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수업을 듣고 볼 일이 있어서 우메다에 왔다. 혼자 우메다에 오는 일이 오랜만이어서 어젯밤부터 뭘 할까 고민하며 기대했다.
예쁜 카페에 가서 런치를 먹으며 인스타그램에 올릴까, 아니면 먹고 싶었던 카레를 먹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직도 못 먹어본 551 호라이의 만두를 먹을까 한참 고민했다. 나온 김에 쇼핑도 할까 하며 신났다.
원래는 오샤레~한 카페에서 보기에 예쁜 음식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오사카 제 1, 2, 3 빌딩을 지나면서 마음이 변했다.
오사카역에서에서 니시우메다를 거쳐 기타신치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오사카 역 앞 빌딩들은 루쿠아나 한큐 백화점, 그란드 프론트, 헵파이브 이런 훌륭한 쇼핑몰들과는 좀 다르다. 삭막하다고도 할 수 있고 심하게 말하면 조금 누추하다.
사실 나도 오늘 처음 들어와봤다.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고 비즈니스맨들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1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누가봐도 일하는 도중에 맛있고 저렴한 런치를 먹으러 온 사회인들 뿐이었다. 사람들에 놀라고 가격에 한 번 더 놀랐다. 쇼핑몰들에 입점한 음식점들이 기본적으로 1000엔을 넘는데 비해 이곳은 1000엔을 넘는 메뉴를 찾기가 더 어려웠다. 런치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과 분위기가 특징인 것 같다.  스탠딩 이자카야도 있었는데, 다음에는 꼭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들어간 곳은 가츠동과 오야꼬동 전문점이었다. 둘 다 소박한 음식이다. 메뉴도, 매장도 모두 소박한 일본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서민적인 이미지다.
가장 저렴한 소스 가츠동(470엔)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주문하는 걸 지켜봤다. 다들 들어오는 순간부터 메뉴는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 남성 직장인들이나 혼자 온 아저씨들이었고 아주 가끔 혼자 온 젊은 여자도 있었다. 오야꼬동을 많이 주문하는 것을 보고 나도 오야꼬동을 주문할 걸 하고 조금 후회했다.
내가 주문한 가츠동은 얼마 안 지나서 나왔다.
5000원도 안하는 가격이기에 맛은 별로 기대 안하고 분위기에 취해있었는데, 돈카츠를 입에 넣는 순간 놀랐다. 고기가 두꺼운 것은 아니지만 질기지 않고 적당히 맛있었고, 무엇보다 튀김 옷의 바삭함이 정말 좋았다.
분명 평범한 맛인데 굉장했다. 보통은 '평범한 돈카츠'를 기대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머릿속에 있는 '평범함'의 이미지는 그 대상의 대표적인 특징만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돈카츠'하면 평범하게 겉은 바삭한 튀김 옷과 속은 양념이 잘 밴 고기를 떠올리지만 그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것을 찾기는 사실상 어렵다. 오히려 규카츠 같은 것을 먹으며 "먹어본 적 없는 식감이야~!"라는 감동은 할 수 있지만, "딱 내가 먹고싶던 그 돈카츠 맛이야"라는 감동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의 돈카츠는 그 '평범함'을 충족시켰다.
이 돈카츠를 먹다보니 갑자기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학교 앞에 있는 일식집에서 카츠동를 먹고 있을 내가 상상되었다. 으, 생각만 해도 불쌍하다. 한국식 돈까스를 좋아하지만, 카츠동은 그게 아닌 것을 아니까 그 때가 되면 얼마나 이 맛을 그리워하게 될까.

그러니까 결론은 '일본 생활을 충분히 즐기자. ' 카츠동을 먹으며그렇게 다짐했다.

돈카츠의 '카츠'는 일본어의 '勝つ(이기다)'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시험을 보기 전 수험생들이 먹는다. 나도 이거 먹고 힘내야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겠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메리트는 폐기 식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편의점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 편의점에서의 알바니까 오죽하겠나. 그래서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내가 일하는 시간에 주로 폐기되는 것은 그라탕과 도리아이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가끔 가다가 샌드위치나 빵, 롤케이크, 야끼소바, 도시락 같은 음식을 받는 운 좋은 날도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 중에서도 처음 먹어보는 오꼬노미야끼!
오사카에서는 흔한 음식이지만 밖에 나가서 사먹기 전에는 혼자 해먹기 번거롭기 때문에 자주 먹지는 않는다.

