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담가 놓은 아지타마고(반숙계란☆)에 간이 잘 들었다. 이 달걀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열심히 고민하다가 라면과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 불닭볶음면과 함께 먹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국물이 있는 라면과 함께 먹었어야 했는데... 괜히 아까운 반숙 계란만 먹어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국물이 있는 음식과 함께 먹었다.

메뉴는 연어 오차즈케에 반숙계란.

지난 주에 해서 얼려둔 현미밥에 연어 오차즈케, 그리고 맛있는 아지 타마고. 거기다 어제 새로 산 젓가락까지 앞에 두고 나니 식사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입맛이 한국적이라 밥을 먹을 때는 국물이 필요하다. 집에 있을 때 처럼 찌개나 국은 바랄 수 없지만, 빵을 먹을 때는 스프, 밥을 먹을 때는 인스턴트 된장국이라도 곁들인다. 라면도 국물이 없는 볶음면이나 비빔면은 조금 부족하다. 그래서 일본 음식 중에서 오차즈케를 좋아한다. 먹기 간편하면서도 따뜻한 국물도 있어서 참 좋다.
오차즈케에 아지타마고도 의외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날이 추워질 수록 자주 먹게되겠지~
 
튜터인 후타바 상이랑 우메다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후타바 상은 교토에 살면서 간사이 대학 타카즈키 캠퍼스까지 통학을 하기 때문에 늘 우메다에서 환승을 하는데, 얼마 전 생긴 덴푸라 가게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나는 진보초에서 먹었던 덴푸라정식을 생각하며 며칠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한국의 '튀김'과 일본의 '덴푸라'는 전혀 다르다. 사용하는 재료도 가리비나 생선 같은 해산물 같은 고급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특히 그 자리에서 바로 튀기는 경우에는 따뜻하면서 튀김 옷이 얇아서 정말 맛있다. 

오늘 찾아간 곳은 天ぷらまきの(덴푸라마키노) !

가게의 외관은 이러하다. 한큐 우메다 중앙출구에서 찾아가면 바로 나오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저녁 6시에 갔는데 손님은 적당히 많았고, 연령대도 다양했다. 3좌석 정도가 남아 있었다.

새로 생긴 가게라서 일단 깔끔했다. 우리는 바로 안내 받았다.

내가 주문한 건 오스스메 정식.
주문하고 얼마 안 있어서 밥과 미소시루가 나오고, 좀 더 기다리면  야채 튀김부터 튀겨서 주방에서 바로 그릇으로 옮겨준다.

가장 먼저 나온 야채 튀김과 그 다음 차례대로 가지 (나스) 튀김, 단호박(카포차) 튀김. 난 가지를 채소 중 가장 좋아하는데 얼마 전 마트에서 샀던 가지 튀김에는 실망했었다. 눅눅하고 맛도 없고 질겼다. 그런데 여기의 가지 튀김은 제대로 된 가지였다!

야채를 다 먹고 나니 나온 해산물 튀김들. 원래는 오징어 튀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엄청 맛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아직도 이름을 모르는 납작한 생선 튀김! 난 해산물 튀김 중에는 이걸 제일 좋아한다. 비록 이름은 모르지만....


다 먹고 나서는 일본 식당답게 따뜻한 차가 나왔다. 기름진 걸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니 입이 깔끔해진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앞으로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덴푸라 정식'이라고 대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묻는다면 그 때 그 때 너무 달라서 대답 못 한다. 행복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느끼는 거라서 '평균적으로 언제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은 어색하다.

하지만 가장 평안한 시간이라면 주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아침에 조깅을 한 뒤 아침을 먹으며 책을 읽는 8시 즈음 "

이 때가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보낸 하루에 대한 미련이 남는 저녁보다 더 여유롭고 느긋한 시간이다. 앞으로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천하무적이 되어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 아침에는 조깅을 하다가 미나미센리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11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신작이 발표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800엔 (세금 불포)크리스마스 블렌드 오리가미 커피를 사고 테이블 매트를 받았다. 주로 책상에서 밥을 먹기 때문에 테이블 매트가 갖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다.

따뜻한 커피에 모닝빵과 버터, 그리고 《향신료의 역사》를 읽으며 보낸 아침.

