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변 소음이 없어서인지 게스트하우스에서 잤을 때보다 푹 자고 오래 잤다. 개운한 몸으로 정리를 하고 여행의 종착지인 오사카로 가는 기차를 탔다.

아침으로는 요거트와 빵!

위에 다이사큐(大砂丘, 모래언덕)라는 빵은 하마마츠 역에 있는 오미야게 가게에서 고르고 골라 구매한 빵이다. 시즈오카 현에 속하는 엔슈(遠州)라는 고장의 유명한 빵이라고 하는데 이름이 재미있어서 골랐다. 치즈크림 빵인데 왜 '모래언덕'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궁금했는데, 먹어보니 알겠다. 달지 않은 치즈크림에 작은 알갱이? 가루? 같은게 있는데 이게 꼭 모래같았다. 너무 달지 않고 담백해서 맛있었다.

2.
오사카 역에 도착했다. 사실 다른 곳은 여행하는 기분으로 갔지만, 오사카는 앞으로 1년 동안 생활할 곳이기 때문에 기숙사에 입주하기 전에 준비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밥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게스트하우스 주변에 먹을 데가 없나 둘러봤다. 주변에 카레 가게가 두 개나 있었다. 가격은 둘 다 780엔으로 같았는데, 둘 중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스파이스 (スパイス、매운)' 카레라고 광고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가게 내부는 깔끔했고, 카레 종류에는 부타 카레(돼지고기 카레)와 규카레(소고기 카레)가 있었다.
나는 부타카레를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자 엄청나게 큰 그릇에 카레와 밥, 샐러드, 그리고 돼지고기 덩어리가 가득 담겨 나왔다. 양에 놀라고 맛에 한 번 더 놀랐다. 이제껏 먹어보지 못했던 카레 맛이다. 뭐라고 말 할 수 없을 만큼의 충격이었다. 오사카에는 카레 가게가 꽤 많은데, 인스타그램에 보면 오사카에서 카레 가게들을 찾아다니는 소위 '카레 덕후'들을 볼 수 있다. 나도 오사카에서 카레야들을 찾아 다니는 카레 덕후가 될 것 같다.

3.
배부르게 카레를 먹고 저녁 때까지 쇼핑을 다녔다. 사실 쇼핑이라기 보다는 생필품 구하기였다. 3coins라는 300엔 샵에 가서 빨래망 등등을 구매하고, 무인양품에 가서 스킨, 로션, 클린징 오일, 샴푸, 바디워시 등등을 샀다. 일본에서는 무인양품이 중저가 브랜드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제품을 쓰는 것이 불안하기도 해서 피부에 닿는 것은 모두 무인양품에서 구매했다(사실 귀찮아서 한 군데서 사버렸다). 그리고 덴마크의 다이소라는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에서 구경하다 귀여운 에코백을 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안 샀다. 도큐핸즈에 가서 언니와 친구에게 써서 보낼 편지지를 구매하고 나니 어느새 6시가 넘었다. 많이 산 것도 없는데 지갑은 가벼워지고 양손은 무거워졌다.

4.
저녁을 먹기는 먹어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는 게 귀찮아서 '오사카'하면 떠오르는 타코야끼를 먹기로 했다.
오사카 역 주변의 유명한 타코야끼 가게를 검색해보니 다들 하나다코(はなだこ)라는 곳을 추천했다. 마침 내가 있는 곳과도 가까워서 주저 않고 갔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현지인도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인 것 같았다. 메뉴는 그냥 타코야끼와 네기타코(ネギタコ, 파 타코야끼)가 있다. 계산을 할 때 포장인지 여기서 먹을 건지 물어보는데, 바쁠 것도 없고 옆에서 따뜻한 타코야끼를 먹고 있는 아저씨가 부러워서 먹고 가기로 했다. 앉을 좌석이 있는 것은 아니고 바로 옆에서 서서 먹을 수 있게 되어있다.
젓가락을 들고 서서 타코야끼만드는 것을 구경하면서 서 있으려니까 곧 나의 네기타코가 나왔다.

