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부터 7일까지 오키나와를 여행했다.

'겨울에 왠 오키나와?' 하겠지만,

애초에 나는 해양 스포츠를 즐기지도 않을 뿐더러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가장 먼저 벚꽃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떠났던 오키나와 여행이 벌써 일주일 전의 이야기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따뜻한 추억으로 남은 이 여행의 이야기는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올릴 예정이다.

그 중에 오늘은 '오하코르테'라는 타르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하코르테'는 국제거리에도 있는 유명한 카페 겸 베이커리다.

특히 국제 거리에 있는 큰 카페에서는 모닝 브런치가 유명하다.


하지만 오하코르테는 사실 후르츠 타르트 전문점이다.

tarte!tarte!tarte!


내가 방문한 곳은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小禄店 인데, 망가쇼고에 들르기 위해 갔던 곳으로 관광지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하코르테 베이커리 카페도 굉장히 작았고, 빵 종류는 팔고 있지 않았다.









외관부터 조용한 카페의 분위기가 좋았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차분함과 단정함도 마음에 들었다.

카페의 분위기에 취해 나도 수줍게 타르트 하나를 골라서 주문했다.

과일들이 가득 올라간 타르트들도 있었지만,

점심을 막 먹은 배부른 상태라서 가장 기본적인 것 처럼 보이는

'쇼콜라 오렌지' 타르트를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서 조금 기다리면 이렇게 예쁘게 세팅된 타르트가 나온다.

접시와 포크, 나이프도 너무 귀엽고 물수건 마저 아기자기 하다.

이런 세세한 것에 감동하다가 타르트를 한 입 먹었는데,

와 정말 맛있다.


과하게 달지 않고 쓰지도 않다.

쇼콜라와 오렌지가 잘 어울리는 걸 너머 그냥 원래부터 이런 것 같다.

여태껏 먹어본 타르트 중에 가장 맛있었다.

폭신폭신 할 것 같아보이지만 의외로 딱딱해서 씹는 맛도 느낄 수 있다.

분위기도 한 몫하지만 일단 타르트 자체가 맛있다.

다른 타르트들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과유불급이다.


이 하나가 이렇게 맛있었으니 오히려 그 맛을 잊게 할까봐 꾹 참았다.


타르트 하나에 오바하는 것 같지만,

여행의 마지막이 이렇게 맛있는 타르트였어서

5일간의 오키나와 여행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고마운 타르트다.


로손에서는 요즘 코코이찌방야 (coco壱番屋)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코코이찌방야는 한국까지 진출한 대표적인 일본 카레 음식점인데, 한국에서는 9000원~10000원 대로 카레 치고는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일본카레의 대표적인 맛이니까 이 정도 가격은 감안하고 먹을 수 있었다. 특히 나는 '일본 카레'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곳의 카레를 좋아했다.
일본에 살게 되면 코코이찌방야를 자주 갈 줄 알았는데, 6개월 동안 한 번도 안 갔다...ㅎㅎ한국에 비해서는 저렴하고 바로 집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가격이면 먹을 수 있는 다른 처음 보는 음식들이 많아서 안 가게 되었다. 특히 일본에서 코코이찌방야는 한국처럼 외식을 하는 식당의 이미지보다는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직장인의 식사라는 이미지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같은 패스트 푸드인데 김밥 천국 같은 간편식의 느낌이다.
그런 코코 이찌방야가 요즘 로손과 콜라보를 해서 샌드위치, 오니기리, 오므라이스 등 편의점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내가 먹어 본 것은 로스 가츠 카레 샌드위치(ロースとん勝カレーサンド)와 오므카레 오니기리(オムカレーおにぎり) 두 가지다. 둘 다 진한 카레 맛이 만족스러웠는데, 그 중에서도 로스 가츠 카레 샌드위치는 정말 추천한다.

일단은 카츠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 두께는  내 엄지손가락 두 개 정도로 두껍고 고기가 질기지도 않았다. 고기가 이렇게 두꺼운데도 카레와 양배추의 양과 조화가 잘 되어서 먹으면서 계속 '우와~'를 연발했다. 먹어봤던 가츠 샌드 류 중에서는 최고였다.

