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교통비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는 교통 패스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게 유리한데, 아쉽게도 유학 비자를 받은 나 같은 장기 체류자에게는 그런 여행자용 패스는 판매하지 않는다.

나는 학교에서 기숙사가 걸어서 50분 정도의 거리에 있고, 경사까지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다녀야 한다. 일본은 거리 구간으로 교통비를 계산하는데, 학교 (간다이마에 역)에서 기숙사 (미나미센리 역)까지는 한큐 전철로 두 정거장으로 편도 150엔이다. 왕복이면 300엔, 한국 돈으로 약 3000원이다. 한국에서 통학할 때도 경기도에서 서울을 왔다갔다 했던 나에게 3000원 정도는 많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낄 수 있다면 아끼는 것이 좋으니까 정기권을 구매했다.
정기권은 1개월, 3개월, 6개월 중에 선택할 수 있고, 구간을 지정해야 한다. 정해진 구간 외에 이동할 때는 사용하지 못한다. 나는 미나미센리~간다이마에로 구간을 지정한 6개월 통학정기권을 구매했다. 정기권에는 통근 정기권과 통학 정기권이 있는데, 통학 정기권이 좀 더 저렴하다. 통학 정기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발급처에 학생증과 학교에서 발급하는 통학 증명서를 보여줘야 한다. 정기권 발급처는 몇 개의 큰 역으로 정해져 있는데 나는 한큐 우메다 역에서 구매했다.

9180엔이니까 약 10만원에 6개월간 기숙사에서 학교는 마음껏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주말에도 막 왔다갔다 해야지~


하지만! 학교와 기숙사 사이만 이동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교통카드도 구매해야 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교통비가 할인되기 때문에 거의 필수적이다.
도쿄에 스이카 교통카드가 있다면 오사카에는 이코카 카드가 있다. 이코카(ICOCA)카드는 일본어로는 말그대로 '行こうか?(갈까?)'라는 뜻이다. 이 뜻을 듣고 귀여워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카드의 모양도 참 귀엽다. 심술궂게 생긴 펭귄이 마스코트다. 충전식 교통카드라 나는 한 번에 2000엔 정도 충전해서 사용한다. 한큐 전철뿐아니라 JR철도도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카드다. 그런데 충전 금액 빼고 이 카드 가격만 500엔이다. 그건 한국과 비교해서 꽤나 차이가 컸다ㅠㅠ

어쨌든 교통에 관한 건 모두 해결되었다!
앞으로 나갈 때 걱정 없다 흐흐

어느새  9월 14일이 되었다. 9월 7일에 기숙사에 입주를 했으니까, 여기에서 생활한 지 딱 1주일이 되는 것이다.

'이제 겨우 1주일이 되었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수강신청을 하고, 휴대폰을 만들고,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기사를 쓰고 등등 숨가쁘게 단거리 경주를 한 느낌이다.


1. 수강신청

우선 인터뷰, J-CAT을 통해 일본어 레벨을 측정한 것을 토대로 반 배치고사가 이루어졌다. 레벨 1부터 6까지 있고, 레벨 6이 가장 높다. 레벨 6에서도 6-1과 6-2로 나누어지는데, 6-1이 더 높은 반이다. 나는 6-2반이었지만, 담당 선생님과 상담 후 6-1반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심리학 전공 수업을 세 개나 듣게 되었다. 인지심리학, 산업심리학, 사회심리학... 심리학 전공은 한국어로 들어도 버거운데 일본어로 듣게 되었다.

걱정이 많이 되지만 그만큼 열심히 해야겠다.

일본 문학을 읽는 수업을 듣고 싶어서 '일본의 현대 문학을 읽자'라는 교양 과목을 들으려고 신청했다가 파워공강이 생겨버려서 결국 포기했다.

대신 '일본사에서 여성과 사회를 알자'라는 과목을 신청했다.


한국은 최대 21학점이고 전 학기에 3.75이상의 학점을 받은 학생에 한해서 24학점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일본의 대학은 이수해야 하는 최소 학점은 있지만, 최대 학점은 없다. 들어야 하는 최소 강의 수는 7개 강의로 한 강의당 2학점이니까 14학점이다. 내가 교환학생의 자격이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는 굉장히 여유로운 시간표가 완성된다. 나는 총 10개의 강의를 듣는데, 한 강의 당 1시간 30분이니까 총 900분의 강의를 듣는 것이다.



2.

카레에 푸우우욱 빠졌다. 자주 가는 가장 가까운 마트인 이온 마트에는 여러 종류의 레토르트 카레를 따로 전시해두는 코너가 있다. 그 가판대에 엄청나게 많은 카레들이 있어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 가장 먼저 도전한 카레는 딱 보기에 평범해 보이던 카레!

 

저렴하고 칼로리가 낮아서 골랐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일본 사람들이 '맵다'라고 표시해둔 것은 믿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또 한 번 얻었다. 어디 매운 것 좀 먹어보자... 내일은 다른 카레에 도전해봐야지.


3.

휴대폰을 만들었다. 비모바일(Bmobile)의 오카와리 심이다. 만들자마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첫 면접을 봤는데, 결과가 나오고 나면 포스팅할 생각이다.


4.