<위플래쉬>라는 영화가 있다. 앤드류라는 드러머와 선생님의 이야기라는데 지나치게 이입할 것 같아서 나는 보지 않았다. 일 분짜리 예고편에도 열이 뻗혔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궁금해서 후기를 찾아보니 예술을 공부하다가 결국 프로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모자람을 자책하는 내용이 많았다.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내가 모자랐어. 나도 앤드류처럼 목숨을 걸고 해야 했는데.


감독의 인터뷰 중 이런 말이 있었다.

"앤드류는 슬픈, 껍질뿐인 사람이 될 것이고 삼십대에 약물 중독으로 죽을 것이다."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라는 말은 잔인하다.


그것은 네 책임이라는 뜻이다. 가능성은 있었는데 네가 모자라서 안 된 것이라고.


그것은 현대의 잔혹동화다.

성을 목표로 하던 사람들은 덤불에 갇히고, 성에 들어가 왕과 여왕이 된 사람에게,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나는 잔인한 말을 쉽게 내뱉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버거워 허덕이고 있는 사람에게 '너는 할 수 있어, 기운내'라고 건성으로 말했다.


소중한 사람인데, 귀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후회라는 벌을 받고 있다.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손을 잡고 토닥여주지는 못하더라도 잔혹하게 말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사회의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을 사람에게

'내가 보기에 너는 잘 하니까, 더 열심히 하면 될거야'라는 무책임한 말을 하며

왜 힘을 내지 않는 건지 답답해 했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말 해야 좋을까?

또 생각해도 모르겠다.


내가 다르게 말했다면 우리의 결과는 지금과 달랐을까.

관계의 구멍은 하나가 아니니까,

아마 내가 다른 말을 했더라도 다른 구멍에서 바람이 숭숭 새서

결국 우리는 끝이 났을 거다.



하지만 그래도 지난 말에는 후회가 남는다.

그렇게 말하지는 말았으면 좋았을 텐데.

 






영화 <귀를 기울이면>


일본어 원제는 耳をすませば(Whisper of the Heart) 이다.

보면서 공감해서 마음이 찡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열등감을 느끼는 것 등 많은 부분이 나와 닮았다고 느꼈다.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영화에 중요한 음악인 Country Road도 좋다.


-



나는 미디어 중독이라(아마 현대인이면 모두 그렇겠지만) 매일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무엇이든 꼭 봐야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선택의 기준은 그 때 그 때 나의 감정이나 기분이다. 

내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기분인지 말로 설명하라고 하면 어렵다. 

하지만 '오늘은 00가 보고 싶은 날이야' 라고 한다면 그 말이 그 날의 나를 표현해주는 것이다.


최근 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많이 봤다.

특히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를.


요즘의 나의 감성에 적합하다.


나는 일본에 와서 좋다.


한국에서 있을 때 느꼈던 압박감이나 불안함, 우울함이 전혀 없어졌다고 하면 물론 거짓말이다.

현실의 압박감이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나의 욕심으로 인한 부담감 등은 여전하다.

하지만 지금 나의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느낀다.


한국에 있을 때는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늦게 까지 깊은 대화를 나눌 때 '즐겁다' '지금 이 순간이 좋다' 이런 생각이나

무언가를 알고 내 자신이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드는 '뿌듯함' 등 순간적인 감정이 삶을 지속하게 하는 정적 감정이었다.

그러나 이런 순간적인 감정들은 정말 그 순간 뿐이라,

영화나 드라마와 다르게 끝이 없는 일상을 지속하는 것은 힘에 겨웠다.


요즈음의 나는 순간적인 정적 감정을 느낄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잔잔하지만 안정적으로 만족감과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는 새벽에 아르바이트 출근을 위해 미나미 센리 공원을 지나며 보는 호수의 풍경,

문을 열고 내려가면 볼 수 있는 같은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

예습 복습을 하는 것이 즐거운 심리학 강의들,

일주일에 두 번 빨래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는 일과,

가끔 소식을 전달해주는 우편물과 지인들의 메세지 등.


'열등감'과 '성취감'이 지배적이었던 나의 머릿속이 이런 소소한 것들로 인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으로는 나의 '분노' '예민함' 같은 것들이 사라질까봐 두렵기도 하다.

나는 분노와 불안함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흔들리고 부유하고 화를 내면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예민하게 구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부조리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나는 더 현명해지고 싶다.


더 현명하게 분노하고 싶고 예민하게 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어쨌든 여기에서 매일매일 나는 나 자신을 생각하고, 주위를 생각하고, 내가 속한 사회를 다른 사회와 비교한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시각이 넓어지고 있다.  


