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부터 7일까지 오키나와를 여행했다.

'겨울에 왠 오키나와?' 하겠지만,

애초에 나는 해양 스포츠를 즐기지도 않을 뿐더러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가장 먼저 벚꽃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떠났던 오키나와 여행이 벌써 일주일 전의 이야기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따뜻한 추억으로 남은 이 여행의 이야기는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올릴 예정이다.

그 중에 오늘은 '오하코르테'라는 타르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하코르테'는 국제거리에도 있는 유명한 카페 겸 베이커리다.

특히 국제 거리에 있는 큰 카페에서는 모닝 브런치가 유명하다.


하지만 오하코르테는 사실 후르츠 타르트 전문점이다.

tarte!tarte!tarte!


내가 방문한 곳은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小禄店 인데, 망가쇼고에 들르기 위해 갔던 곳으로 관광지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하코르테 베이커리 카페도 굉장히 작았고, 빵 종류는 팔고 있지 않았다.









외관부터 조용한 카페의 분위기가 좋았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차분함과 단정함도 마음에 들었다.

카페의 분위기에 취해 나도 수줍게 타르트 하나를 골라서 주문했다.

과일들이 가득 올라간 타르트들도 있었지만,

점심을 막 먹은 배부른 상태라서 가장 기본적인 것 처럼 보이는

'쇼콜라 오렌지' 타르트를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서 조금 기다리면 이렇게 예쁘게 세팅된 타르트가 나온다.

접시와 포크, 나이프도 너무 귀엽고 물수건 마저 아기자기 하다.

이런 세세한 것에 감동하다가 타르트를 한 입 먹었는데,

와 정말 맛있다.


과하게 달지 않고 쓰지도 않다.

쇼콜라와 오렌지가 잘 어울리는 걸 너머 그냥 원래부터 이런 것 같다.

여태껏 먹어본 타르트 중에 가장 맛있었다.

폭신폭신 할 것 같아보이지만 의외로 딱딱해서 씹는 맛도 느낄 수 있다.

분위기도 한 몫하지만 일단 타르트 자체가 맛있다.

다른 타르트들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과유불급이다.


이 하나가 이렇게 맛있었으니 오히려 그 맛을 잊게 할까봐 꾹 참았다.


타르트 하나에 오바하는 것 같지만,

여행의 마지막이 이렇게 맛있는 타르트였어서

5일간의 오키나와 여행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고마운 타르트다.


2016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날,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 소설 <69-식스티 나인>을 읽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내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소수의 예외적인 선생을 제외하고, 그들은 정말로 소중한 것을 내게서 빼앗아 가버렸다. 그들은 인간을 가축으로 개조하는 일을 질리지도 않게 열심히 수행하는 '지겨움'의 상징이었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오히려 옛날보다 더 심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건, 선생이나 형사라는 권력의 앞잡이는 힘이 세다. 그들을 두들겨 패보아야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우리 쪽이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싸움이다. 나는 그 싸움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도 즐겁게 살야야지, 라는 결심을 하고 잠이 들었다.

변덕이 심한 편이지만 이번 결심은 꽤 오래 이어져서 다음 날 아침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어디론가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떠날까 고민하다가 이전에 계획은 다 세워 놓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가지 못했던 교토 이치죠지에 가기로 했다.


이전부터 교토 이치죠지에 있는 게이분샤(恵文社)라는 서점에 가고 싶었다. 본래 독립 서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인스타그램에서 본 이 작은 서점인데 간판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더 중요한 이유는 라멘이다. 이치죠지는 맛있는 라멘이 많은 골목으로 유명하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그대로 전차를 타고 출발했다.

아와지 역에서 한큐 교토 선으로 환승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툭 치며 아는 척 해왔다.

도쿄 여행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는 지인이었다.  비록 나의 차림새는 볼품 없었지만 부끄러움보다 반가운 마음이 컸다.

열차가 곧 도착한다는 방송을 들으면서 도쿄의 오미야게라며 급하게 '도쿄 바나나'의 포장을 풀어 하나 건네 주었다.

나는 같은 기숙사에 사니까 저녁 때면 또 볼 수 있는데 지금 주겠다며 그렇게 급하게 포장을 푸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감사히 받았다.



아침도 안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전차에 타서 허겁지겁 먹었다.

부드러운 빵에 달콤한 바나나 잼? 앙금? 여튼 속이 잘 어울어져서 정말 맛있었다.


특급 가와라마치 행을 탔기 때문에 35분 정도가 지나자 교토 가와라마치 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이치죠지까지 1시간 반 정도를 걸을 예정이다.

버스를 이용하면 한 번에 편하게 가지만, 혼자 여행을 할 때는 왠만한 거리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게 여행 중에 내가 빨리 지쳐 버리는 원인이지만...

혼자 여행할 때는 시간도 많고 걸으면서 구경할 수 있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걷는다.


가와라마치에서 이치죠지까지 가는 길은 크게 두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 가모가와 강변을 따라 걷는 길과 헤이안 신궁을 지난 후로 걷는 골목길이다.




역시 나는 가모가와 강을 봐야 교토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기온 거리나 게이샤의 모습도 교토를 대표하는 풍경이지만 나에게 교토는 가모가와 강을 따라 걸을 때 가장 실감이 난다.

날씨도 좋아서 강변을 따라 걷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1시간을 넘게 걸으니 드디어 이치죠지 골목에 진입했다.

우선은 첫 번째 목적인 라멘야로 갔다.

이치죠지 골목에는 간사이에서 유명한 라멘집들이 모여 있다.

대표적인 곳들이다.


이 중에 '天天有'와 '高安'도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한 곳이지만,

내가 오늘 목표로 정한 곳은 '極鶏(곡케이)'라는 곳이다.

ドロドロ(질척질척, 걸쭉걸쭉)한 국물로 유명세를 탄 닭 육수 라멘 전문점이다.



11시 30분이 오픈 시간이고, 내가 곡케이에 도착한 게 11시 45분 쯤이었는데 이미 사람이 많아서 대기표를 받아야 했다.

1시 쯤에 다시 오라는 것이다. 인기가 많다고는 해도 이 정도일 줄이야.

순간적으로 '내가 이 정도를 기다려서 이 라멘을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고 다른 라멘 집을 갈까 고민했지만,

딱히 바쁜 것도 아니니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기다리는 동안 두 번째 목적인 근처의 게이분샤 서점에 가기로 했다.


바로 내 앞에 대기표를 받았던 젊은 일본인 남자 일행 4명도 뭐하면서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가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엿들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1시까지 한 시간 넘게 남았어' '뭐하지?' '배도 고파' '못참겠어' '다른 라멘야도 유명한데 많은데 가볼래?'

'그래 한 시간이나 남았으니까 일단 하나 먹고, 여기에 또 먹으러 오면 되겠다'


나도 배는 고프지만, 나는 한 번에 한 끼밖에 못 먹는 위장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더 참고 일단 게이분샤 서점으로 향했다.



사진으로 간판만 봤기 때문에 작은 동네 서점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 외였다.

외부도, 내부도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가득 차있었다.

직원들이 직접 읽은 책만 서점에 진열한다는 규칙이 있는 곳인데,

이 넓은 곳에 이 많은 책들을 다 읽고 진열하려면 과로사하겠다는 개구진 생각도 들었다.

마침 새로운 스태프를 모집하고 있었는데,

한 때 서점 직원이 꿈이었던 나였기에 관심있게 봤지만 서점의 크기와 책의 양에 빠르게 단념했다.



드디어 약속한 한 시가 되었다.

혹시라도 늦으면 차례가 밀릴까봐 한 시에 딱 맞춰서 갔다.

이 때에도 사람이 많아서 지금 번호표를 받으면 2시 40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가게 앞에서도 더 기다려서 드디어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내부의 사진은 규정 상 찍을 수 없었고, 메뉴판만 찍었다.

기본적인 라멘이 800엔 ~ 1000엔 정도 하는 데에 비해 모든 메뉴가 700엔으로 저렴했다.



나는 가장 기본인 鳥だく(토리다쿠)를 주문했다.

( 사실 주문은 가게 안에 들어오기 전에 한다. )

라멘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 봤다.

작은 가게이지만 깔끔했다.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계산을 할 때마다, 자리에 앉고 일어날 때마다

라멘야만의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로 가게의 직원들은 '이랏샤이마세-'와 '오오키니-'를 크게 외쳤다.

손님이 많고 회전율이 빠른데도 불구하고 청결했고, 가게 안에서 부터는 더 기다리거나 하는 불편함이 없었다.

한쪽에는 곡케이 컵라면도 전시되어 있었다.