오코노미야끼라 하면 철판에 바로 구워먹어야 제대로지만, 이것도 나름 괜찮다. 가쓰오부시와 소스까지 따로 붙어나와서 먹을 때도 편의점 음식 특유의 부실한 느낌이 없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다.

비슷한 가격이니까 내가 사먹는거라면 밥이 있는 도시락을 사먹겠지만, 오사카 여행왔는데 일정 때문에 오코노미야끼를 못 먹고 간다거나 밥이 아니라 술안주를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한다.


아르바이트가 없는 아침은 여유롭다.
 
미나미센리 공원에서 조깅을 하고 들어와서 아침을 먹는다.

오늘의 아침은 특별하다.
어제 장을 보며 발견한 타이야끼 (붕어빵)가 있기 때문이다.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음식은 역시 붕어빵, 호떡, 군고구마 같은 것들이다. 붕어빵은 한국에서는 길거리 음식이지만 일본에서는 '타이야끼'라는 이름으로 도라야끼 같은 간식으로 먹는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빵 같은 느낌이다.

아무튼 가을을 맞이하는 의미같아서 반가웠다. 함께 먹은 슈크림도 맛있었고...!



타지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당연하던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매 끼니마다 자연스럽게 식탁에 있던 김치를 비롯한 엄마의 반찬. 비가 오면 생각나는 파전과 막걸리. 밥 보다 더 좋아하던 떡볶이.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늘 풍족했던 과일.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책들, 신문들, 잡지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은 나의 존재를 다시 증명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익숙하던 것들로 부터 멀어져 정체성을 새로이 확립해야한다. 그러니 피곤할 수 밖에.

붕어빵 하나에서 정체성 확립까지 생각하는 이 여유로운 아침이 좋다.
학교 축제 (学園祭、 가쿠엔사이)가 있던 일요일 점심, 일본인 친구가 팔고 있다는 베이비카스테라를 사 먹기 위해 학교에 갔다.

타코야끼 기계에 카스테라 반죽을 넣고 만든 카스테라는 먹을 만은 했지만 맛있는 건 아니었다...ㅎㅎ그래서 점심을 맛있는 걸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학원제 기간이다보니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팔고 있는 음식이 많았지만, 모처럼 외출이니 간식말고 제대로 된 음식점에 가고싶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타베로그에서 주시하고 있었던 카레 맛집 "タンダーパニー"에 갔다.
내가 제일 즐겨 먹으면서도 좋아하는 음식이 카레인데, 일본에는 한국보다 다양한 카레가 있어서 좋다. 물론 고기가 주 재료로 쓰이는 카레가 많아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ㅠㅠ

겉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건물 구조가 신기하다. 밖에서 봤을  때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넓어보였다. 가로로 길쭉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가게 내부로 들어가면 밖에서 보기보다는 좁다. 좌석은 주방과 연결된 바 (Bar) 밖에 없다. 그래서 8명 정도 앉으면 만석이다. 신기한 가게다.

메뉴는 딱 하나. 치킨 카레! 다만 소, 보통, 중, 대, 특대 사이즈가 다양하다. 런치세트도 있었지만 나는 그냥 치킨카레 보통 사이즈를 시켰다.

주문을 하면 이렇게 과일 샐러드를 먼저 가져다 준다. 채소 샐러드가 아닌 과일 샐러드를 주는 게 특이했다. 새콤달콤한 과일이 입맛을 돋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양파 채를 한가득 주는데 원하는 만큼 넣어 먹으라고 한다. 나는 양파를 워낙 좋아해서 가득 올려 먹었고, 같이 간 친구는 양파를 싫어해서 한 입도 먹지 않았다ㅋㅋ자유롭게 넣어먹을 수 있는 건 이래서 좋다ㅋㅋㅋㅋ

드디어 카레가 나왔다!
역시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의 인도 카레다. 이 깊은 맛은 한국의 맛과는 매우 다른 향신료의 깊은 맛이다. 여기에 갈 때 쯤에 <향신료의 역사>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결국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 거기서 본 강하게 느껴지는 향신료의 맛이 식욕을 돋군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양이 많은 편이 아니라 식당에 가면 음식을 남기고는 하는데, 이 카레는 바닥까지 깨끗히 먹었다.

