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축제 (学園祭、 가쿠엔사이)가 있던 일요일 점심, 일본인 친구가 팔고 있다는 베이비카스테라를 사 먹기 위해 학교에 갔다.

타코야끼 기계에 카스테라 반죽을 넣고 만든 카스테라는 먹을 만은 했지만 맛있는 건 아니었다...ㅎㅎ그래서 점심을 맛있는 걸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학원제 기간이다보니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팔고 있는 음식이 많았지만, 모처럼 외출이니 간식말고 제대로 된 음식점에 가고싶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타베로그에서 주시하고 있었던 카레 맛집 "タンダーパニー"에 갔다.
내가 제일 즐겨 먹으면서도 좋아하는 음식이 카레인데, 일본에는 한국보다 다양한 카레가 있어서 좋다. 물론 고기가 주 재료로 쓰이는 카레가 많아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ㅠㅠ

겉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건물 구조가 신기하다. 밖에서 봤을  때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넓어보였다. 가로로 길쭉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가게 내부로 들어가면 밖에서 보기보다는 좁다. 좌석은 주방과 연결된 바 (Bar) 밖에 없다. 그래서 8명 정도 앉으면 만석이다. 신기한 가게다.

메뉴는 딱 하나. 치킨 카레! 다만 소, 보통, 중, 대, 특대 사이즈가 다양하다. 런치세트도 있었지만 나는 그냥 치킨카레 보통 사이즈를 시켰다.

주문을 하면 이렇게 과일 샐러드를 먼저 가져다 준다. 채소 샐러드가 아닌 과일 샐러드를 주는 게 특이했다. 새콤달콤한 과일이 입맛을 돋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양파 채를 한가득 주는데 원하는 만큼 넣어 먹으라고 한다. 나는 양파를 워낙 좋아해서 가득 올려 먹었고, 같이 간 친구는 양파를 싫어해서 한 입도 먹지 않았다ㅋㅋ자유롭게 넣어먹을 수 있는 건 이래서 좋다ㅋㅋㅋㅋ

드디어 카레가 나왔다!
역시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의 인도 카레다. 이 깊은 맛은 한국의 맛과는 매우 다른 향신료의 깊은 맛이다. 여기에 갈 때 쯤에 <향신료의 역사>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결국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 거기서 본 강하게 느껴지는 향신료의 맛이 식욕을 돋군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양이 많은 편이 아니라 식당에 가면 음식을 남기고는 하는데, 이 카레는 바닥까지 깨끗히 먹었다.

오랜만에 먹은 인도 카레! 맛있었다~
간다이마에 앞은 대학가 답게 카레집이 꽤 많다. 다음에 다른 곳도 가보고 비교해야지.

1.

지난 주 수요일부터 개강이었지만, 목요일이 추분으로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사실상의 개강은 어제인 월요일부터였다.

7월, 8월 그리고 9월까지 자그마치 3달을 연속해서 수업이 없다가 등교해서 강의를 들으려니 어색하다.

마치 수능을 보고 정신 없이 놀다가 첫 대학교 강의실에 들어가는 기분 같다.


일본어 강의는 기숙사 친구들과 같이 듣는데에다가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다.

Contemporary Japan이라는 강의도 있는데 프레젠테이션 강의다.

일본어로 발표를 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시험이 없고 과제도 어려운 것은 없어보여서 좋다.


문제는 역시 전공인 심리학이다. 아직 사회심리학 밖에 듣지 않았지만, 유학생이 듣는 강의가 아니기 때문에 교수님의 말이 또박또박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다. 일본어로 된 사회심리학 전공 서적을 1620엔 주고 사고 나니, 예습과 복습을 안 하면 정말 못 따라 가겠구나라는 생각에 압박감이 느껴진다.


오늘은 인지 심리학 수업을 처음으로 듣는다. 조금 설레면서도 무섭다.



2.

급식을 먹던 학창 시절 이후로, 그러니까 스스로 식사를 챙겨야 하게 된 이후로 생활에서 가장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은 역시나 '밥'이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저녁은, 내일은, 칼로리는, 고기는 없는 식단으로, 누구랑... 등등 밥을 먹는 데에 수많은 선택들이 필요하다.

'선택 장애'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잠시 중단했었던 채식(나의 채식은 유제품, 달걀, 생선은 먹지만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이다)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선택 장애를 심하게 겪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어려운 건 역시나 어렵다.


식재료를 냉장고 안에 쌓아 두는 것이 부담스럽다.

내 변덕스러운 성격 상 오늘 산 것이 내일 먹고 싶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그 때 먹을 것은 그 때 사도록 한다.

그래서 밥, 빵, 야채, 달걀 할 것 없이 묶음으로 파는 것들은 사기가 꺼려진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레토르트 식품이 나오는 거다.

밥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레토르트 밥은 4개 묶음을 사서 보관해둔다.

식사에는 국물이 있어야 배가 부르기 때문에 레토르트 수프와 레토르트 미소 된장국도 구비해두었다.

가끔은 세 묶음 짜리 낫토도 구매한다.


물론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런 나의 식단에 메인은 카레다.

카레에 있어서 만큼은 마음이 너그러워 진다. 아직 많이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동안 먹은 카레들이다.



최근에 빠진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100칼로리 시리즈의 카레다.

광고 문구대로 맛이 있는데 100칼로리 밖에 안된다.

크림 카레는 너무 묽어서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하야시 카레는 맛있었다.



매운 게 먹고 싶어서 고른 카레인데, 하나도 맵지 않아서 실망했다.

일본에서 '맵다'고 광고 하는 것 중에 매운 음식이 없었다...



이게 내가 먹었던 것중 가장 맛있었던 카레!!

다이소에서 다른 물건들을 사다가 별 기대 안하고 산 카레인데 정말 맛있었다.

토마토 가지 카레인데, 도쿄의 와사비 게스트 하우스에서 먹었던 카레와 비슷한 맛이 났다.

다음에 또 사먹어야지~



가장 처음 사먹었던 카레이자, 가장 맛 없었던 카레다.

일부러 매운 맛을 고른 거였는데, 실망했다.

매운 맛도 없고 심지어 맛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카레를 안 먹은 지 3일 정도 되었다.

오늘은 카레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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