드디어 라멘이 나왔다...!



와! 이건 본 적이 없는 비주얼이야!!!

혼자서 감탄을 하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내 옆에 앉은 라멘 동호회에서 만난 것 같은 커플은 들어오기 전 같이 줄을 서 있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프로의 향기를 풍기더니,

라멘이 나오자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조용히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라멘 프로가 아니기에 일단 사진부터 찍었다.


그리고 면을 국물에 푹 담궈서 한 입 먹었다.

와... 진짜 절로 감탄이 나온다.

먹어 본 적이 없는 식감이다. 정말 진한 국물이다.

백숙 국물과 비슷할 정도의 깊은 닭 육수지만, 그보다 더 진하고 강렬하다.



한 입 먹고 그 도로도로함에 너무나 감탄해서 사진을 더 찍었다.

국물도 국물이지만 면이 국물과 너무 잘 어우러져서 계속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위에 올라간 파 고명도 입맛을 잡아주는 데에 한 몫했다.

보기에는 느끼해보이는데 오히려 먹을 수록 개운하다.

이런 마성의 라멘이 있다니!!!


내가 여태껏 먹었던 라멘 중에 가장 맛있었던 라멘은 삿포로 라멘 요코초의 '버터콘 미소 라멘'이었다.

그 라멘도 전형적인 라멘은 아니지만, 어쨌든 비교적 전형적인 라멘 중 가장 맛있었다.

그런데 이건 퓨전 신세대의 라멘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젊은이들의 라멘이다.

진짜 맛있다.  


아부라 소바나 츠케멘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국물을 선호해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리는 게 아깝지 않은 맛이다.



라멘을 먹은 뒤에는 부른 배로 행복하게 걸어서 헤이안 진구(헤이안 신궁)에 갔다.


곧 신년이기도 하고,

며칠 뒤에 한국에 잠깐 가니까 그 때 가족에게 전해줄 오마모리(부적같은 것)를 살까해서 일부러 찾아 갔다.

막상 사려고 이것 저것 보고 있는데,

이왕 사는 거 신년에 소원 빌러 신사 갔을 때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안 사고 그냥 나왔다.


다시 가와라마치 역까지 걸어 오니 4시가 넘었다.

추운 날씨에 꽤 오래 걸었더니 완전히 지쳐버렸다.



오늘의 여행으로 내가 조금 더 즐거워졌다고 할 수 있을까?


꽤나 즐거워졌다.



 

1.
주변 소음이 없어서인지 게스트하우스에서 잤을 때보다 푹 자고 오래 잤다. 개운한 몸으로 정리를 하고 여행의 종착지인 오사카로 가는 기차를 탔다.

아침으로는 요거트와 빵!

위에 다이사큐(大砂丘, 모래언덕)라는 빵은 하마마츠 역에 있는 오미야게 가게에서 고르고 골라 구매한 빵이다. 시즈오카 현에 속하는 엔슈(遠州)라는 고장의 유명한 빵이라고 하는데 이름이 재미있어서 골랐다. 치즈크림 빵인데 왜 '모래언덕'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궁금했는데, 먹어보니 알겠다. 달지 않은 치즈크림에 작은 알갱이? 가루? 같은게 있는데 이게 꼭 모래같았다. 너무 달지 않고 담백해서 맛있었다.

2.
오사카 역에 도착했다. 사실 다른 곳은 여행하는 기분으로 갔지만, 오사카는 앞으로 1년 동안 생활할 곳이기 때문에 기숙사에 입주하기 전에 준비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밥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게스트하우스 주변에 먹을 데가 없나 둘러봤다. 주변에 카레 가게가 두 개나 있었다. 가격은 둘 다 780엔으로 같았는데, 둘 중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스파이스 (スパイス、매운)' 카레라고 광고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가게 내부는 깔끔했고, 카레 종류에는 부타 카레(돼지고기 카레)와 규카레(소고기 카레)가 있었다.
나는 부타카레를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자 엄청나게 큰 그릇에 카레와 밥, 샐러드, 그리고 돼지고기 덩어리가 가득 담겨 나왔다. 양에 놀라고 맛에 한 번 더 놀랐다. 이제껏 먹어보지 못했던 카레 맛이다. 뭐라고 말 할 수 없을 만큼의 충격이었다. 오사카에는 카레 가게가 꽤 많은데, 인스타그램에 보면 오사카에서 카레 가게들을 찾아다니는 소위 '카레 덕후'들을 볼 수 있다. 나도 오사카에서 카레야들을 찾아 다니는 카레 덕후가 될 것 같다.

3.
배부르게 카레를 먹고 저녁 때까지 쇼핑을 다녔다. 사실 쇼핑이라기 보다는 생필품 구하기였다. 3coins라는 300엔 샵에 가서 빨래망 등등을 구매하고, 무인양품에 가서 스킨, 로션, 클린징 오일, 샴푸, 바디워시 등등을 샀다. 일본에서는 무인양품이 중저가 브랜드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제품을 쓰는 것이 불안하기도 해서 피부에 닿는 것은 모두 무인양품에서 구매했다(사실 귀찮아서 한 군데서 사버렸다). 그리고 덴마크의 다이소라는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에서 구경하다 귀여운 에코백을 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안 샀다. 도큐핸즈에 가서 언니와 친구에게 써서 보낼 편지지를 구매하고 나니 어느새 6시가 넘었다. 많이 산 것도 없는데 지갑은 가벼워지고 양손은 무거워졌다.

4.
저녁을 먹기는 먹어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는 게 귀찮아서 '오사카'하면 떠오르는 타코야끼를 먹기로 했다.
오사카 역 주변의 유명한 타코야끼 가게를 검색해보니 다들 하나다코(はなだこ)라는 곳을 추천했다. 마침 내가 있는 곳과도 가까워서 주저 않고 갔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현지인도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인 것 같았다. 메뉴는 그냥 타코야끼와 네기타코(ネギタコ, 파 타코야끼)가 있다. 계산을 할 때 포장인지 여기서 먹을 건지 물어보는데, 바쁠 것도 없고 옆에서 따뜻한 타코야끼를 먹고 있는 아저씨가 부러워서 먹고 가기로 했다. 앉을 좌석이 있는 것은 아니고 바로 옆에서 서서 먹을 수 있게 되어있다.
젓가락을 들고 서서 타코야끼만드는 것을 구경하면서 서 있으려니까 곧 나의 네기타코가 나왔다.

일단 비주얼에 압도된다. 저 파의 양... 그리고 맛도 장난이 아니다. 동그란 타코야끼는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반죽의 크기가 거의 1.5배로 컸고, 안에는 문어 숙회 마냥 문어가 통째로 들어가 있었드. 그리고 소스와 파와 마요네즈가 정말 잘 어울렸다.

5.
카레와 타코야끼로 행복해진 나는 오사카로 교환학생 오기를 정망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파블로 치즈케이크를 발견했다.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혼자 하나를 다 먹을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그냥 가려는데 바로 옆에 비어드 파파가 있었다. 슈크림 하나 정도면 디저트로 딱 적당할 것 같아서 파이 슈 (160엔)를 하나 사먹었다.

이것마저 맛있어!!!!!
食い倒れる大阪(먹다 망하는 오사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맛있는게 많다니... 오사카에서의 생활이 기대된다.

이렇게 청춘18티켓을 가지고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왔다갔다한 나의 정신 없고 대책 없는 여행이 끝났다.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여행 일기가 아니라 일본 교환학생의 생활 일기가 되겠지.
1.
드디어 다른 도시로 옮기는 날! 하마마츠로 간다! 이번 숙소는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호텔이다. 푹 쉴 수 있겠지... 후지산 등산 이후로 누적된 피로를 혼자 호텔에서 쉬며 풀 생각에 아침 일찍부터 기차를 타고 하마마츠로 향했다.

자그마치 4시간 50분의 기차여행이다. 그래도 3일만에 타는 기차라서 조금 들떴다. 기차 안에서 아침으로 먹을 커피우유를 샀다. 

85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치고는 퀄리티가 높았다. 커피우유도 마시고, 치비마루코도 읽고, 일기도 정리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하마마츠에 도착했다.