일단 비주얼에 압도된다. 저 파의 양... 그리고 맛도 장난이 아니다. 동그란 타코야끼는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반죽의 크기가 거의 1.5배로 컸고, 안에는 문어 숙회 마냥 문어가 통째로 들어가 있었드. 그리고 소스와 파와 마요네즈가 정말 잘 어울렸다.

5.
카레와 타코야끼로 행복해진 나는 오사카로 교환학생 오기를 정망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파블로 치즈케이크를 발견했다.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혼자 하나를 다 먹을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그냥 가려는데 바로 옆에 비어드 파파가 있었다. 슈크림 하나 정도면 디저트로 딱 적당할 것 같아서 파이 슈 (160엔)를 하나 사먹었다.

이것마저 맛있어!!!!!
食い倒れる大阪(먹다 망하는 오사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맛있는게 많다니... 오사카에서의 생활이 기대된다.

이렇게 청춘18티켓을 가지고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왔다갔다한 나의 정신 없고 대책 없는 여행이 끝났다.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여행 일기가 아니라 일본 교환학생의 생활 일기가 되겠지.
1.
드디어 다른 도시로 옮기는 날! 하마마츠로 간다! 이번 숙소는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호텔이다. 푹 쉴 수 있겠지... 후지산 등산 이후로 누적된 피로를 혼자 호텔에서 쉬며 풀 생각에 아침 일찍부터 기차를 타고 하마마츠로 향했다.

자그마치 4시간 50분의 기차여행이다. 그래도 3일만에 타는 기차라서 조금 들떴다. 기차 안에서 아침으로 먹을 커피우유를 샀다. 

85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치고는 퀄리티가 높았다. 커피우유도 마시고, 치비마루코도 읽고, 일기도 정리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하마마츠에 도착했다.

2.
하마마츠는 교자(餃子)와 장어(ウナギ, 우나기)로 유명한 곳이다. 중국에 갔다온 일본인들이 교자(만두)를 만들어서 먹은 게 그 유래라고 하는데, 하마마츠 시에만 300개가 넘는 교자 가게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마마츠 역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교자, 교자, 그리고 장어다.
우나기는 그렇게 끌리지 않아서 교자를 먹기로 했다. 교자에 생맥주만큼 어울리는 조합은 없다. <와카코와 술>이라는 만화가 있다. 드라마화 되어서 한국에서도 방영된 것으로 안다. 오피스 레이디인 와카코가 매일 일이 끝나고 한 잔하러 가는 이야기인데 나는 그 드라마를 보며 일본의 술문화를 배웠다.
와카코가 먹은 메뉴 중 가장 부러웠던 게 이 교자와 생맥주다.
최근에는 <집을 파는 여자>라는 일본드라마에서 주인공 사치가 일이 끝나고 혼자 교자에 생맥주를 먹으러 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여튼 이러저러한 미디어의 영향으로 교자에 생맥주는 나의 로망이었다. 이걸 교자의 고장 하마마츠에서 이루게 되다니... 그러나 시간이 문제였다. 내가 먹으려는 시간은 오후 2시였고, 관광 온 가족이 찾을 것 같은 깔끔한 식당에서 대낮부터 교자에 나마비루를 먹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무리 나라도 좀 부끄러웠다.
그래서 주변을 탐색할 겸 걷다가 발견한 허름한 라멘가게! 교자는 역시 라멘 가게지!

사실 바로 들어갈 마음은 없었지만, 내 앞에 가는 아저씨를 따라 들어가고 말았다.

소박한 메뉴판, 그리고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 런치에는 라멘+교자+샐러드 세트가 800엔밖에 안 한다. 그렇지만 나는 다 먹을 자신이 없어서 교자만 주문했다. 그리고 부끄럽게 "今、生ビル…できますか? (지금 생맥주 되나요?)"라고 물어봤더니 웃으면서 된다고 하셨다. 앗싸.

그렇게 나온 나의 교자와 나마비루...♡
하마마츠의 교자는 보통 숙주나물과 함께 먹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뭔들 어떠하리.