오랜만에 먹은 인도 카레! 맛있었다~
간다이마에 앞은 대학가 답게 카레집이 꽤 많다. 다음에 다른 곳도 가보고 비교해야지.


누군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묻는다면 그 때 그 때 너무 달라서 대답 못 한다. 행복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느끼는 거라서 '평균적으로 언제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은 어색하다.

하지만 가장 평안한 시간이라면 주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아침에 조깅을 한 뒤 아침을 먹으며 책을 읽는 8시 즈음 "

이 때가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보낸 하루에 대한 미련이 남는 저녁보다 더 여유롭고 느긋한 시간이다. 앞으로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천하무적이 되어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 아침에는 조깅을 하다가 미나미센리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11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신작이 발표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800엔 (세금 불포)크리스마스 블렌드 오리가미 커피를 사고 테이블 매트를 받았다. 주로 책상에서 밥을 먹기 때문에 테이블 매트가 갖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다.

따뜻한 커피에 모닝빵과 버터, 그리고 《향신료의 역사》를 읽으며 보낸 아침.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는 교통 패스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게 유리한데, 아쉽게도 유학 비자를 받은 나 같은 장기 체류자에게는 그런 여행자용 패스는 판매하지 않는다.

나는 학교에서 기숙사가 걸어서 50분 정도의 거리에 있고, 경사까지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다녀야 한다. 일본은 거리 구간으로 교통비를 계산하는데, 학교 (간다이마에 역)에서 기숙사 (미나미센리 역)까지는 한큐 전철로 두 정거장으로 편도 150엔이다. 왕복이면 300엔, 한국 돈으로 약 3000원이다. 한국에서 통학할 때도 경기도에서 서울을 왔다갔다 했던 나에게 3000원 정도는 많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낄 수 있다면 아끼는 것이 좋으니까 정기권을 구매했다.
정기권은 1개월, 3개월, 6개월 중에 선택할 수 있고, 구간을 지정해야 한다. 정해진 구간 외에 이동할 때는 사용하지 못한다. 나는 미나미센리~간다이마에로 구간을 지정한 6개월 통학정기권을 구매했다. 정기권에는 통근 정기권과 통학 정기권이 있는데, 통학 정기권이 좀 더 저렴하다. 통학 정기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발급처에 학생증과 학교에서 발급하는 통학 증명서를 보여줘야 한다. 정기권 발급처는 몇 개의 큰 역으로 정해져 있는데 나는 한큐 우메다 역에서 구매했다.

9180엔이니까 약 10만원에 6개월간 기숙사에서 학교는 마음껏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주말에도 막 왔다갔다 해야지~


하지만! 학교와 기숙사 사이만 이동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교통카드도 구매해야 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교통비가 할인되기 때문에 거의 필수적이다.
도쿄에 스이카 교통카드가 있다면 오사카에는 이코카 카드가 있다. 이코카(ICOCA)카드는 일본어로는 말그대로 '行こうか?(갈까?)'라는 뜻이다. 이 뜻을 듣고 귀여워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카드의 모양도 참 귀엽다. 심술궂게 생긴 펭귄이 마스코트다. 충전식 교통카드라 나는 한 번에 2000엔 정도 충전해서 사용한다. 한큐 전철뿐아니라 JR철도도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카드다. 그런데 충전 금액 빼고 이 카드 가격만 500엔이다. 그건 한국과 비교해서 꽤나 차이가 컸다ㅠㅠ

어쨌든 교통에 관한 건 모두 해결되었다!
앞으로 나갈 때 걱정 없다 흐흐

어느새  9월 14일이 되었다. 9월 7일에 기숙사에 입주를 했으니까, 여기에서 생활한 지 딱 1주일이 되는 것이다.