2.
하마마츠는 교자(餃子)와 장어(ウナギ, 우나기)로 유명한 곳이다. 중국에 갔다온 일본인들이 교자(만두)를 만들어서 먹은 게 그 유래라고 하는데, 하마마츠 시에만 300개가 넘는 교자 가게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마마츠 역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교자, 교자, 그리고 장어다.
우나기는 그렇게 끌리지 않아서 교자를 먹기로 했다. 교자에 생맥주만큼 어울리는 조합은 없다. <와카코와 술>이라는 만화가 있다. 드라마화 되어서 한국에서도 방영된 것으로 안다. 오피스 레이디인 와카코가 매일 일이 끝나고 한 잔하러 가는 이야기인데 나는 그 드라마를 보며 일본의 술문화를 배웠다.
와카코가 먹은 메뉴 중 가장 부러웠던 게 이 교자와 생맥주다.
최근에는 <집을 파는 여자>라는 일본드라마에서 주인공 사치가 일이 끝나고 혼자 교자에 생맥주를 먹으러 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여튼 이러저러한 미디어의 영향으로 교자에 생맥주는 나의 로망이었다. 이걸 교자의 고장 하마마츠에서 이루게 되다니... 그러나 시간이 문제였다. 내가 먹으려는 시간은 오후 2시였고, 관광 온 가족이 찾을 것 같은 깔끔한 식당에서 대낮부터 교자에 나마비루를 먹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무리 나라도 좀 부끄러웠다.
그래서 주변을 탐색할 겸 걷다가 발견한 허름한 라멘가게! 교자는 역시 라멘 가게지!

사실 바로 들어갈 마음은 없었지만, 내 앞에 가는 아저씨를 따라 들어가고 말았다.

소박한 메뉴판, 그리고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 런치에는 라멘+교자+샐러드 세트가 800엔밖에 안 한다. 그렇지만 나는 다 먹을 자신이 없어서 교자만 주문했다. 그리고 부끄럽게 "今、生ビル…できますか? (지금 생맥주 되나요?)"라고 물어봤더니 웃으면서 된다고 하셨다. 앗싸.

그렇게 나온 나의 교자와 나마비루...♡
하마마츠의 교자는 보통 숙주나물과 함께 먹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뭔들 어떠하리.

3.
대낮부터 맥주를 먹고 취하여 4시에 호텔에 들어가서 노트북으로 영화보고 잤다...
호텔이 너무 좋았다. 사우스 가든 호텔 추천합니다. 역에서도 가깝고, 싱글룸인데도 일본 답지 않게 넒고, 서비스 좋아요. 너무 좋아서 밖에 안 나가고 싶을 정도에요.

이렇게 하마마츠가 끝났다....

1.
닛포리에 있는 와사비 게스트 하우스에서 눈을 뜬 두 번 째 날이다.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5시 반이었다. 며칠 째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예전에 유럽여행 했을 때는 잘 잤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통 잠을 못 잔다. 등상 후유증으로 몸이 아픈 것도 있지만, 작은 소리에도 바로 깨버려서 계속 피곤함이 쌓인다. 아무래도 다음 여행부터는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못 잘 것 같다.

씻고 나와서 정리를 하고, 숙소를 옮길 채비를 하고 있는데 한 일본인이 말을 걸었다. 게스트하우스 조식 신청을 했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했더니 자신의 조식권을 주었다. 게스트 하우스의 조식권은 전 날에 사면 300엔이고 당일 구매하면 500엔이다. 편의점에만 가도 400~500엔은 쉽게 넘기기 때문에 300엔이면 상당히 괜찮은 가격이지만, 나는 아침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았었다.
물론 공짜로 준다면 먹는다. 특히 오늘처럼 원치 않게 일찍 일어나서 시간이 많은 날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와이파이를 마음껏 사용하며 조식을 즐기게 되는 건 행운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해도 돈을 주고 산 조식권을 나에게 주다니... 일단은 거절했다. 그랬더니 자신은 더 잘 생각인데, 나는 일찍 가는 것 같으니까 먹고 가라고 했다. 친절도 하셔라. 예의상 두어번 더 거절하고 감사하게 받았다^_^
그 뒤로 이야기를 좀 나누었는데 이 분은 도쿄의 가나자와에 살고 있는데 게스트 하우스 운영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 저기 숙박을 하고 있는 중이셨다.

기껏해야 300엔 짜리 조식이니까 '빵과 토스트, 잘 나오면 스프가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상당히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토스트와 잼, 잘 지어진 밥과 카레가 있었다. 나는 당연히 밥과 카레 쪽이다. 카레 냄비의 뚜껑을 열었더니 무려 가지 버섯 카레다! 야채 카레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나는 감격을 하며 접시에 담았다. 옆에 카레 보울이 있던 것을 못 보고 접시에 담아버려서 묽은 카레가 접시 한 가득 찬 것은 실수였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거기에다 옆에는 요거트와 오트밀까지 있었다. 와... 카레와 요거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두 가지인데 어떻게 알고...(〃ω〃)

조식 시작 시간인 6시 반에 딱 맞춰 먹은 거라 사람도 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밥먹기 최적의 조용한 환경까지 갖춰져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었다. 조식권을 주신 가나자와 출신의 30세 일본인 남성분 감사합니다.

2.
야마노테센을 타고 닛포리에서 신주쿠로 갔다. 이번 숙소는 쿠야쿠쇼마에 캡슐 호텔이다. 프론트에 짐을 맡기고 근처 카페를 검색했다. 처리할 일들이 몇 가지 있어서 오전을 카페에서 보낼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도쿄 여행을 하며 둘러본 카페를 분류해보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크게는 개인 카페와 체인점으로 나뉜다. 한국 같았으면 분위기 좋은 아무 카페나 갔겠지만, 일본은 충전(充電, チャージ )을 하면 안 되는 카페도 많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는 곳도 많기 때문에 아무데나 들어갈 수는 없었다. 체인점 카페를 가기로 하고 주변을 검색해봤다.

첫째, 스타바(スタバ, 스타벅스)는 충전도 되고 와이파이도 되지만 너무 사람이 많아서 탈락.
둘째,  도토루(ドトール)는 3층까지 있어서 좋아보였지만 와이파이도 안되고 충전도 할 수 없었다.
셋째, 산마루쿠 (サンマルク)는 초코 크루아상으로 유명한 곳인데 아침을 잘 먹어서 그건 별 관심이 없었다. 와이파이는 되었으나 충전이 불가능했다.
마지막이 타리즈(tully's coffee, タリーズ)였다. 여기도 안 되면 맥도날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도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 그를 위한 좌석도 있었다.

3. 타리즈에서 열심히 할 일을 처리하고 나니 1시였다. 배가 고파져서 점심으로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아침에 먹은 카레가 너무 맛있었어서 점심도 카레를 먹고 싶었다. 그래서 마침 인터넷도 되겠다 주변을 검색해봤더니 "curry up"이라는 가게가 나왔다. 사실 내가 정말 먹고 싶었던 카레는 카가와 테루유키가 어느 방송에서 추천했던 blake라는 카레 가게였지만, 일요일에는 영업을 안해서 포기했다.
Curry up은 내가 있는 신주쿠 산초메에서 신주쿠코엔(신주쿠공원)을 지나 센다가야 쪽으로 가야했다.
신주쿠코엔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언어의 정원>의 배경이다.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봤던 터라 꼭 들르고 싶었지만, 1시가 넘은 한낮에 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비가 오는 여름의 아침 7시나 8시 쯤, 남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초콜렛을 들고 찾아야 할 것만 같았다. 이렇게 핑계를 댔지만 사실 배가 고파서 지나쳤다.
 
4.
Curry up은 센다가야에서 하라주쿠로 가는 길에 있었다. 메이지 신궁 부근이기도 하다. 이 근처는 편집숍도 많고 고가의 맨션이나 단독 주택이 많다. 언뜻 보기에도 부유해보이는 동네다. 일본에서, 그것도 도쿄에서 부유한 사람들이면 얼마나 부자일까, 땅 값은 얼마고 집세는 얼마일까, 자가일까 전세일까, 차는 아우디일까 BMW일까 벤츠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외국차? 이런 생각을 하다가 도저히 얼마일지 계산이 안 되길래 멈췄다.
박민규의 소설집 <카스테라>의 어느 단편에서 '계산'을 언급했던 게 떠올랐다. 내 인생에 계산들은 1시간 7800원의 근로장학생 아르바이트 시급, 1학기 350만 원의 대학 등록금, 교환학생 1년을 위한 1000만 원, 코어사업 장학금으로 매달 지급되는 50만원, 한국에 돌아가서 구해야 할 원룸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50만원 등등. 수 많은 '계산'들이 머리 속을 지나갔다.

그러다 도착한 curry up. 900엔의 카레. 먹자. 먹고 살기 위한 계산이니까 일단은 먹자.