지금의 이 과정이 단순히 '인생을 즐겨! 인생은 행복한 거야!'라는 상태가 아니라

조금 더 성찰할 수 있는 내가 되어 가는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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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어랜지 (カップラーメン アレンジ)라는 것을 알게 됐다. 컵라면을 있는 그대로 먹는 게 아니라 변형해서 먹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도 편의점 음식들을 변형해서 먹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컵라면에 낫또를 올려 먹는다든지 치즈를 넣는다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컵라면을 먹는 거다.

내가 처음 도전한 컵라면 어랜지는 바로 귀여운 병아리가 그려진 치킨 라면 어랜지(チキンラーメン)!!!

그냥 라면으로도 파는 이 닛신(NISSIN)의 병아리 치킨 라면은 어느 마트에 가나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내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사왔다ㅎㅅㅎ

이 라면에 원래는 물 200ml를 넣으라고 나와있지만, 나는 우유와 물을 3:1의 비율으로 섞어서 넣었다.
그 결과는....

짜잔!
보기에는 조금 이상해보일지도 모르지만...
맛은 의외로 좋다. 물을 넣고 먹을 때보다 국물 맛이 깊어졌다. 원래 컵라면 먹을 때 국물까지 다 마시지는 않는데, 이건 다 먹었다.
다음은 어떤 어랜지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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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일 일기를 써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양도 질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생각이 나는 날에는 일기를 쓰고 있는데 내용이 실하지가 못하다. 그 날의 일을 기록하는 것도 아니고 반성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기를 쓰자'라고 했던 내 다짐을 지키기 위해 검은 색 펜으로 글자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일기 쓰기가 재미 없어졌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배우 사카이 마사토의 에세이를 읽고 나서다.

시사 일본어사 기사를 쓰기 위해 사카이 마사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그의 에세이를 몇 편 읽었다.

'에세이'라기 보다는 '일기'라고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길이도 짧고, 글을 쓰면서 본인의 감상을 정리한 글이라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촬영할 당시에 쓴 글이 인상깊었다.

'배우' 역할을 맡은 배우로서 '배우'라는 직업군에 대한 생각을 쓴 것인데, 본인의 생각이 가감없이 명료하게 드러나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배우'라는 직업을 '정말로 특징이 없는 직업'이라고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여기에 있다고 정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손으로 쓰든, 컴퓨터를 사용하든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는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했었다.

사카이 마사토가 말하는 것처럼 '무엇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써내려가보자.

되도록 진실되게.

그러다 보면 알맹이가 실한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올거다.



2.



요즘 내 생활의 최대 이벤트는 역시 콘비니 아르바이트다.

일본에서 생활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본어에 능숙한 것도 아니면서 용케도 일자리를 구했다.

주 3회, 3시간 씩 밖에 일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게 어렵다. 특히 의사소통이 잘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 큰 부담이다.

지난 주 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점장님의 배려로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

아침 시간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손님은 없다.


그렇게 조금 적응해가나 싶을 쯤에 사고를 쳤다.

이번 주 근무 요일이 월, 목, 금요일인데 잘못 듣고 목요일과 금요일만 근무하는 날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제인 월요일 아침에 제 시간에 일을 하러 가지 않았다.

6시부터 근무 시간인데, 그 때 나는 자고 있었다. 6시 1분 쯤에 점장님의 전화를 받고 일어나서 급하게 준비를 하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앞 근무자에게도 미안했고, 일본어에 서투른 나를 뽑아주고 친절하게 알려주신 점장님에게도 죄송했다.

도움은 못 될 망정 이리저리 폐만 끼친다.


일본어로 발표를 해야 하거나,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등등 유창하게 일본어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무능력함을 느낀다.

늘 똑부러지게 일을 처리한다는 소리를 듣던 나였는데, 여기에 와서는 모든게 서툴고 어색하다.




3.




일본 컵라면 추천!!!

이온몰에서 장을 보다가 새로운 컵라면이 보이길래 사왔다.

사실 컵라면은 칼로리가 부담되어서 잘 먹지 않게 된다.

아직도 야끼소바 컵라면을 한 번도 못 먹어봤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닛신에서 출시한 <컵 누들 라이트+>

토마토 크림 맛과 라따뚜이 맛이다.

하나에 198칼로리 밖에 안 한다.