'이제 겨우 1주일이 되었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수강신청을 하고, 휴대폰을 만들고,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기사를 쓰고 등등 숨가쁘게 단거리 경주를 한 느낌이다.


1. 수강신청

우선 인터뷰, J-CAT을 통해 일본어 레벨을 측정한 것을 토대로 반 배치고사가 이루어졌다. 레벨 1부터 6까지 있고, 레벨 6이 가장 높다. 레벨 6에서도 6-1과 6-2로 나누어지는데, 6-1이 더 높은 반이다. 나는 6-2반이었지만, 담당 선생님과 상담 후 6-1반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심리학 전공 수업을 세 개나 듣게 되었다. 인지심리학, 산업심리학, 사회심리학... 심리학 전공은 한국어로 들어도 버거운데 일본어로 듣게 되었다.

걱정이 많이 되지만 그만큼 열심히 해야겠다.

일본 문학을 읽는 수업을 듣고 싶어서 '일본의 현대 문학을 읽자'라는 교양 과목을 들으려고 신청했다가 파워공강이 생겨버려서 결국 포기했다.

대신 '일본사에서 여성과 사회를 알자'라는 과목을 신청했다.


한국은 최대 21학점이고 전 학기에 3.75이상의 학점을 받은 학생에 한해서 24학점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일본의 대학은 이수해야 하는 최소 학점은 있지만, 최대 학점은 없다. 들어야 하는 최소 강의 수는 7개 강의로 한 강의당 2학점이니까 14학점이다. 내가 교환학생의 자격이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는 굉장히 여유로운 시간표가 완성된다. 나는 총 10개의 강의를 듣는데, 한 강의 당 1시간 30분이니까 총 900분의 강의를 듣는 것이다.



2.

카레에 푸우우욱 빠졌다. 자주 가는 가장 가까운 마트인 이온 마트에는 여러 종류의 레토르트 카레를 따로 전시해두는 코너가 있다. 그 가판대에 엄청나게 많은 카레들이 있어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 가장 먼저 도전한 카레는 딱 보기에 평범해 보이던 카레!

 

저렴하고 칼로리가 낮아서 골랐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일본 사람들이 '맵다'라고 표시해둔 것은 믿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또 한 번 얻었다. 어디 매운 것 좀 먹어보자... 내일은 다른 카레에 도전해봐야지.


3.

휴대폰을 만들었다. 비모바일(Bmobile)의 오카와리 심이다. 만들자마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첫 면접을 봤는데, 결과가 나오고 나면 포스팅할 생각이다.


4.


내가 사는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 역은 미나미 센리 역이다. 미나미 센리는 한큐 전철이 지나다니는 곳인데, 한큐 전철이 지나 다니는 역에는 '한큐 소바(阪急そば)'라는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 미나미 센리 역 앞에 있는 한큐 소바에 처음 갔다. 점심 시간도 아니고 저녁 시간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가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몸이 안 좋아서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간 거였는데, 저렴한 가격에 높은 퀄리티에 놀랐다.



키즈네 우동 정식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540엔이라는 가격에 오니기리도 두 개나 나온다. 정말 맛있었다. 다음에는 학생 세트도 먹어봐야지.




5.

한국은 음력 8월 15일이 추석이지만, 일본은 츠키미(月見)라고 부르는 달구경을 하는 날이다.

기간 한정을 참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이 츠키미 날을 기념해서도 많은 상품들을 내놓는데, 세븐일레븐에 갔다가 '둥근 푸딩의 욕심꾸러기 롤케이크'라는 귀여운 이름의 기간 한정 상품을 사서 먹었다. 내일은 츠키미 당고를 먹으며 달을 구경해야지.




일본어에 '生きる'라는 단어와 '暮らす'라는 단어가 있다.

둘 다 뜻은 '산다'이지만 전자는 '목숨을 연명한다'의 뜻을 가지고 있고, 후자는 '생활한다'의 뜻이다.

생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은 스스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일본에서 '생활하기'로 선택한 것이고, 지금 그 결과 간사이 대학 국제 교류 학생으로서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생활을 하는 것은 예상보다는 조금 더 어렵다.