작은 가게였다. 서촌이나 성북동에 있을 법한 외국식의 작은 식당이다. 2시가 넘었는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주방에는 일본인 한 명과 인도나 그 쪽에서 왔을 것 같은 외국인이 카레를 만들고 있었다. 인도 카레 전문점이니까 인도인이라고 내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주문은 やさいカレー&バタチキンカレー(야채카레와 버터치킨카레) 반반 S사이즈로 했다.
맛은 내가 아는 그 인도식 카레다. 확실히 루카레인 일본식 카레보다는 깔끔한 느낌이고 향신료가 강하다. 나의 학교 근처에 있는 유명한 인도식 카레 식당 베나레스, 오샬, 비나 셋 중에서는 비나에 가까운 인도 카레 맛이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와서 아침엔 일본식 카레, 점심은 인도 카레, 그러면 저녁은 편의점 레토르트 카레로 할까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하라주쿠로 걸었다.

5.
하라주쿠는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유명한 크레페 집들이 많은데, 크레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칼로리도 높아서 먹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쇼핑을 할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아사쿠사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통과했다.

6.
일찍 숙소에 들어와서 누웠다. 캡슐 호텔은 생각보다 훠어얼씬 편안했다. 무엇보다 깔끔하고 독립적인 공간이 보장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었다!!

츠마부키 사토시를 본방송으로 보게 되다니!!!

오늘도 이렇게 가는 구나....

1.
진보초를 나와서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덕후들의 성지라는 아키하바라! 만화는 많이 보는 편이지만 아키하바라에 있을 법한 애니메를 보지는 않아서 '이거를 반드시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간 것은 아니었다. 전자제품에도 그닥 관심이 없어서... 아키하바라에서 내가 둘러볼 곳은 돈키호테정도 였다. 돈키호테라면 일본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닌가 하겠지만, 아키하바라의 돈키호테는 조금 다르다. 다른 매장보다 코스프레 옷이 훨씬 더 많다...ㅋㅋㅋㅋ 그리고 8층에는 아키하바라의 딸들 AKB48극장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 AKB48은 조금 허접해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는 대형 가수다. 한국 아이돌들이 워낙 몇 년씩 준비를 하고 나오기도 하고, 손에 닿을 수 없지만 친근한 '스타'를 컨셉으로 한다. 반면, AKB48은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컨셉으로 돈키호테의 아키하바라 점 8층에 위치한 전용 극장인 AKB48 극장에서 상시 라이브 공연을 열고 있다. AKB자체가 '아키하바라'의 약자다. 자매 그룹으로 일본내에 SKE48, NMB48, HKT48, NGT48이 있다. 다 난바, 하카타 같은 일본의 유명 거리의 약자다. 해외에도 있다고 하니 규모가 엄청나다. 이러다가는 언젠가 SOL48해서 서울에도 생길지 모른다.

이곳이 바로 AKB48극장이다. 삼촌팬들만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심지어 당일 티켓 예매는 불가능하다. 온 김에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누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얼굴이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예전에 나도 아이돌 보러 방송국 가고 그랬었는데... 너무 멀긴 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넓으니까 더 보러 가기 힘들겠지? 그래서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나 키우는 아이돌 컨셉이 잘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2.
아키하바라를 나와서 아사쿠사로 향했다. 이 때부터 걷는 게 엄청나게 힘들어졌다. 중간중간 공예점이나 예쁜 가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였다. 오후 2시라서 햇빛도 뜨겁고 점점 지쳐갔다. 아사쿠사에 가서 닌교야끼를 먹을 생각으로 겨우겨우 버텼다.

그렇게 도착한 아사쿠사가...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전쟁터에 가까웠다. 그 동안 관광객이 많은 곳을 갈 일이 없었던 터라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을 온 것이 낯설었다. 여행 중이 아니라 평소에도 사람이 많은 것을 꺼려하는데 저길 뚫고 지나가야 한다니. 굳게 결심하고 어쨌든 들어갔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돌아 나왔다. 인파에 치여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나의 닌교야끼.... 흑.... 닌교야끼를 생각하며 버텼는데ㅠㅠ

3.
그렇게 실망감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이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여기서 멀지 않고 숙소에 가는 길이기도 한 우에노 공원으로 결정했다. 공원이면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도 팔거고 그걸 먹으면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며 걷기 시작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는 길에 뭐가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는 없지만,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주 나오는 집에 조상을 모시는 그 나무 장 같은 것을 파는 거리가 있었다. 그 나무 장 같은 것은 '부츠단(仏壇)'이라고 하는데 조상의 영정을 걸어두고 향을 피우고 공양을 한다.
사실 지나가면서 본 나무 장이 부츠단인지 카미다나(神棚)인지 몰랐었다. 그래서 숙소에 와서 찾아보니, 내가 본 것은 조상을 모시는 부츠단이고 카미다나는 국가신을 모시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종교가 혼교주의라는 것 정도만 아는데, 이전에 크리스마스에 후쿠오카에 갔을 때 아무도 성탄절을 기리지 않았던 것도 그렇고 일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종교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4.
우에노 공원에 도착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JR 우에노 공원 역에 도착했다. 역 앞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귀여운 빵을 팔고 있길래 본래의 목적이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까맣게 잊고 들어갔다.

우에노 공원의 핵심인 우에노 동물원을 컨셉으로 하는 빵이다. 이 베이커리 옆에 바로 붙어서 롯데리아도 있었는데 롯데리아에서도 우에노 한정으로 코알라 시리얼이 올라가는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배는 고프지만 곧 저녁 시간이라 빵 하나를 다 먹기는 부담스러웠고, 아까 가구라자카에서 페코짱야끼를 못 먹은 것과 아사쿠사에서 닌교야끼를 먹지 못한 서러움이 겹쳐서 결국 판다 야끼를 하나 샀다. 맛이 여러 가지 있었지만 내가 고른 것은 커스타드 맛!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맛 없다.
빵은 따뜻한데도 퍽퍽했고, 커스타드는 한 군데 뭉쳐 있어서 질감이 무슨 팥앙금 같았다. 이건 뭐... 학교에서 집에 가는 삼각지역에서 산 델리만쥬를 다음 날 등교할 때 먹는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맛이 없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누가 그런 건가. 왜 난 먹고자 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잊었던 건가....

5.
판다야끼에 실망한만큼 저녁을 잘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5시가 다 되어가고, 몸도 힘들어서 저녁은 최대한 숙소 가까운 곳에서 해결하고 바로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숙소 가까운 곳에서 아무데나 들어가기로 했다. 말이 '아무데나'이지 숙소에 가까워질수록 음식점을 고르는데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첫째, 생맥주(生ビル, 나마비루)를 팔 것. 둘째, 오늘 고생했으니까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 셋째,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곳을 찾지 말고 내 눈으로 판별할 것.

배가 고파 죽겠는데 조건이 너무 많다. 이 조건을 다 생각해봤을 때 맞는 건 역시 라멘에 교자다. 아니면 야끼도리 정도.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라멘집과 야끼도리집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가게들을 지나치고 한참을 헤메이다가(숙소 주변에서만 거의 40분 정도) 결국 뭔가 심상치 않아보이는 라멘집이 보였다. 겉에는 뭔가 오래되어보이는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그 사진들을 자세히 보니까 옛날에 방송에 나온 적도 있나보다. 너무 허름해서 망설여졌지만, 빨간 국물에 매혹되어 들어갔다.
탄탄츠케멘을 파는 가게였다. 츠케멘은 면과 국물이 따로 나와서 면을 진한 국물에 찍어먹는 음식이다. 이 가게는 탄탄츠케멘 전문점으로 매운 탄탄멘 국물에 면을 찍어먹게 나온다.

가게 내부도 허름하다. 그래도 라멘야 답게 자판기로 계산한다. 그런데 자판기에 동전 넣는 곳을 막아놨다. 응? 난 동전 밖에 없는데? 이런 어이없는 경우가... 그래서 결국 주인에게 죄송한데 동전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괜찮다고 동전으로 달라고 하셨다ㅋㅋㅋㅋ뭐지... 이럴거면 왜 자판기가 있는걸까?
여튼 그렇게 가장 작은 소 사이즈로 주문하고 계산을 했더니 주인이 辛さ(카라사, 맵기)를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봤다. 그제서야 맵기 단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고민을 하다가 제일 매운 단계인 極辛를 선택하자, 주인이 옆에서 뭐라뭐라고 말을 했다. 내가 못 알아듣고 ㅇㅅㅇ? 하는 표정으로 있으니까, 다시 친절하게 천천히 말하셨다(뜬금없지만 주인은 정말 만화에 나오는 라멘야 주인처럼 생겼다). 그런데도 못 알아들었다. 되려 주인이 곤란해보여서 "私、日本語が下手ですから、ちょっとゆっくり…(저 일본어를 잘 못해서요, 좀 천천히...)"라고 했더니 엄청나게 미안해하면서 "辛いことがとくいですか(매운거 잘 먹어요)?"라고 물어보셨다. 그제야 알아듣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의미심장한 얼굴로 알았다며 주방으로 가셨다. 주방에서 주방장과 둘이서 나에 대해 뭐라뭐라 말 하는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겠거니 하고 말았다. 어차피 들어도 못 알아들었을 거다. 조금 기다리니까 음식이 나왔다.