언제까지 이 콜라보를 할지는 모르지만, 드디어 코코이찌방야를 먹었다!
아침에 수업을 듣고 볼 일이 있어서 우메다에 왔다. 혼자 우메다에 오는 일이 오랜만이어서 어젯밤부터 뭘 할까 고민하며 기대했다.
예쁜 카페에 가서 런치를 먹으며 인스타그램에 올릴까, 아니면 먹고 싶었던 카레를 먹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직도 못 먹어본 551 호라이의 만두를 먹을까 한참 고민했다. 나온 김에 쇼핑도 할까 하며 신났다.
원래는 오샤레~한 카페에서 보기에 예쁜 음식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오사카 제 1, 2, 3 빌딩을 지나면서 마음이 변했다.
오사카역에서에서 니시우메다를 거쳐 기타신치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오사카 역 앞 빌딩들은 루쿠아나 한큐 백화점, 그란드 프론트, 헵파이브 이런 훌륭한 쇼핑몰들과는 좀 다르다. 삭막하다고도 할 수 있고 심하게 말하면 조금 누추하다.
사실 나도 오늘 처음 들어와봤다.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고 비즈니스맨들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1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누가봐도 일하는 도중에 맛있고 저렴한 런치를 먹으러 온 사회인들 뿐이었다. 사람들에 놀라고 가격에 한 번 더 놀랐다. 쇼핑몰들에 입점한 음식점들이 기본적으로 1000엔을 넘는데 비해 이곳은 1000엔을 넘는 메뉴를 찾기가 더 어려웠다. 런치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과 분위기가 특징인 것 같다.  스탠딩 이자카야도 있었는데, 다음에는 꼭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들어간 곳은 가츠동과 오야꼬동 전문점이었다. 둘 다 소박한 음식이다. 메뉴도, 매장도 모두 소박한 일본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서민적인 이미지다.
가장 저렴한 소스 가츠동(470엔)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주문하는 걸 지켜봤다. 다들 들어오는 순간부터 메뉴는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 남성 직장인들이나 혼자 온 아저씨들이었고 아주 가끔 혼자 온 젊은 여자도 있었다. 오야꼬동을 많이 주문하는 것을 보고 나도 오야꼬동을 주문할 걸 하고 조금 후회했다.
내가 주문한 가츠동은 얼마 안 지나서 나왔다.
5000원도 안하는 가격이기에 맛은 별로 기대 안하고 분위기에 취해있었는데, 돈카츠를 입에 넣는 순간 놀랐다. 고기가 두꺼운 것은 아니지만 질기지 않고 적당히 맛있었고, 무엇보다 튀김 옷의 바삭함이 정말 좋았다.
분명 평범한 맛인데 굉장했다. 보통은 '평범한 돈카츠'를 기대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머릿속에 있는 '평범함'의 이미지는 그 대상의 대표적인 특징만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돈카츠'하면 평범하게 겉은 바삭한 튀김 옷과 속은 양념이 잘 밴 고기를 떠올리지만 그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것을 찾기는 사실상 어렵다. 오히려 규카츠 같은 것을 먹으며 "먹어본 적 없는 식감이야~!"라는 감동은 할 수 있지만, "딱 내가 먹고싶던 그 돈카츠 맛이야"라는 감동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의 돈카츠는 그 '평범함'을 충족시켰다.
이 돈카츠를 먹다보니 갑자기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학교 앞에 있는 일식집에서 카츠동를 먹고 있을 내가 상상되었다. 으, 생각만 해도 불쌍하다. 한국식 돈까스를 좋아하지만, 카츠동은 그게 아닌 것을 아니까 그 때가 되면 얼마나 이 맛을 그리워하게 될까.

그러니까 결론은 '일본 생활을 충분히 즐기자. ' 카츠동을 먹으며그렇게 다짐했다.

돈카츠의 '카츠'는 일본어의 '勝つ(이기다)'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시험을 보기 전 수험생들이 먹는다. 나도 이거 먹고 힘내야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겠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메리트는 폐기 식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편의점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 편의점에서의 알바니까 오죽하겠나. 그래서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내가 일하는 시간에 주로 폐기되는 것은 그라탕과 도리아이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가끔 가다가 샌드위치나 빵, 롤케이크, 야끼소바, 도시락 같은 음식을 받는 운 좋은 날도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 중에서도 처음 먹어보는 오꼬노미야끼!
오사카에서는 흔한 음식이지만 밖에 나가서 사먹기 전에는 혼자 해먹기 번거롭기 때문에 자주 먹지는 않는다.

