슌은 한국에서도 유명하지만, <리치맨 푸어우먼>이 나는 별로 재미없고 인상 깊지도 않아서 그냥 그랬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꽤나 재미있다.

시바사키 코우는 사부로를 격려하며 사랑하는 이상적인 부인의 역할인데,

최근에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영화를 보고 바로 이 드라마를 본 것이라 약간의 거리가 느껴졌다ㅋㅋㅋ


일본 역사를 잘 모르지만,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인기 있다고 들었다.

오다 노부나가 - 도요토미 히데요시 -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들이 일본의 3대 영웅이라고 하는데,

전국 시대에 대해 알고 보면 더 재미있으려나?


여튼 11화는 일본 드라마 중에서는 긴 편에 속하는데,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두근두근 기대됐다.


뒤의 이야기가 극장판으로 개봉했다고 하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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