앗, 이런 아부랏뽀이 (油っぽい、기름진)한 비주얼의 국물이라니... 난 매운게 먹고 싶었는데, 이건 매워보이는 것도 그렇지만 기름기가 더 무서웠다. 나는 라멘도 기름때문에 돈코츠라멘보다는 미소나 시오를 좋아하는데... 그래도 내 인생 첫 츠케멘이니까 일단 먹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기름 져도 맛있어~!!@@ 이렇게나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고기 육수 국물 안에는 아지타마고(간이 된 일본식 삶은 계란)와 돼지 고기, 마늘, 파, 숙주가 들어가 있었는데 이 국물 맛이 장난이 아니다. 국물을 먼저 한 입 먹고 감동한 뒤에 면을 담가서 먹었는데 진짜 잘 어울렸다. 면의 두께가 일반 라멘보다는 더 두꺼운데 칼국수 면 같으면서도 얇지는 않고 쫀득쫀득했다.
워낙 매운걸 좋아해서 그런지 그렇게 맵지는 않았다. 이 정도가 "극 매운맛"이라니 좀 아쉬웠다. 앞으로 일본 생활하려면 이정도 매운맛에 만족해야하는 건가... 그래도 지금 맛있으니까 됐다.
잘 먹고 일어나서 주인에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니,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かわいです!(귀여우세요)"라고 했다.
어허허헣? 허허허허허? 기분이 좋아지네? 룰루 댁도 귀여우세요 (*´ω`*)

6.
밥도 잘 먹었고, 귀엽다는 소리도 듣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이 기분이 너무 좋으면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된다. 숙소 앞 이온몰(슈퍼)에 들러서 과자와 맥주를 샀다. 과자는 내가 지금 행복하니까 "幸せバタ味(행복버터맛)"감자 칩, 그리고 산토리 가을 맥주!

그렇게 하루를 또 마무리한다.

어제 등산 한 것도 모자라서 오늘도 무리해서 걸었다. 휴대폰 걸음 체크 기능을 보니 4만 보를 넘게 걸었더라... 최고 기록 경신이다. 내일 아침 일어날 때 다리 아플 게 겁난다.
1.
또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났다. 어제 12시가 다 되어서 잤지만 등산의 후유증인가... 온 몸이 쑤셔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내 몸에 이런 근육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근육들마저 아팠다.
오늘도 계속 걸어야 하는데 몸 상태를 봐서는 무리일 것 같았다. 그래서 계획을 변경하고 일찍 일어난 김에 츠키지 시장에 갈까 했지만, 정성들여 만든 일정표이기고 하고 바꾸는 게 더 귀찮아서 그냥 예정대로 가기로 했다.

숙소 바로 앞에 역이 있기 때문에 편하게 지하철로도 갈 수 있지만, JR은 신물이 날 정도로 타기 때문에 버스로 가는 여정을 택했다.

2.
그렇게 버스를 타고 도착한 첫 번째 목적지는 와세다 대학 (早稲田大学)이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8시 조금 전이었는데, 신기하게 학교 정문이 닫혀 있었다. 8시 정각이 되자 종이 울리면서 문을 열었다. 마침 입학시험이 있는 날이었어서 일찍 도착한 수험생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도 학생인 척 들어갔다.

와세다 대학교를 일정에 넣은 이유는 내가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된 계기라고 까지 말 할 수 있는(지금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연극과를 졸업했고, 가장 좋아하는 일본 배우인 사카이 마사토가 와세다 대학 중어중문학과 중퇴이기 때문이다. 이 둘이 와세다 출신이라는 것 만으로도 찾아올 가치는 충분했다.
와세다 대학의 앞은 우리 학교 앞과 마찬가지로 서브웨이도 있고 맥도날드도 있었다. 다른 점은 커리 가게가 정말 많았다. 와세다 대학 학생들은 커리를 좋아하나 보다...

3.
와세다 대학을 나와서 걷기 시작했다. 가구라자카까지 걸을 예정이었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으로 맥주와 오징어 안주를 먹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다. 무엇보다도 커피가 먹고 싶었다. 가구라자카에 거의 다 와갈 때쯤 210엔에 아이스 커피를 파는 카페가 보여서 들어갔다.

카페 벨로체인데 오늘 하루 종일 걸으면서 네 번은 본 것 같다. 한국의 이디야 수준이다. 저렴하고 보편적이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정신을 차린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가구라자카에 도착했다. '자카'라는 것 자체가 일본어로 坂(사카, 언덕)라는 말이기 때문에 경사가 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위에서 부터 내려간 거라 힘들지는 않았다. 가구라자카는 옛 일본의 유흥가?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은 여러 외국 음식점들이 자리 잡았다. 내가 설명하는 것은 불충분한데, 아라시의 니노미야가 출연한 <삼가아뢰옵니다, 아버님>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전통 일식집이라든지, 예전에 게이샤로 활동했던 사람들의 생활을 알 수 있다. 

여기가 바로 드라마 속에서 니노미야가 상경한 칸쟈니의 요코하마를 기다리던 곳...!
뭔가 두근두근 했다.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심경이 이해가 갔다. 안에 들어가니 아라시 팬들이 다녀 간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쉽게 찾았던 '링고 계단'. 드라마 속에서 여주인공이 사과 바구니를 놓쳐서 사과들이 굴러떨어지는 것을 잇페이 (니노미야)가 주워주며 첫눈에 반한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예쁜 계단이다.

가구라자카는 좁은 골목과 돌 바닥으로도 유명하지만, 간식 거리도 많다. 점심을 먹기 위해 먹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면서 슈크림으로 유명한 베이커리 COMPAIN과 일본 유일의 페코짱야끼를 파는 FUJIYA도 볼 수 있었다.

4.
가구라자카를 지나 진보초까지 걸었다.

일본어 활자를 읽는 것에 자신이 없어서 서점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도쿄에 오면 꼭 진보초 고서점 거리를 와보고 싶었는데, 읽을 줄을 모르니 그림의 떡이었다. 결국 책의 거리인 진보초는 나에게 점심을 먹는 곳이 되어버렸다.
아쉽기는 하지만 나의 무지함을 탓할 수 밖에.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음식이 저렴하다. 그래서 대학가나 도서관 근처는 먹을 게 많다. 지식으로 배를 채워서 인가... 그보다는 공부하면 돈을 벌지 못해서 그런 거 같다ㅎㅎㅎ

진보초하면 '사보루'와 카레 거리가 유명하지만, 내가 점심 먹을 곳으로 택한 곳은 하루키의 단골집이었던 덴푸라이모야(天ぷらいもや)다.

진보초는 애초에 주변에 대학가가 있기 때문에 형성된 책의 거리다. 그래서 대학생이었던 하루키도 이 곳에 자주 왔다. 그리고 그가 즐겨 먹었다는 700엔 짜리 덴푸라 정식을 파는 '덴푸라 이모야'.
자세한 설명은 http://naver.me/FxizcWF0 여기에 나와 있다.

내가 찾아 간 시간은 11시가 조금 넘었을 때다. 손님은 4팀 정도로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메뉴는 덴푸라 정식과 에비 정식 두 가지다.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튀기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 차와 된장국, 밥을 준비해준다.
이 된장국과 밥이 놀라울 정도로 맛있었다. 된장국에는 대첩인가 제첩인가... 여튼 작은 조개가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밥은 찰기가 이제껏 먹어본 것과 달랐다. 밥과 국이 너무 맛있어서 덴푸라가 맛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덴푸라마저 감탄을 하게 했다. 튀기자마자 그릇에 올려줘서 기름이 남아 있을 것 같았는데, 내가 평소에 먹던 누런 튀김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 번만 튀긴 데에다가 오래 기름에 담근 것도 아니어서 뽀얀 흰 색에 가까운 빛깔에 반죽은 두껍지 않고 눈꽃처럼 피어 있었다. 덴푸라 정식의 구성은 가지, 고구마, 가자미 (혹은 전갱이... 여튼 납작한 생선), 오징어, 새우가 각각 1개 씩이다. 가장 맛있었던 것은 전갱이인지 가자미인지 모르는 튀김이다.