3.
대낮부터 맥주를 먹고 취하여 4시에 호텔에 들어가서 노트북으로 영화보고 잤다...
호텔이 너무 좋았다. 사우스 가든 호텔 추천합니다. 역에서도 가깝고, 싱글룸인데도 일본 답지 않게 넒고, 서비스 좋아요. 너무 좋아서 밖에 안 나가고 싶을 정도에요.

이렇게 하마마츠가 끝났다....

1.
닛포리에 있는 와사비 게스트 하우스에서 눈을 뜬 두 번 째 날이다.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5시 반이었다. 며칠 째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예전에 유럽여행 했을 때는 잘 잤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통 잠을 못 잔다. 등상 후유증으로 몸이 아픈 것도 있지만, 작은 소리에도 바로 깨버려서 계속 피곤함이 쌓인다. 아무래도 다음 여행부터는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못 잘 것 같다.

씻고 나와서 정리를 하고, 숙소를 옮길 채비를 하고 있는데 한 일본인이 말을 걸었다. 게스트하우스 조식 신청을 했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했더니 자신의 조식권을 주었다. 게스트 하우스의 조식권은 전 날에 사면 300엔이고 당일 구매하면 500엔이다. 편의점에만 가도 400~500엔은 쉽게 넘기기 때문에 300엔이면 상당히 괜찮은 가격이지만, 나는 아침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았었다.
물론 공짜로 준다면 먹는다. 특히 오늘처럼 원치 않게 일찍 일어나서 시간이 많은 날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와이파이를 마음껏 사용하며 조식을 즐기게 되는 건 행운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해도 돈을 주고 산 조식권을 나에게 주다니... 일단은 거절했다. 그랬더니 자신은 더 잘 생각인데, 나는 일찍 가는 것 같으니까 먹고 가라고 했다. 친절도 하셔라. 예의상 두어번 더 거절하고 감사하게 받았다^_^
그 뒤로 이야기를 좀 나누었는데 이 분은 도쿄의 가나자와에 살고 있는데 게스트 하우스 운영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 저기 숙박을 하고 있는 중이셨다.

기껏해야 300엔 짜리 조식이니까 '빵과 토스트, 잘 나오면 스프가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상당히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토스트와 잼, 잘 지어진 밥과 카레가 있었다. 나는 당연히 밥과 카레 쪽이다. 카레 냄비의 뚜껑을 열었더니 무려 가지 버섯 카레다! 야채 카레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나는 감격을 하며 접시에 담았다. 옆에 카레 보울이 있던 것을 못 보고 접시에 담아버려서 묽은 카레가 접시 한 가득 찬 것은 실수였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거기에다 옆에는 요거트와 오트밀까지 있었다. 와... 카레와 요거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두 가지인데 어떻게 알고...(〃ω〃)

조식 시작 시간인 6시 반에 딱 맞춰 먹은 거라 사람도 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밥먹기 최적의 조용한 환경까지 갖춰져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었다. 조식권을 주신 가나자와 출신의 30세 일본인 남성분 감사합니다.

2.
야마노테센을 타고 닛포리에서 신주쿠로 갔다. 이번 숙소는 쿠야쿠쇼마에 캡슐 호텔이다. 프론트에 짐을 맡기고 근처 카페를 검색했다. 처리할 일들이 몇 가지 있어서 오전을 카페에서 보낼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도쿄 여행을 하며 둘러본 카페를 분류해보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크게는 개인 카페와 체인점으로 나뉜다. 한국 같았으면 분위기 좋은 아무 카페나 갔겠지만, 일본은 충전(充電, チャージ )을 하면 안 되는 카페도 많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는 곳도 많기 때문에 아무데나 들어갈 수는 없었다. 체인점 카페를 가기로 하고 주변을 검색해봤다.