오코노미야끼라 하면 철판에 바로 구워먹어야 제대로지만, 이것도 나름 괜찮다. 가쓰오부시와 소스까지 따로 붙어나와서 먹을 때도 편의점 음식 특유의 부실한 느낌이 없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다.

비슷한 가격이니까 내가 사먹는거라면 밥이 있는 도시락을 사먹겠지만, 오사카 여행왔는데 일정 때문에 오코노미야끼를 못 먹고 간다거나 밥이 아니라 술안주를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한다.

2016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날,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 소설 <69-식스티 나인>을 읽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내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소수의 예외적인 선생을 제외하고, 그들은 정말로 소중한 것을 내게서 빼앗아 가버렸다. 그들은 인간을 가축으로 개조하는 일을 질리지도 않게 열심히 수행하는 '지겨움'의 상징이었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오히려 옛날보다 더 심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건, 선생이나 형사라는 권력의 앞잡이는 힘이 세다. 그들을 두들겨 패보아야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우리 쪽이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싸움이다. 나는 그 싸움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도 즐겁게 살야야지, 라는 결심을 하고 잠이 들었다.

변덕이 심한 편이지만 이번 결심은 꽤 오래 이어져서 다음 날 아침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어디론가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떠날까 고민하다가 이전에 계획은 다 세워 놓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가지 못했던 교토 이치죠지에 가기로 했다.


이전부터 교토 이치죠지에 있는 게이분샤(恵文社)라는 서점에 가고 싶었다. 본래 독립 서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인스타그램에서 본 이 작은 서점인데 간판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더 중요한 이유는 라멘이다. 이치죠지는 맛있는 라멘이 많은 골목으로 유명하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그대로 전차를 타고 출발했다.

아와지 역에서 한큐 교토 선으로 환승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툭 치며 아는 척 해왔다.

도쿄 여행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는 지인이었다.  비록 나의 차림새는 볼품 없었지만 부끄러움보다 반가운 마음이 컸다.

열차가 곧 도착한다는 방송을 들으면서 도쿄의 오미야게라며 급하게 '도쿄 바나나'의 포장을 풀어 하나 건네 주었다.

나는 같은 기숙사에 사니까 저녁 때면 또 볼 수 있는데 지금 주겠다며 그렇게 급하게 포장을 푸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감사히 받았다.



아침도 안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전차에 타서 허겁지겁 먹었다.

부드러운 빵에 달콤한 바나나 잼? 앙금? 여튼 속이 잘 어울어져서 정말 맛있었다.


특급 가와라마치 행을 탔기 때문에 35분 정도가 지나자 교토 가와라마치 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이치죠지까지 1시간 반 정도를 걸을 예정이다.

버스를 이용하면 한 번에 편하게 가지만, 혼자 여행을 할 때는 왠만한 거리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게 여행 중에 내가 빨리 지쳐 버리는 원인이지만...

혼자 여행할 때는 시간도 많고 걸으면서 구경할 수 있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걷는다.


가와라마치에서 이치죠지까지 가는 길은 크게 두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 가모가와 강변을 따라 걷는 길과 헤이안 신궁을 지난 후로 걷는 골목길이다.




역시 나는 가모가와 강을 봐야 교토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기온 거리나 게이샤의 모습도 교토를 대표하는 풍경이지만 나에게 교토는 가모가와 강을 따라 걸을 때 가장 실감이 난다.

날씨도 좋아서 강변을 따라 걷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1시간을 넘게 걸으니 드디어 이치죠지 골목에 진입했다.

우선은 첫 번째 목적인 라멘야로 갔다.

이치죠지 골목에는 간사이에서 유명한 라멘집들이 모여 있다.

대표적인 곳들이다.


이 중에 '天天有'와 '高安'도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한 곳이지만,

내가 오늘 목표로 정한 곳은 '極鶏(곡케이)'라는 곳이다.

ドロドロ(질척질척, 걸쭉걸쭉)한 국물로 유명세를 탄 닭 육수 라멘 전문점이다.