그렇게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그래도 진보초에 왔는데 서점 한 군데 정도는 들려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눈 앞에 있는 서점을 들어갔다.
앗, 그런데 안이 심상치가 않았다. 양쪽에는 고양이 사진과 일러스트가 붙어 있었고, 진열대에 있는 책들은 모두 고양이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고양이 관련한 서적만 취급하는 '고양이 전문 서점'이었던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궁서체 한자로 간판이 되어 있어서 전혀 몰랐다. 
재미나게 구경을 하고 엽서를 구매하며 주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허락해 주셨다.

아무튼 진보초는 재미난 곳이다.

다음 편에 계속...
1.
어제 후지산까지 차로 데려다 주는 서비스를 예약했던 5명 중 한 명도 늦지 않고 새벽 5시 반에 게스트 하우스 앞에 모였다.

어제는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게스트하우스의 내부 만큼이나 외부도 편안한 분위기다.

2.
호스트가 이런 저런 설명을 하고 사람들에게 말도 붙이면서 후지노미야 고고메까지 갔다. 가는 중간에 도착하기 전 호스트는 마지막 편의점이라면서 패밀리마트에 들렸는데, 나도 어제 장갑을 사는 것을 잊었기 때문에 사러 들어갔다. 근데 진열대에서 장갑을 찾을 수가 없었다. 차에서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기 때문에 천천히 물건을 다시 살펴볼 여유도 없어서, 결국 함께 차를 타는 일행에게 물어봤다.
문제는 내가 '장갑'을 일본어로 모른다는 거다. 배운 기억이 없는 걸?... 양말은 아는데, 장갑은 뭐지?.... 그래서 결국 "え…すみません…なんか、手に着るもの… グローブみたいの…(저 죄송한데 뭐지, 손에 입는 거, 글러브 같은 거)"라고 말았다. 손에 입는 거라니...  끼는 것도 아니고... 왜 그 순간 つける라는 단어는 생각이 안났을까... 글러브라니... ㅜㅜ 다시 생각해도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그래도 그 예쁜 일행은 용케 알아들었다. (도와줘서 예쁜 게 아니라 정말 예쁘게 생겼다. 아침에 마주칠 때 부터 예쁘다고 생각했다.) "グローブ?ああ!軍手!" 그렇다. 장갑은 軍手(군테)다. 처음 알았지만 마치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뻔뻔하게 "あ、そうです!軍手ですねー"라고 대답했다. 결국 그 분이 점원에게 물어서 군테를 찾아 줬다. 친절하게 고무가 있는 군테와 그냥 군테 (목장갑)의 설명까지 해주었다.

진심으로 감사해요, 예쁜 등산객님. 누가 말해도 리액션도 참 잘 해주시던데 분명 사랑 받는 사람일거에요. 조심해서 등산하길 바랍니다♡♡♡

3.

후지산 고고메로 가는 길에 호스트가 가장 후지산이 잘 보이는 포인트라면서 차를 멈췄다. 정말 예쁘게 잘 보였다. 해가 뜨는 하늘의 노란 빛과 어우러져서 최고의 풍경을 만들었다.
호스트가 근래에 들어 오늘이 가장 좋은 날씨라고 했다. 후지산 등반은 날씨로 인해 9월 10일까지로 제한이 있다. 그래서 9월 초순부터 날씨가 안 좋을 때가 많기 때문에 사람도 별로 없다고 한다. 근데 오늘은 날씨도 좋고, 옆에 지나가는 버스를 보니까 사람도 많다고 이상한 날이라고 했다.

4.

호스트와 헤어지고 일행들은 신발 끈을 고쳐 매고 "気をつけて!(조심해요)"를 외치고 각자의 산행을 시작했다. 이 때가 오전 7시 쯤이었다. 후지노미야 등산로는 고고메(5합목)에서부터 시작해서 정상까지 가는 코스다. 안내서에는 등산에 약 5시간, 하산에 약 3시간 소요된다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만약 늦어지면 정상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중도 하산해야 오늘 중으로 도쿄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즐겁게 등산을 시작했다.
추울 줄 알고 챙겨간 핫팩은 커녕 중간에 바람막이도 벗어서 가방에 넣었다.



풍경은 예뻤지만, 신나나고메(신 7합목, 합목마다 휴게소와 산장이 있다)까지는 '뭐 이렇게 재미 없는 산행이 다 있어?'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은 까만 모래와 자갈 밖에 없었고 급경사나 이런 것도 없이 죽 오르막길만 있어서 재미 없이 힘들기만 했다. 그런 길을 걷고 있으려니까 내가 왜 이 산을 오른다고 했을까 후회가 되었다. 온 것만 해도 충분하니까 그냥 내려가 버릴까라는 생각도 했다. 혼자 하는 산행은 위험하다. 조난 위험도 그렇지만, 이런 유명한 산에 사람이 없을 리는 없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말려줄 사람이 없는 게 제일 위험하다.
신나나고메부터 간소나나고메(원조 7합목)까지 가는 길은 땅이 조금 더 가파라지고 자갈도 돌로 바뀌었다. 슬슬 힘에 부쳤다. 그런데도 뭔가 산을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작은 돌이 많아서 내려올 때 정말 미끄러지기 쉽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간소나나고메에 멈춰서 쉬고 있을 때 아까 게스트 하우스 차를 같이 탔던 아저씨를 만났다. 나는 같이 있던 일행 중에 가장 빨리 올라 와서 쉬고 있던 것이었기 때문에, 아저씨는 나보고 참 잘 올라간다면서 経験(경험)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경험이라고 한다면 어릴 때부터 가족끼리 등산을 갔던 것과 올해 초에 동아리에서 같이 인왕산을 두 번인가 올랐던 건데,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듣는 사람도 이런 구체적이고 긴 대답을 바라고 물어본 것은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으로 등산을 했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등산 동아리였냐고 물어보셨다. 아니라고 하고 이러저러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그래서 맞다고 하면서 일본에 유학 오기 전(호스트의 설명으로 내가 유학생이라는 것은 일행이 모두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등산 동아리 였다고 했다.
연극 동아리가 어쩌다 등산 동아리가 되어 버렸다.... 뭐 어쨌든 동아리 사람들이랑 등산 했던 건 맞으니까? 사람이 힘든 상황에서 외국어를 해야 한다면 거짓말이 술술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아저씨는 나의 괴로움을 알아 채지 못하셨는지 "그럼 왜 후지산에 오르냐"고 물어 보셨다. 아, 이건 간단히 대답할 수 있겠다 싶어서 일본을 대표하는 산이니까 일본에 살게 되면 꼭 한 번 오르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夢だった?(꿈이었어?)"라고 물어보셨다. 응? 꿈? 꿈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고 그냥 '해보면 좋겠다' 정도 였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자신도 어릴 적 부터 꿈이었다고, 그런데 이 나이가 되도록 못 올라오고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でも、今日夢を叶えるんですね~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그래도 오늘 꿈을 이루네요 축하드려요)" 대답했다. 근래에 일본어로 한 말 중에 가장 적절한 대답이었던 것 같아서 뿌듯했다. 그래도 말이 더 길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오사키니 (먼저 갈게요)!" 하고 일어났다.

5.

하치고고메 (8합목)에서는 단체 등산객이 있어서 쉬지 못했다. 그 영향인지 하치고고메에서 큐고고메 (9합목)으로 향하는 길이 정말 힘들었다.
어제 저녁으로 맥주를 먹고 바로 잔 데에다가, 오늘 새벽 5시에 커피 한 잔 마신 게 전부였기 때문에 배도 고팠다. 그래도 정상에 가서 개운한 마음으로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물만 마시고 올라가기로 했다.
후지산에 화장실은 친환경 화장실로 조성되어 있다. '친환경'이란 단어는 굉장히 극단적인 단어이다. '에코'라는 말로 엄청나게 고급스럽게 팔리는 상품이 되거나, 또 다른 하나는 '자연 그대로' 즉, 구식의 불편함이다. 후지산의 친환경 화장실은 후자다. 그나마도 시즈오카 현의 노력으로 나아진 것이지 옛날에는 후지산에 "흰 강"이 흐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등산객의 용변으로 오염되었었다고 한다.
이 친환경 화장실의 관리를 위해 사용시에는 200엔을 내야 한다.
나는 '구식의' 친환경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200엔을 내는 것은 조금 아깝기 때문에 아침부터 되도록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
등산을 하는 동안에도 어제 편의점에서 구매한 500ml의  보리차만 한 통 마셨다.