내가 사는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 역은 미나미 센리 역이다. 미나미 센리는 한큐 전철이 지나다니는 곳인데, 한큐 전철이 지나 다니는 역에는 '한큐 소바(阪急そば)'라는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 미나미 센리 역 앞에 있는 한큐 소바에 처음 갔다. 점심 시간도 아니고 저녁 시간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가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몸이 안 좋아서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간 거였는데, 저렴한 가격에 높은 퀄리티에 놀랐다.



키즈네 우동 정식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540엔이라는 가격에 오니기리도 두 개나 나온다. 정말 맛있었다. 다음에는 학생 세트도 먹어봐야지.




5.

한국은 음력 8월 15일이 추석이지만, 일본은 츠키미(月見)라고 부르는 달구경을 하는 날이다.

기간 한정을 참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이 츠키미 날을 기념해서도 많은 상품들을 내놓는데, 세븐일레븐에 갔다가 '둥근 푸딩의 욕심꾸러기 롤케이크'라는 귀여운 이름의 기간 한정 상품을 사서 먹었다. 내일은 츠키미 당고를 먹으며 달을 구경해야지.




일본어에 '生きる'라는 단어와 '暮らす'라는 단어가 있다.

둘 다 뜻은 '산다'이지만 전자는 '목숨을 연명한다'의 뜻을 가지고 있고, 후자는 '생활한다'의 뜻이다.

생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은 스스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일본에서 '생활하기'로 선택한 것이고, 지금 그 결과 간사이 대학 국제 교류 학생으로서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생활을 하는 것은 예상보다는 조금 더 어렵다.

그래도 잘 버텨내야지.






드디어 본격적인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시작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간사이 지역에는 태풍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 오리엔테이션이 늦춰질 뻔했지만, 태풍의 강도가 심하지 않아서 그대로 진행한다고 새벽부터 메일이 왔다.


오늘 학교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은 두 가지이다.


1. 시청에 가서 서류 처리(市役所での手続き)

- 주민등록(住民登録)

- 국민건강보험 가입(国民健康保険)

2. 학교에서 레벨 테스트(placement test)

- 작문

- 면담

3. RA(resident&asisstant) 주최 기숙사 오리엔테이션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간사이 대학교에서는 시청에 가서 서류 처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며 도와준다.

그래서 어려운 것 없이 일사천리로 끝이 났다. 레벨 테스트와 서류 처리를 마치고 나니 12시 정도 되었고, 그 때부터 기숙사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오후 7시까지는 자유시간이다. 한 것은 별로 없지만, 뭔가 피곤해서 바로 기숙사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쉬었다.


그리고 쿠킹 클래스를 신청했다. 일본에 오면 해보고 싶었던 리스트 중에 하나다. 일본에서 요리 배우기! 물론 일회적인 클래스이기도 하고, 전통적인 일본 요리를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청을 하고 가본다는 데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사실 스시라든가 가이세키 요리 같은 일본 정식 요리를 배워서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들고, 실용적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요리를 배우고 싶었다. 자세한 후기는 쿠킹클래스에 다녀온 후 쓸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할 일은 WAON 포인트 카드 등록이다. 어제 기숙사 근처에 있는 이온마켓(イオンマーケット)에 가서 장을 보고 나오려는데 포인트 카드를 신청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뭔가 마트의 포인트 카드를 만드는게 '내가 일본에서 산다!'라는 상징이 되는 것 같아서 꼭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어제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이온에 등록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노력을 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문맹으로 사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도대체 왜 나를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는 것인지 괜히 억울했다.



오늘 재도전해보고 안 되면 마트 직원에게 가서라도 꼭 신청하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사이트(https://www.smartwaon.com)에 들어가서 회원 등록을 시도했다. 성공했다! 어제랑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왜 어제는 안 됐던 걸까 궁금했지만, 그것까지 생각하기에는 회원 등록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렇게 귀여운 와온 포인트 카드의 종류를 볼 수 있다. 그 중 내가 가진 카드는 첫 번째 카드다. 지역 별로 나오는 카드도 있어서 '오사카 한정 카드'도 볼 수 있었지만, 가입비 300엔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가입비가 필요없는 첫번째 카드로 선택했다. 적립은 모두 똑같이 200엔에 1포인트씩이다. 별 거 아닌 포인트 카드 가입에도 이렇게 힘이 들고, 이렇게 기쁘다니... 오늘 저녁은 이온몰에 가서 장 봐온 것으로 먹을 거다! 그리고 당당하게 포인트를 적립해야지!




지난 일주일 동안 여행을 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 보다, 오늘 반 나절 동안 대화한 양이 더 많을 듯 싶다. 그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말을 했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친해지는 것보다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어제 시간이 많아서 휴대폰 사진첩을 정리했다. 어느 날인지는 기억 나지만 언제 찍었는 지는 모르겠는 사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사진들은 대부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찍은 사진이다. 그런 사진에 꼭 빠지지 않고 있는 친구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든 연락하면 함께 술을 마셔주고, 어떤 일이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다. 이 친구에게는 굳이 숨기거나 감출 것이 없지만, 항상 서로 간의 거리가 유지되는 편한 친구다. 이 친구를 떠올리고 있자니 문득 '이런 친구가 없는 이곳이 외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첩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자 떠나고만 싶었던 한국이 그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괜찮다. 이곳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울 그곳이 될 거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소중하게 기억할 게 있기 때문에 드는 감정이다. 이곳에서도 소중한 기억들이 생기기를 바란다.


마지막은 앞으로 힘내자는 의미에서 나의 책꽃이의 피카츄들.... 간밧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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