그래도 잘 버텨내야지.






드디어 본격적인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시작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간사이 지역에는 태풍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 오리엔테이션이 늦춰질 뻔했지만, 태풍의 강도가 심하지 않아서 그대로 진행한다고 새벽부터 메일이 왔다.


오늘 학교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은 두 가지이다.


1. 시청에 가서 서류 처리(市役所での手続き)

- 주민등록(住民登録)

- 국민건강보험 가입(国民健康保険)

2. 학교에서 레벨 테스트(placement test)

- 작문

- 면담

3. RA(resident&asisstant) 주최 기숙사 오리엔테이션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간사이 대학교에서는 시청에 가서 서류 처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며 도와준다.

그래서 어려운 것 없이 일사천리로 끝이 났다. 레벨 테스트와 서류 처리를 마치고 나니 12시 정도 되었고, 그 때부터 기숙사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오후 7시까지는 자유시간이다. 한 것은 별로 없지만, 뭔가 피곤해서 바로 기숙사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쉬었다.


그리고 쿠킹 클래스를 신청했다. 일본에 오면 해보고 싶었던 리스트 중에 하나다. 일본에서 요리 배우기! 물론 일회적인 클래스이기도 하고, 전통적인 일본 요리를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청을 하고 가본다는 데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사실 스시라든가 가이세키 요리 같은 일본 정식 요리를 배워서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들고, 실용적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요리를 배우고 싶었다. 자세한 후기는 쿠킹클래스에 다녀온 후 쓸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할 일은 WAON 포인트 카드 등록이다. 어제 기숙사 근처에 있는 이온마켓(イオンマーケット)에 가서 장을 보고 나오려는데 포인트 카드를 신청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뭔가 마트의 포인트 카드를 만드는게 '내가 일본에서 산다!'라는 상징이 되는 것 같아서 꼭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어제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이온에 등록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노력을 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문맹으로 사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도대체 왜 나를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는 것인지 괜히 억울했다.



오늘 재도전해보고 안 되면 마트 직원에게 가서라도 꼭 신청하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사이트(https://www.smartwaon.com)에 들어가서 회원 등록을 시도했다. 성공했다! 어제랑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왜 어제는 안 됐던 걸까 궁금했지만, 그것까지 생각하기에는 회원 등록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렇게 귀여운 와온 포인트 카드의 종류를 볼 수 있다. 그 중 내가 가진 카드는 첫 번째 카드다. 지역 별로 나오는 카드도 있어서 '오사카 한정 카드'도 볼 수 있었지만, 가입비 300엔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가입비가 필요없는 첫번째 카드로 선택했다. 적립은 모두 똑같이 200엔에 1포인트씩이다. 별 거 아닌 포인트 카드 가입에도 이렇게 힘이 들고, 이렇게 기쁘다니... 오늘 저녁은 이온몰에 가서 장 봐온 것으로 먹을 거다! 그리고 당당하게 포인트를 적립해야지!




지난 일주일 동안 여행을 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 보다, 오늘 반 나절 동안 대화한 양이 더 많을 듯 싶다. 그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말을 했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친해지는 것보다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어제 시간이 많아서 휴대폰 사진첩을 정리했다. 어느 날인지는 기억 나지만 언제 찍었는 지는 모르겠는 사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사진들은 대부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찍은 사진이다. 그런 사진에 꼭 빠지지 않고 있는 친구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든 연락하면 함께 술을 마셔주고, 어떤 일이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다. 이 친구에게는 굳이 숨기거나 감출 것이 없지만, 항상 서로 간의 거리가 유지되는 편한 친구다. 이 친구를 떠올리고 있자니 문득 '이런 친구가 없는 이곳이 외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첩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자 떠나고만 싶었던 한국이 그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괜찮다. 이곳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울 그곳이 될 거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소중하게 기억할 게 있기 때문에 드는 감정이다. 이곳에서도 소중한 기억들이 생기기를 바란다.


마지막은 앞으로 힘내자는 의미에서 나의 책꽃이의 피카츄들.... 간밧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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