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부터 7일까지 오키나와를 여행했다.

'겨울에 왠 오키나와?' 하겠지만,

애초에 나는 해양 스포츠를 즐기지도 않을 뿐더러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가장 먼저 벚꽃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떠났던 오키나와 여행이 벌써 일주일 전의 이야기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따뜻한 추억으로 남은 이 여행의 이야기는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올릴 예정이다.

그 중에 오늘은 '오하코르테'라는 타르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하코르테'는 국제거리에도 있는 유명한 카페 겸 베이커리다.

특히 국제 거리에 있는 큰 카페에서는 모닝 브런치가 유명하다.


하지만 오하코르테는 사실 후르츠 타르트 전문점이다.

tarte!tarte!tarte!


내가 방문한 곳은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小禄店 인데, 망가쇼고에 들르기 위해 갔던 곳으로 관광지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하코르테 베이커리 카페도 굉장히 작았고, 빵 종류는 팔고 있지 않았다.









외관부터 조용한 카페의 분위기가 좋았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차분함과 단정함도 마음에 들었다.

카페의 분위기에 취해 나도 수줍게 타르트 하나를 골라서 주문했다.

과일들이 가득 올라간 타르트들도 있었지만,

점심을 막 먹은 배부른 상태라서 가장 기본적인 것 처럼 보이는

'쇼콜라 오렌지' 타르트를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서 조금 기다리면 이렇게 예쁘게 세팅된 타르트가 나온다.

접시와 포크, 나이프도 너무 귀엽고 물수건 마저 아기자기 하다.

이런 세세한 것에 감동하다가 타르트를 한 입 먹었는데,

와 정말 맛있다.


과하게 달지 않고 쓰지도 않다.

쇼콜라와 오렌지가 잘 어울리는 걸 너머 그냥 원래부터 이런 것 같다.

여태껏 먹어본 타르트 중에 가장 맛있었다.

폭신폭신 할 것 같아보이지만 의외로 딱딱해서 씹는 맛도 느낄 수 있다.

분위기도 한 몫하지만 일단 타르트 자체가 맛있다.

다른 타르트들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과유불급이다.


이 하나가 이렇게 맛있었으니 오히려 그 맛을 잊게 할까봐 꾹 참았다.


타르트 하나에 오바하는 것 같지만,

여행의 마지막이 이렇게 맛있는 타르트였어서

5일간의 오키나와 여행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고마운 타르트다.


로손에서는 요즘 코코이찌방야 (coco壱番屋)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코코이찌방야는 한국까지 진출한 대표적인 일본 카레 음식점인데, 한국에서는 9000원~10000원 대로 카레 치고는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일본카레의 대표적인 맛이니까 이 정도 가격은 감안하고 먹을 수 있었다. 특히 나는 '일본 카레'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곳의 카레를 좋아했다.
일본에 살게 되면 코코이찌방야를 자주 갈 줄 알았는데, 6개월 동안 한 번도 안 갔다...ㅎㅎ한국에 비해서는 저렴하고 바로 집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가격이면 먹을 수 있는 다른 처음 보는 음식들이 많아서 안 가게 되었다. 특히 일본에서 코코이찌방야는 한국처럼 외식을 하는 식당의 이미지보다는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직장인의 식사라는 이미지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같은 패스트 푸드인데 김밥 천국 같은 간편식의 느낌이다.
그런 코코 이찌방야가 요즘 로손과 콜라보를 해서 샌드위치, 오니기리, 오므라이스 등 편의점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내가 먹어 본 것은 로스 가츠 카레 샌드위치(ロースとん勝カレーサンド)와 오므카레 오니기리(オムカレーおにぎり) 두 가지다. 둘 다 진한 카레 맛이 만족스러웠는데, 그 중에서도 로스 가츠 카레 샌드위치는 정말 추천한다.

일단은 카츠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 두께는  내 엄지손가락 두 개 정도로 두껍고 고기가 질기지도 않았다. 고기가 이렇게 두꺼운데도 카레와 양배추의 양과 조화가 잘 되어서 먹으면서 계속 '우와~'를 연발했다. 먹어봤던 가츠 샌드 류 중에서는 최고였다.