11시 30분이 오픈 시간이고, 내가 곡케이에 도착한 게 11시 45분 쯤이었는데 이미 사람이 많아서 대기표를 받아야 했다.

1시 쯤에 다시 오라는 것이다. 인기가 많다고는 해도 이 정도일 줄이야.

순간적으로 '내가 이 정도를 기다려서 이 라멘을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고 다른 라멘 집을 갈까 고민했지만,

딱히 바쁜 것도 아니니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기다리는 동안 두 번째 목적인 근처의 게이분샤 서점에 가기로 했다.


바로 내 앞에 대기표를 받았던 젊은 일본인 남자 일행 4명도 뭐하면서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가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엿들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1시까지 한 시간 넘게 남았어' '뭐하지?' '배도 고파' '못참겠어' '다른 라멘야도 유명한데 많은데 가볼래?'

'그래 한 시간이나 남았으니까 일단 하나 먹고, 여기에 또 먹으러 오면 되겠다'


나도 배는 고프지만, 나는 한 번에 한 끼밖에 못 먹는 위장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더 참고 일단 게이분샤 서점으로 향했다.



사진으로 간판만 봤기 때문에 작은 동네 서점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 외였다.

외부도, 내부도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가득 차있었다.

직원들이 직접 읽은 책만 서점에 진열한다는 규칙이 있는 곳인데,

이 넓은 곳에 이 많은 책들을 다 읽고 진열하려면 과로사하겠다는 개구진 생각도 들었다.

마침 새로운 스태프를 모집하고 있었는데,

한 때 서점 직원이 꿈이었던 나였기에 관심있게 봤지만 서점의 크기와 책의 양에 빠르게 단념했다.



드디어 약속한 한 시가 되었다.

혹시라도 늦으면 차례가 밀릴까봐 한 시에 딱 맞춰서 갔다.

이 때에도 사람이 많아서 지금 번호표를 받으면 2시 40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가게 앞에서도 더 기다려서 드디어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내부의 사진은 규정 상 찍을 수 없었고, 메뉴판만 찍었다.

기본적인 라멘이 800엔 ~ 1000엔 정도 하는 데에 비해 모든 메뉴가 700엔으로 저렴했다.



나는 가장 기본인 鳥だく(토리다쿠)를 주문했다.

( 사실 주문은 가게 안에 들어오기 전에 한다. )

라멘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 봤다.

작은 가게이지만 깔끔했다.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계산을 할 때마다, 자리에 앉고 일어날 때마다

라멘야만의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로 가게의 직원들은 '이랏샤이마세-'와 '오오키니-'를 크게 외쳤다.

손님이 많고 회전율이 빠른데도 불구하고 청결했고, 가게 안에서 부터는 더 기다리거나 하는 불편함이 없었다.

한쪽에는 곡케이 컵라면도 전시되어 있었다.


드디어 라멘이 나왔다...!



와! 이건 본 적이 없는 비주얼이야!!!

혼자서 감탄을 하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내 옆에 앉은 라멘 동호회에서 만난 것 같은 커플은 들어오기 전 같이 줄을 서 있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프로의 향기를 풍기더니,

라멘이 나오자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조용히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라멘 프로가 아니기에 일단 사진부터 찍었다.


그리고 면을 국물에 푹 담궈서 한 입 먹었다.

와... 진짜 절로 감탄이 나온다.

먹어 본 적이 없는 식감이다. 정말 진한 국물이다.

백숙 국물과 비슷할 정도의 깊은 닭 육수지만, 그보다 더 진하고 강렬하다.



한 입 먹고 그 도로도로함에 너무나 감탄해서 사진을 더 찍었다.

국물도 국물이지만 면이 국물과 너무 잘 어우러져서 계속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위에 올라간 파 고명도 입맛을 잡아주는 데에 한 몫했다.

보기에는 느끼해보이는데 오히려 먹을 수록 개운하다.

이런 마성의 라멘이 있다니!!!


내가 여태껏 먹었던 라멘 중에 가장 맛있었던 라멘은 삿포로 라멘 요코초의 '버터콘 미소 라멘'이었다.

그 라멘도 전형적인 라멘은 아니지만, 어쨌든 비교적 전형적인 라멘 중 가장 맛있었다.

그런데 이건 퓨전 신세대의 라멘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젊은이들의 라멘이다.