6.

큐고메부터 큐고고사쿠 (9.5합목)까지 오르는 데에는 정말 이러다가 죽나 싶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현기증을 느껴서 '이게 고산병인가?'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배가 고픈 거였다. 큐고고사쿠에서 안 먹었다간 정상에 가보지도 못하고 쓰러지겠다 싶어서 결국 준비해간 오니기리와 푸딩을 꺼냈다.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명란 오니기리 (130엔)를 구름 위에서 먹는 기분이란... 정말 최고였다! 오니기리는 정말 맛있고, 맛있고, 또 맛있었다. 나의 표현력으로는 이렇게 밖에 말 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체 하지 않으려고 꼭꼭 오래 씹어 먹었다.
디저트로 챙겨온 커피 푸딩은 더운 날씨 때문인지, 내가 등산을 하며 너무 흔들었기 때문인지 카라멜이 조금 새버렸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간단한 식사인데 만족감은 엄청났다. 역시 고생 뒤에 배고플 때 먹는 음식만큼 맛있는 것은 없나보다. 시장이 반찬이다.

7.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큐고고사쿠에서 정상까지는 별로 힘들지 않게 갔다.



후지산 정상을 둘러보다보니 점심을 여기서 안 먹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보다도 오히려 각각 고고메들의 풍경이 특징 있고 예뻤다. 정상은 역시 성취감이다. 분화구를 도는 것은 안 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면 내려갈 힘이 없을 것 같았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시간은 10시 30분 정도였다. 3시간 30분 만에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대로라면 후지노미야에 가서 야끼소바를 먹거나 일찍 도쿄로 출발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에 신이 나서 하산을 시작했다. 후지산의 등산이 괴로움과 인내라면 하산은 위험함이다. 정말 너무 미끄러워서 다섯 번인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내가 등산화가 아닌 워킹화를 신은 탓도 있지만 작은 돌맹이들이 워낙 많아서 낙석의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내려갈 때는 갑자기 안개가 많이 껴서 다음 고고메가 보이지 않았다.


8.
12시 40분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며 후지산 등반을 마쳤다. 등산부터 하산까지 총 5시간 40분이 걸렸다. 1시 30분에 후지노미야역, 후지역, 신후지역 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서 2030원에 표를 샀다.
버스에 앉은 순간부터 창문에 머리를 부딪힐 정도로 졸다 보니 어느새 후지노미야 시내였다. 버스 창문을 통해 시내구경을 하고 3시가 넘어서 후지노미야 역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빨랐기 때문에 후지노미야 명물인 야끼소바를 먹으러 갈지, 일찍 도쿄로 갈 지 선택해야 했다.
한국에서부터 엄청나게 기대했던 후지노미야 야끼소바학회였지만, 일찍 도쿄에 가서 씻고 쉬고 싶었다. 야끼소바학회까지 15분을 걸어가기에는 이미 후들거리고 있는 내 다리에게 무리였다.
그래서 바로 짐을 맡겨 놨던 게스트하우스 토키와에 가서 짐을 찾고 후지노미야 역으로 향했다. 청춘 18티켓을 이용하기 때문에 3시 42분 기차를 타야 했다. 그래서 일단 슈퍼에 들러서 요기 거리를 샀다. 등산하느라 힘들었을 몸을 위해 좋은 것을 잘 먹고 싶었지만, 기차 시간을 위해 결국 또 주변에 있는 슈퍼에 들어갔다.


편의점이 아니라 병원 안에 있는 매점 같은 슈퍼였는데, 직접 만든 빵을 팔고 있었다. 그래서 뭔가 특이한 멘치카츠 샌드위치와 요구르트를 샀다. 기차에서 먹는데 이마저도 맛있다. 요구르트는 그냥 불가리아 요구르트인데 뭐가 이리 맛있는 거지? 멘치카츠도 사실 그냥 잡고기를 튀긴 것 뿐인데 맛있었다. 고기보다도 안에 있는 초록색 야채가 뭔지 모르겠는데 감칠맛이 났다. 키치죠지에 가서 먹을 멘치카츠가 기대된다.

이렇게 정신 없이 후지산 등반이 끝났고, 후지노미야를 떠난다.

등반 자체도 의미있지만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너무 따뜻했고, 등산을 하면서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오하이요 고자이마스~" "곤니치와~"를 하도 많이 해서 평생 할 인사를 다 한 것 같다.



1.
원래 4시 기차를 타고 나고야를 떠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바꿔서 14시 47분 기차를 탔다.
오늘의 기차 여행은
나고야~도요바시~하마마쓰~후지~후지노미야
경로로 총 3시간 50분이다.

거의 4시간인데 오늘은 기차 안에서 할 것을 준비했기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탔다. 가장 관건은 저 하마마쓰~후지 구간이다. 자그마치 1시간 53분을 견뎌야 한다. 아무생각 없이 앉아만 있으면 엉덩이가 아플 정도의 시간이다. 그러니까 저 구간에서 할 일을 바꾸면 집중력도 잃지 않고 지루함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사진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포스팅할 글을 썼다. 그것을 다 하자 마침 하마마쓰~후지 구간이 되었다. 이 때부터 오늘 구매한 <ちびまる子ちゃん>을 읽었다. 초등학교 3, 4학년 용인데 꽤나 어려웠다.....ㅠㅠ

2.
후지 역에 도착할 때 쯤이 되자, 몇몇 승객들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창문으로 갔다. 기차 창 밖으로 후지산이 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기 때문에 문에 서 있어서 창 밖이 보였다. 이 고장에 사는 것 같은 승객들은 다른 여행객들이 지르는 감탄사에 처음에는 놀라서 뭔가 궁금해하다가 창 밖으로 보이는 후지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뭐야~ 겨우? 후훗' 이런 표정으로 다시 하던 일을 했다. 아무리 일본의 혼이고 정신이라지만 내 집 옆에 있으면 동네 산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내일 내가 직접 오르게 될 산이다. 뭔가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3.
오후 7시 쯤 '게스트 하우스 토키와(guest house tokiwa)'에 도착했다. 6시 반 쯤에 게스트 하우스 호스트에게 언제쯤 도착하냐고 물어보는 국제 문자가 와있었다. 그것만 봐도 친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게스트 하우스인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도착해보니 역시나였다. 호스트는 내가 일본어를 조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모든 설명을 천천히, 또박또박 해줬다. 건물은 낡았지만 사용하기에 불편한 것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000엔만 내면 다음 날 새벽 5시 30분에 후지산 고고메까지 호스트가 직접 차로 데려다준다는 것!!! 6시 반에 버스터미널에서 2000엔이 넘는 요금을 내고 첫차를 타고 갈 계획이었던 나로서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게스트 하우스에서 묶는 사람 총 5명이 내일 함께 후지노미야 고고메에 간다고 했다.

4.
어느 산이든 그렇듯이 산 위에서는 음식 조달이 어려운 만큼 먹을 것을 비싸게 판다. 후지산 위에서도 조촐한 카레 하나에 1000엔이 넘는다. 그래서 호스트가 알려준대로 편의점에 가서 내일 산 위에서 먹을 아침 겸 점심을 샀다. 지쳤을 때 먹을 초코렛 과자를 하나 살끼하다가 참았다. 그것 보다는 커피 푸딩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밥 먹고 나면 커피를 마셔야 하는 습관의 무서움....
오늘 저녁도 샀다. 아침부터 토스트에 점심에 미소카츠에 디저트로 피요링까지 잘 먹은 날이어서 저녁은 맥주로! 어떤 맥주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기간한정'이라는 말에 끌려 가을 한정 아사히 맥주를 샀다.

오는 길에 맥주를 마시고 씻고 나니 9시 반인데 게스트 하우스의 손님들은 잘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나 역시 새벽 5시 반 까지 집합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
알람은 7시에 맞춰놨는데 집이 아니기도 하고,  여성 도미토리에서 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6시 30분에 깨버렸다. 아침 시간에 미화원이 청소하는 것이나 사람들이 출근 하는 것을 보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 단순한 풍경인데도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들이 일상 속에 있는 모습을 보면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렇게 출근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나고야 성쪽으로 걸었다. 그러다 중간에 발견한 코메다 커피. 나고야 지역에서 유명한 카페다.

특히나 7시부터 10시 반까지 제공하는 (11시까지 하는 가게도 있다) 모닝구 세트가 유명하다. 커피를 시키면 연유를 바른 토스트와 사이드 메뉴를 서비스로 준다. 사이드 메뉴는 달걀, 감자 샐러드, 삶은 단팥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나고야는 '나고야 모닝구'라고 해서 아침에 커피와 토스트를 먹는 식습관이 보편적이다. 그래서 카페에서도 모닝구 세트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 이중 삶은 단팥을 토스트에 발라서 먹는 것이 나고야 전통이라고 한다.