언제까지 이 콜라보를 할지는 모르지만, 드디어 코코이찌방야를 먹었다!
아침에 수업을 듣고 볼 일이 있어서 우메다에 왔다. 혼자 우메다에 오는 일이 오랜만이어서 어젯밤부터 뭘 할까 고민하며 기대했다.
예쁜 카페에 가서 런치를 먹으며 인스타그램에 올릴까, 아니면 먹고 싶었던 카레를 먹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직도 못 먹어본 551 호라이의 만두를 먹을까 한참 고민했다. 나온 김에 쇼핑도 할까 하며 신났다.
원래는 오샤레~한 카페에서 보기에 예쁜 음식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오사카 제 1, 2, 3 빌딩을 지나면서 마음이 변했다.
오사카역에서에서 니시우메다를 거쳐 기타신치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오사카 역 앞 빌딩들은 루쿠아나 한큐 백화점, 그란드 프론트, 헵파이브 이런 훌륭한 쇼핑몰들과는 좀 다르다. 삭막하다고도 할 수 있고 심하게 말하면 조금 누추하다.
사실 나도 오늘 처음 들어와봤다.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고 비즈니스맨들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1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누가봐도 일하는 도중에 맛있고 저렴한 런치를 먹으러 온 사회인들 뿐이었다. 사람들에 놀라고 가격에 한 번 더 놀랐다. 쇼핑몰들에 입점한 음식점들이 기본적으로 1000엔을 넘는데 비해 이곳은 1000엔을 넘는 메뉴를 찾기가 더 어려웠다. 런치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과 분위기가 특징인 것 같다.  스탠딩 이자카야도 있었는데, 다음에는 꼭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들어간 곳은 가츠동과 오야꼬동 전문점이었다. 둘 다 소박한 음식이다. 메뉴도, 매장도 모두 소박한 일본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서민적인 이미지다.
가장 저렴한 소스 가츠동(470엔)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주문하는 걸 지켜봤다. 다들 들어오는 순간부터 메뉴는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 남성 직장인들이나 혼자 온 아저씨들이었고 아주 가끔 혼자 온 젊은 여자도 있었다. 오야꼬동을 많이 주문하는 것을 보고 나도 오야꼬동을 주문할 걸 하고 조금 후회했다.
내가 주문한 가츠동은 얼마 안 지나서 나왔다.
5000원도 안하는 가격이기에 맛은 별로 기대 안하고 분위기에 취해있었는데, 돈카츠를 입에 넣는 순간 놀랐다. 고기가 두꺼운 것은 아니지만 질기지 않고 적당히 맛있었고, 무엇보다 튀김 옷의 바삭함이 정말 좋았다.
분명 평범한 맛인데 굉장했다. 보통은 '평범한 돈카츠'를 기대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머릿속에 있는 '평범함'의 이미지는 그 대상의 대표적인 특징만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돈카츠'하면 평범하게 겉은 바삭한 튀김 옷과 속은 양념이 잘 밴 고기를 떠올리지만 그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것을 찾기는 사실상 어렵다. 오히려 규카츠 같은 것을 먹으며 "먹어본 적 없는 식감이야~!"라는 감동은 할 수 있지만, "딱 내가 먹고싶던 그 돈카츠 맛이야"라는 감동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의 돈카츠는 그 '평범함'을 충족시켰다.
이 돈카츠를 먹다보니 갑자기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학교 앞에 있는 일식집에서 카츠동를 먹고 있을 내가 상상되었다. 으, 생각만 해도 불쌍하다. 한국식 돈까스를 좋아하지만, 카츠동은 그게 아닌 것을 아니까 그 때가 되면 얼마나 이 맛을 그리워하게 될까.

그러니까 결론은 '일본 생활을 충분히 즐기자. ' 카츠동을 먹으며그렇게 다짐했다.

돈카츠의 '카츠'는 일본어의 '勝つ(이기다)'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시험을 보기 전 수험생들이 먹는다. 나도 이거 먹고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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