첫째, 스타바(スタバ, 스타벅스)는 충전도 되고 와이파이도 되지만 너무 사람이 많아서 탈락.
둘째,  도토루(ドトール)는 3층까지 있어서 좋아보였지만 와이파이도 안되고 충전도 할 수 없었다.
셋째, 산마루쿠 (サンマルク)는 초코 크루아상으로 유명한 곳인데 아침을 잘 먹어서 그건 별 관심이 없었다. 와이파이는 되었으나 충전이 불가능했다.
마지막이 타리즈(tully's coffee, タリーズ)였다. 여기도 안 되면 맥도날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도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 그를 위한 좌석도 있었다.

3. 타리즈에서 열심히 할 일을 처리하고 나니 1시였다. 배가 고파져서 점심으로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아침에 먹은 카레가 너무 맛있었어서 점심도 카레를 먹고 싶었다. 그래서 마침 인터넷도 되겠다 주변을 검색해봤더니 "curry up"이라는 가게가 나왔다. 사실 내가 정말 먹고 싶었던 카레는 카가와 테루유키가 어느 방송에서 추천했던 blake라는 카레 가게였지만, 일요일에는 영업을 안해서 포기했다.
Curry up은 내가 있는 신주쿠 산초메에서 신주쿠코엔(신주쿠공원)을 지나 센다가야 쪽으로 가야했다.
신주쿠코엔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언어의 정원>의 배경이다.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봤던 터라 꼭 들르고 싶었지만, 1시가 넘은 한낮에 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비가 오는 여름의 아침 7시나 8시 쯤, 남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초콜렛을 들고 찾아야 할 것만 같았다. 이렇게 핑계를 댔지만 사실 배가 고파서 지나쳤다.
 
4.
Curry up은 센다가야에서 하라주쿠로 가는 길에 있었다. 메이지 신궁 부근이기도 하다. 이 근처는 편집숍도 많고 고가의 맨션이나 단독 주택이 많다. 언뜻 보기에도 부유해보이는 동네다. 일본에서, 그것도 도쿄에서 부유한 사람들이면 얼마나 부자일까, 땅 값은 얼마고 집세는 얼마일까, 자가일까 전세일까, 차는 아우디일까 BMW일까 벤츠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외국차? 이런 생각을 하다가 도저히 얼마일지 계산이 안 되길래 멈췄다.
박민규의 소설집 <카스테라>의 어느 단편에서 '계산'을 언급했던 게 떠올랐다. 내 인생에 계산들은 1시간 7800원의 근로장학생 아르바이트 시급, 1학기 350만 원의 대학 등록금, 교환학생 1년을 위한 1000만 원, 코어사업 장학금으로 매달 지급되는 50만원, 한국에 돌아가서 구해야 할 원룸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50만원 등등. 수 많은 '계산'들이 머리 속을 지나갔다.

그러다 도착한 curry up. 900엔의 카레. 먹자. 먹고 살기 위한 계산이니까 일단은 먹자.

작은 가게였다. 서촌이나 성북동에 있을 법한 외국식의 작은 식당이다. 2시가 넘었는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주방에는 일본인 한 명과 인도나 그 쪽에서 왔을 것 같은 외국인이 카레를 만들고 있었다. 인도 카레 전문점이니까 인도인이라고 내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주문은 やさいカレー&バタチキンカレー(야채카레와 버터치킨카레) 반반 S사이즈로 했다.
맛은 내가 아는 그 인도식 카레다. 확실히 루카레인 일본식 카레보다는 깔끔한 느낌이고 향신료가 강하다. 나의 학교 근처에 있는 유명한 인도식 카레 식당 베나레스, 오샬, 비나 셋 중에서는 비나에 가까운 인도 카레 맛이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와서 아침엔 일본식 카레, 점심은 인도 카레, 그러면 저녁은 편의점 레토르트 카레로 할까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하라주쿠로 걸었다.

5.
하라주쿠는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유명한 크레페 집들이 많은데, 크레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칼로리도 높아서 먹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쇼핑을 할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아사쿠사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통과했다.

6.
일찍 숙소에 들어와서 누웠다. 캡슐 호텔은 생각보다 훠어얼씬 편안했다. 무엇보다 깔끔하고 독립적인 공간이 보장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었다!!

츠마부키 사토시를 본방송으로 보게 되다니!!!

오늘도 이렇게 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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