보통 이렇게 다이어트를 위한 음식에는 맛은 별로 기대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일본에 와서 산 '칼로리 제로'라든가 '라이트'라든가 이런 다이어트 문구로 광고 하는 음식들의 맛은 모두 만족스러웠다.

버터도 그렇고 카레도, 그리고 이 닛신 컵누들도!!!


특히 라따뚜이는 국물 맛이 최고였다...!


다이어트 음식이 맛있는 일본 좋아요...ㅎㅅㅎ



1.

지난 주 수요일부터 개강이었지만, 목요일이 추분으로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사실상의 개강은 어제인 월요일부터였다.

7월, 8월 그리고 9월까지 자그마치 3달을 연속해서 수업이 없다가 등교해서 강의를 들으려니 어색하다.

마치 수능을 보고 정신 없이 놀다가 첫 대학교 강의실에 들어가는 기분 같다.


일본어 강의는 기숙사 친구들과 같이 듣는데에다가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다.

Contemporary Japan이라는 강의도 있는데 프레젠테이션 강의다.

일본어로 발표를 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시험이 없고 과제도 어려운 것은 없어보여서 좋다.


문제는 역시 전공인 심리학이다. 아직 사회심리학 밖에 듣지 않았지만, 유학생이 듣는 강의가 아니기 때문에 교수님의 말이 또박또박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다. 일본어로 된 사회심리학 전공 서적을 1620엔 주고 사고 나니, 예습과 복습을 안 하면 정말 못 따라 가겠구나라는 생각에 압박감이 느껴진다.


오늘은 인지 심리학 수업을 처음으로 듣는다. 조금 설레면서도 무섭다.



2.

급식을 먹던 학창 시절 이후로, 그러니까 스스로 식사를 챙겨야 하게 된 이후로 생활에서 가장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은 역시나 '밥'이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저녁은, 내일은, 칼로리는, 고기는 없는 식단으로, 누구랑... 등등 밥을 먹는 데에 수많은 선택들이 필요하다.

'선택 장애'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잠시 중단했었던 채식(나의 채식은 유제품, 달걀, 생선은 먹지만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이다)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선택 장애를 심하게 겪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어려운 건 역시나 어렵다.


식재료를 냉장고 안에 쌓아 두는 것이 부담스럽다.

내 변덕스러운 성격 상 오늘 산 것이 내일 먹고 싶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그 때 먹을 것은 그 때 사도록 한다.

그래서 밥, 빵, 야채, 달걀 할 것 없이 묶음으로 파는 것들은 사기가 꺼려진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레토르트 식품이 나오는 거다.

밥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레토르트 밥은 4개 묶음을 사서 보관해둔다.

식사에는 국물이 있어야 배가 부르기 때문에 레토르트 수프와 레토르트 미소 된장국도 구비해두었다.

가끔은 세 묶음 짜리 낫토도 구매한다.


물론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런 나의 식단에 메인은 카레다.

카레에 있어서 만큼은 마음이 너그러워 진다. 아직 많이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동안 먹은 카레들이다.



최근에 빠진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100칼로리 시리즈의 카레다.

광고 문구대로 맛이 있는데 100칼로리 밖에 안된다.

크림 카레는 너무 묽어서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하야시 카레는 맛있었다.



매운 게 먹고 싶어서 고른 카레인데, 하나도 맵지 않아서 실망했다.

일본에서 '맵다'고 광고 하는 것 중에 매운 음식이 없었다...



이게 내가 먹었던 것중 가장 맛있었던 카레!!

다이소에서 다른 물건들을 사다가 별 기대 안하고 산 카레인데 정말 맛있었다.

토마토 가지 카레인데, 도쿄의 와사비 게스트 하우스에서 먹었던 카레와 비슷한 맛이 났다.

다음에 또 사먹어야지~



가장 처음 사먹었던 카레이자, 가장 맛 없었던 카레다.

일부러 매운 맛을 고른 거였는데, 실망했다.

매운 맛도 없고 심지어 맛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카레를 안 먹은 지 3일 정도 되었다.

오늘은 카레를 먹어야겠다.





























이 필름 카메라로 찍은 첫 롤을 현상했다.

36장의 사진 중 노출 감도 조절 실패로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이 몇 장 없었는데, 그나마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별로 없었다.


유일하게 남은 게 이 두 장이다.

'친정에 와서까지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할머니 댁에서의 엄마의 모습을 보기 싫었는데,

사진에 담긴 엄마의 모습은 즐거워 보인다.


늘 내 멋대로의 방식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어서 죄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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