진짜 맛있다.  


아부라 소바나 츠케멘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국물을 선호해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리는 게 아깝지 않은 맛이다.



라멘을 먹은 뒤에는 부른 배로 행복하게 걸어서 헤이안 진구(헤이안 신궁)에 갔다.


곧 신년이기도 하고,

며칠 뒤에 한국에 잠깐 가니까 그 때 가족에게 전해줄 오마모리(부적같은 것)를 살까해서 일부러 찾아 갔다.

막상 사려고 이것 저것 보고 있는데,

이왕 사는 거 신년에 소원 빌러 신사 갔을 때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안 사고 그냥 나왔다.


다시 가와라마치 역까지 걸어 오니 4시가 넘었다.

추운 날씨에 꽤 오래 걸었더니 완전히 지쳐버렸다.



오늘의 여행으로 내가 조금 더 즐거워졌다고 할 수 있을까?


꽤나 즐거워졌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감추고 싶은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오히려 어딘가에서는 표출되고 있다. 예를 들면, 트위터나 블로그 같은 곳에서 표출된다. 이 공간들은 한없이 개인적이면서도 공개적이다. 이런 인터넷 상의 공간에 글을 올리는 것은 특정 누군가에게 보내는 말이 아니라 다수에게 자신을 표출하는 곳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누군가에게 말하면 위험해지는 금기는 아니다. 알려지면 비난 받기 때문에 나만이 알고 지켜야 하는 비밀도 아니다. 오히려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는 글이다. 어딘가에 말하고 싶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요컨대, 감추고는 싶지만 비밀은 아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익명성이 보장받는 곳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비슷해보이지만 다르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도 다르다.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자신의 일상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왜? 이유를 생각해보면 역시나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누군가에게 자기 개시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친구나 가족 등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런 유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이 든다. 그리고 그런 유대 관계에서 내가 기대하는 것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 대면하여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지만, 늘 소통이 부족하다. 늘 대화가 부족하다. 다시 말해, 고독하다. 이 고독감을 해소 하고 싶지만, 또 다른 인간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 힘이 드는 것이다.