먼저 따뜻한 물수건과 물을 주고 조금 기다리면 메뉴가 나온다. 내가 주문한 블렌드 커피 (ブレンドコーヒー,400円)와 서비스 모닝구 세트(삶은 팥, おぐらあん)다.
토스트 빵이 프렌치 토스트 마냥 두꺼웠다. 거의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두께의 빵이 연유가 발라져서 촉촉했다. 거기에 단팥을 발라 먹는 것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커피도 맛있어서 정말 행복한 식사가 되었다. 옆 테이블과의 거리가 멀고 쇼파가 높아서 개인적인 일을 하기에도 좋았다. 그래서 나 말고도 혼자 와서 책을 보거나 신문을 읽으면서 아침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계산을 할 때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쿠지(くじ, 복권? 추첨권?)를 뽑으래서 하나 뽑았다.

스크래치를 해서 봤더니 '코메다 오지상'이 나왔다. 아까 컵에도 그려져 있더니 이 아저씨가 코메다 커피의 마스코트인가 보다. '코메다 오지상'이 나온 쿠지 7장을 모으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준다. 드래곤볼인가... 7장 을 모으게... 이런 이벤트를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남은 6장을 모으지 못하고 오늘 나고야를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2.

8시 40분 쯤 코메다 커피를 나와서 나고야성으로 걸어 갔다. 나고야 성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6시 30분 (전시는 16시까지 입장 가능)까지 들어 갈 수 있다. 나고야 성 입장 시간도 딱 맞았고, 아침 식사도 만족스러워서 기분이 좋았다. 날씨마저 최고였다.


입장료 500엔을 내고 들어가서 혼마루와 천수각을 관람했다. 사실 교양이 부족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문화 유적지도 마찬가지라서 올지 말지 꽤나 고민했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일본역사를 전혀 모르지만 얼마전 오구리 슌과 시바사키 코우의 드라마 <노부나가 콘체르토>를 본 것이 다행이었다. 픽션이기 때문에 왜곡된 부분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 드라마를 떠올릴 수 있어서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3.
들어갈 때는 정문으로 갔지만, 나올 때는 동문을 이용했다. 걷는 게 좋은 이유는 새로운 주변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인데, 걸었던 길을 또 걷는 것은 별 재미가 없다. 물론 숙소로 가는 길은 예외다.
동문으로 나오면 나고야 시청과 아이치 현청이 있다. 웅장한 건물을 바라보며 쭉 내려와서 나고야 TV타워까지 봤다. 그리고 번화가인 사카에 거리를 걷다가 BOOK OFF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오늘도 4시간 기차여행을 하려면 꼭 책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일본어를 배우면서 가장 어려운게 한자라서 활자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구매한 책이 마루코짱.....! 흐흐
초등학교 3, 4학년부터 읽는 책이라고 써져있다.
이걸로 한자 읽기를 시작하겠어!
마루코 도와줘...ㅠㅠ


4.
그렇게 걷고 걷다보니 도착한 미소카츠 야바톤 (みそかつ 矢場とん) 본점.

아침을 잘 먹기도 했고, 무더운 날씨에 걷기만 해서 식욕이 없긴 했지만 달리 할 것도 없고 점심시간이 되었길래 들어갔다. 딱 점심시간인 12시 쯤이어서 줄이 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일 낮이라 그런지 바로 자리로 안내 받을 수 있었다. 주방이 바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하고, 주방장들이 고기를 튀기고 조리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고 있으려니까 곧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미소카츠동에 캬베츠(양배추) 추가(세금 포함1296円).
결론적으로는 정말 맛있었다. 일반적인 된장보다 더 발효시켜서 붉은 빛이 나는 것이 특징이라는 나고야식 된장을 사용한 소스와 씹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연한 돼지고기가 잘 어우러졌다. 특히 첫 맛에 진한 된장의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좋았다. 일본식 미소보다는 좀 더 진해서 한국식 된장이나 쌈장의 느낌도 아주 조금이지만 있었다. 그만큼 구수했다. 인터넷이 되는 곳에 가면 꼭 일본식 된장과 한국식 된장의 제조 과정의 차이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소카츠의 맛과는 관계없지만 양배추를 추가한 것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일본 음식을 먹으면 늘 '달고 짜다(味が濃い)'는 느낌과 먹고 나서 입술이 쪼그라드는 현상때문에 돈부리 종류나 쯔유를 사용하는 음식이 꺼려졌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양배추를 주문해서 드레싱을 뿌리지 않고 먹었더니 간이 딱 맞았다. '양배추'하면 굴 튀김에 양배추와 타르타르 소스를 즐겨먹는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었던 것이 생각나서 그런 해산물 튀김을 주로 연상했었는데, 양념된 돈까스에 먹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

이렇게 혼자 음식을 먹고 장황하게 음식 리뷰를 쓰다보니 <고독한 미식가> 같다.

5.
잘 먹었으니 다시 구경을 하러 '오스 시장'에 갔다.

오스 시장은 정말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 있었다. 나고야의 명물인 '스가키야 라멘'이나 '에비후라이(새우튀김) 샌드'뿐만 아니라 휴대폰, 악세사리,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브랜드 제품도 있었지만 디자이너 숍이나 컨셉 숍들도 있어서 신기했다. 휴대폰을 광고하고 있는 마츠코 상도 봤닼ㅋㅋㅋㅋ

특히 'Alice on Wednesday'라는 이 가게가 인상 깊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컨셉에 맞춰서 가게로 들어가는 문이 굉장히 작다. 저 문으로 들어가면 엄청나게 소녀스러운 악세사리, 팬시, 과자가 있다. 안에는 대부분 여자 손님들이고 다들 상품을 보며 "카와이~"를 연발한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도 "호시이~"를 외치다 계산대로 들고 간다. 부러워라....ㅠㅠ 나도 갖고 싶었다...ㅠㅠㅠ

6.
다시 숙소에 가서 맡겼던 짐을 찾고 나고야 역으로 왔다. 4시 기차를 탈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나고야 구경을 마쳐서(일찍 일어난 덕이지만...) 2시 47분 기차를 타기로 했다.
기차 시간 전에 일본에 오기 전부터 먹고 싶었던 나고야 역에 있는 카페 잔츠아누의 피요링(ぴよりん)을 먹으러 갔다.

나고야 역의 정 가운데에 있는 카페 잔츠아누. 겉에서 보기에는 작아보이지만 안에 앉을 수 있는 좌석도 있어서 기차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그래서 캐리어를 들고 오는 사람들은 번호표를 주며 보관 서비스를 해준다. 귀여운 피요링들...!옆에 다른 케이크도 있었지만 나의 목적은 오로지 이 피요링이었다. 시즌 별로 이벤트를 해서 색깔이 다르거나 모자를 쓴 피요링을 판매할 때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오로지 이 오리지날 피요링밖에 없었다. 나고야 역의 정 가운데에 있는 카페 잔츠아누. 겉에서 보기에는 작아보이지만 안에 앉을 수 있는 좌석도 있어서 기차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그래서 캐리어를 들고 오는 사람들은 번호표를 주며 보관 서비스를 해준다. 귀여운 피요링들...!옆에 다른 케이크도 있었지만 나의 목적은 오로지 이 피요링이었다. 시즌 별로 이벤트를 해서 색깔이 다르거나 모자를 쓴 피요링을 판매할 때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오로지 이 오리지날 피요링밖에 없었다.

보슬보슬 노란 털 피부에 조금 더 진한 노랑의 날개와 벼슬, 그리고 눈과 부리의 조화가 너무 귀엽다. '어느 부분부터 먹어야 할까'하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결론은 오른 날개부터 먹기로 했다. 피요링과는 상관 없는 얘기지만 닭이든 오리이든 조류는 날개 부분이 부드러워서 좋다. 피요링은 단순 모양만 귀여운 것이 아니다. 그 속도 굉장히 알찬 구성이다. 단면을 보면 바닐라 푸딩이 통째로 들어가 있고, 그 밖을 느끼하지 않은 담백한 크림과 카스테라가 감싸고 있다. 그리고 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초코렛까지 해서 맛 자체가 좋다. 특히 안의 내장? 역할을 담당하는 통째로 들어간 바닐라 푸딩이 맛있어서 320円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다. 너무 좋아 피요링ㅠㅠㅠ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