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를 기울이면>


일본어 원제는 耳をすませば(Whisper of the Heart) 이다.

보면서 공감해서 마음이 찡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열등감을 느끼는 것 등 많은 부분이 나와 닮았다고 느꼈다.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영화에 중요한 음악인 Country Road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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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디어 중독이라(아마 현대인이면 모두 그렇겠지만) 매일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무엇이든 꼭 봐야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선택의 기준은 그 때 그 때 나의 감정이나 기분이다. 

내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기분인지 말로 설명하라고 하면 어렵다. 

하지만 '오늘은 00가 보고 싶은 날이야' 라고 한다면 그 말이 그 날의 나를 표현해주는 것이다.


최근 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많이 봤다.

특히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를.


요즘의 나의 감성에 적합하다.


나는 일본에 와서 좋다.


한국에서 있을 때 느꼈던 압박감이나 불안함, 우울함이 전혀 없어졌다고 하면 물론 거짓말이다.

현실의 압박감이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나의 욕심으로 인한 부담감 등은 여전하다.

하지만 지금 나의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느낀다.


한국에 있을 때는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늦게 까지 깊은 대화를 나눌 때 '즐겁다' '지금 이 순간이 좋다' 이런 생각이나

무언가를 알고 내 자신이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드는 '뿌듯함' 등 순간적인 감정이 삶을 지속하게 하는 정적 감정이었다.

그러나 이런 순간적인 감정들은 정말 그 순간 뿐이라,

영화나 드라마와 다르게 끝이 없는 일상을 지속하는 것은 힘에 겨웠다.


요즈음의 나는 순간적인 정적 감정을 느낄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잔잔하지만 안정적으로 만족감과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는 새벽에 아르바이트 출근을 위해 미나미 센리 공원을 지나며 보는 호수의 풍경,

문을 열고 내려가면 볼 수 있는 같은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

예습 복습을 하는 것이 즐거운 심리학 강의들,

일주일에 두 번 빨래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는 일과,

가끔 소식을 전달해주는 우편물과 지인들의 메세지 등.


'열등감'과 '성취감'이 지배적이었던 나의 머릿속이 이런 소소한 것들로 인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으로는 나의 '분노' '예민함' 같은 것들이 사라질까봐 두렵기도 하다.

나는 분노와 불안함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흔들리고 부유하고 화를 내면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예민하게 구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부조리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나는 더 현명해지고 싶다.


더 현명하게 분노하고 싶고 예민하게 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어쨌든 여기에서 매일매일 나는 나 자신을 생각하고, 주위를 생각하고, 내가 속한 사회를 다른 사회와 비교한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시각이 넓어지고 있다.  


지금의 이 과정이 단순히 '인생을 즐겨! 인생은 행복한 거야!'라는 상태가 아니라

조금 더 성찰할 수 있는 내가 되어 가는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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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일본에 가면 꼭 원작 만화를 구매해서 소장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단순한 요리 영화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먹을 것이 어떻게 문화가 되고, 삶에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는 지 생각하게 된다.

생존 영화면서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에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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