도시인들은 자신의 속내를 타인에게 드러내거나 나아가 타인이 자신의 속내를 나에게 털어놓는 것도 피하려고 합니다. 만나는 타인들 모두와 이처럼 인격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면, 도시인들은 신경과민으로 쉽게 지쳐버리겠지요. 그런데 신경과민을 피하기 위한 이런 거리두기라는 도시인 특유의 삶의 태도가 바로 자유라는 감정의 중요한 기초가 됩니다. 타인에 대한 냉담한 거리두기가 삶의 양식이 되어 대도시에서 나와 타인은 서로의 삶에 거의 간섭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삶을 침해하지 않는 한, 다른 이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로 도시의 암묵적 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속내 감추기라는 도시인들의 냉담한 태도는, 다시 말해 이로부터 발생하는 자유로움의 감정은 사람들을 원치 않는 고독에 빠지게 하기도 합니다. 냉담한 태도를 지속하다 보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이 주변에서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짐멜에 따르면 도시인의 자유 이면에는 이처럼 심각한 고독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대도시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유라는 달콤함과 고독이라는 씁쓸함을 동시에 가져다 준 셈이지요. 가끔 도시인들은 가족을 통해서 자신들의 고독을 치유하려고 합니다. 가족이야말로 현대인의 마지막 보금자리라고 강조하는 것을 지금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독을 치유하려면 결국 자신의 자유를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비인격적인 도시생활의 냉혹함에서 발생하는 고독감 때문에 그는 힘이 듭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따뜻하고 푸근한 가족의 이미지를 떠올려봅니다. 그런데 그의 이런 기대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깨져버립니다.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결혼은 해야지. 너는 왜 아직도 사귀는 사람이 없냐? 담배를 끊어야 여자들이 좋아할 거 아니야?” 어머니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밥을 먹는 아들에게 누차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아니면 어머니는 낮에 일어난 시시콜콜한 일들, 이웃과의 사소한 다툼에 대해 흥분하여 얘기하거나 아니면 아버지가 이유도 없이 자신을 퉁명스럽게 대했다고 울분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이처럼 가족 중 누군가가 자신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면, 우리는 곧 피로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다시 냉담함을 되찾고 자신의 방으로 말없이 숨어들어버리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신경과민을 어느 정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랜 휴가를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아니면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집에 머물게 된 도시인들이 권태로움 혹은 가족 간의 지나친 사생활 침해로 불쾌감을 느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질식할 듯한 집에서 도망쳐 나올 것입니다. 그러고는 대도시의 중심부, 다시 말해 백화점, 영화관, 서점이 있는 곳,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도시의 군중 속으로 자신의 몸을 숨기겠지요. 이 점에서 보면 도시인들에게 가족이란, 도시의 삶 속에 관념으로 존재하는 시골과도 같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골과 마찬가지로 가족도 자신의 속내를 모두 드러내는 인격적인 관계가 가능한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도시 생활과 가정 생활은 미묘한 긴장관계와 보완관계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짐멜을 분석하는 강신주에 따르면 자본 주의에 바탕을 둔 도시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은 자유를 누리면서 한 편으로는 그로부터 생기는 고독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블로그와 트위터 등 익명의 공간에 자기 개시를 하는 현대인의 행동의 원인이 그 고독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유대를 원하는 인간 본성 혹은 전 자본 주의 사회로부터 물려받은 관성, 그리고 자기 개시의 본능이 우리를 인터넷 상에 소리 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실제 생활 속의 누군가가 알고 "너 블로그 봤어~" 라던지 "너 트위터 계정 발견했다?" 등의 말을 걸어 온다면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 없다. 지인에게 나의 인터넷 상의 공간을 발견 당했다는 것은 외롭고 나약한 내 모습을 들켰다는 것이다. 동시에 '너에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나의 진짜 모습이 있다'라는 것도 들켰다는 것이다. 이 정도까지는 너무 비약적인 해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홍보하지 않은 계정을 누군가가 먼저 발견한다는 것은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맞은 해석이다. 비록 내가 부끄러울 만한 글을 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또 다시 숨을 장소를 찾아야 한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얼마 전 지인이 내 블로그를 봤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황했다. 곧 아무렇지 않아졌지만 내가 왜 당황한 건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어제 또 다른 지인과 대화를 하는 도중 그 사람이 흘려 가듯 '트위터'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가 어떤 말을 하는 지 궁금해져서 계정을 물어봤지만, '자신은 서브 컬쳐를 좋아하고 그를 위한 계정' 이라며 나에게 공개하기를 꺼려했다. 나에게 알려주지 않은 계정은 아마 지금 나와 마주하는 이 사람과는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또 다른 면을 알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자유와 고독의 상호작용으로 태어난 계정일테니 침해해서는 안 된다.



결론은, 혹시 트위터나 블로그를 돌아다니 던 중 자신이 아는 사람이 쓴 글 같아도 '얔ㅋㅋㅋㅋ너냐 이거?' 이런 식으로 아는 척하지 말아주세요. 사람에 따라서는 부끄러울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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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1] 익숙한 새벽 세 시, 오지은  (0) 2016.10.22
만박기념공원에 있는 엑스포시티에 가면 컨트리팜 팩토리(カントリーマアムFACTORY)가 있다. 여기서 파는 슈를 먹어봤는데 가격에 비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 컨트리팜이 그냥 제과점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같은 이름의 유명한 과자가 있었다!!
맛과 디자인이 다양하지만 일단 기본으로 사봤다. 뒤에 설명서를 보니 전자렌지에 30초 정도 돌린 후에 먹어도 되고, 오븐에 60초 정도 구운 후에 먹어도 된다고 써져 있다. 

일단은 그냥 먹어봤다.
맛있어....♡
나는 코코아 맛 보다는 바닐라 맛이 입에 맞았다. 그치만 코코아 맛도 맛있다. 마가레트와 비슷하면서도 더 꾸덕하고 초코칩 쿠키보다 깊은 맛....♡

아침에 또 먹었다. 이번에는 오븐에 60초 구운 후 먹었다. 조금 더 바삭한 쿠키에 가까워졌다. 아 이것도 맛나...
저녁 때는 전자렌지에 돌려 먹어봐야지~

오늘의 아침은 낫또 오믈렛!
달걀을 잘 풀어서 시로다시 (白だし)로 간을 하고, 후라이팬에 오믈렛을 만들 때 낫또를 넣어주기만 하면 끝이다. 낫또의 식감이 살아있어서 좋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15도가 평균이었는데, 오늘은 10도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영하의 추위인 한국에는 비할 바가 안 되지만...ㅎㅎ

한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오사카의 겨울은 어떨까. 이곳의 날씨만큼이나 나에게도 많이 춥지 않은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르바이트가 없는 아침은 여유롭다.
 
미나미센리 공원에서 조깅을 하고 들어와서 아침을 먹는다.

오늘의 아침은 특별하다.
어제 장을 보며 발견한 타이야끼 (붕어빵)가 있기 때문이다.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음식은 역시 붕어빵, 호떡, 군고구마 같은 것들이다. 붕어빵은 한국에서는 길거리 음식이지만 일본에서는 '타이야끼'라는 이름으로 도라야끼 같은 간식으로 먹는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빵 같은 느낌이다.

아무튼 가을을 맞이하는 의미같아서 반가웠다. 함께 먹은 슈크림도 맛있었고...!



타지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당연하던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매 끼니마다 자연스럽게 식탁에 있던 김치를 비롯한 엄마의 반찬. 비가 오면 생각나는 파전과 막걸리. 밥 보다 더 좋아하던 떡볶이.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늘 풍족했던 과일.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책들, 신문들, 잡지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은 나의 존재를 다시 증명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익숙하던 것들로 부터 멀어져 정체성을 새로이 확립해야한다. 그러니 피곤할 수 밖에.

붕어빵 하나에서 정체성 확립까지 생각하는 이 여유로운 아침이 좋다.
학교 축제 (学園祭、 가쿠엔사이)가 있던 일요일 점심, 일본인 친구가 팔고 있다는 베이비카스테라를 사 먹기 위해 학교에 갔다.

타코야끼 기계에 카스테라 반죽을 넣고 만든 카스테라는 먹을 만은 했지만 맛있는 건 아니었다...ㅎㅎ그래서 점심을 맛있는 걸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학원제 기간이다보니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팔고 있는 음식이 많았지만, 모처럼 외출이니 간식말고 제대로 된 음식점에 가고싶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타베로그에서 주시하고 있었던 카레 맛집 "タンダーパニー"에 갔다.
내가 제일 즐겨 먹으면서도 좋아하는 음식이 카레인데, 일본에는 한국보다 다양한 카레가 있어서 좋다. 물론 고기가 주 재료로 쓰이는 카레가 많아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ㅠㅠ

겉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건물 구조가 신기하다. 밖에서 봤을  때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넓어보였다. 가로로 길쭉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가게 내부로 들어가면 밖에서 보기보다는 좁다. 좌석은 주방과 연결된 바 (Bar) 밖에 없다. 그래서 8명 정도 앉으면 만석이다. 신기한 가게다.

메뉴는 딱 하나. 치킨 카레! 다만 소, 보통, 중, 대, 특대 사이즈가 다양하다. 런치세트도 있었지만 나는 그냥 치킨카레 보통 사이즈를 시켰다.

주문을 하면 이렇게 과일 샐러드를 먼저 가져다 준다. 채소 샐러드가 아닌 과일 샐러드를 주는 게 특이했다. 새콤달콤한 과일이 입맛을 돋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양파 채를 한가득 주는데 원하는 만큼 넣어 먹으라고 한다. 나는 양파를 워낙 좋아해서 가득 올려 먹었고, 같이 간 친구는 양파를 싫어해서 한 입도 먹지 않았다ㅋㅋ자유롭게 넣어먹을 수 있는 건 이래서 좋다ㅋㅋㅋㅋ

드디어 카레가 나왔다!
역시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의 인도 카레다. 이 깊은 맛은 한국의 맛과는 매우 다른 향신료의 깊은 맛이다. 여기에 갈 때 쯤에 <향신료의 역사>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결국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 거기서 본 강하게 느껴지는 향신료의 맛이 식욕을 돋군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양이 많은 편이 아니라 식당에 가면 음식을 남기고는 하는데, 이 카레는 바닥까지 깨끗히 먹었다.

오랜만에 먹은 인도 카레! 맛있었다~
간다이마에 앞은 대학가 답게 카레집이 꽤 많다. 다음에 다른 곳도 가보고 비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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