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본격적인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시작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간사이 지역에는 태풍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 오리엔테이션이 늦춰질 뻔했지만, 태풍의 강도가 심하지 않아서 그대로 진행한다고 새벽부터 메일이 왔다.


오늘 학교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은 두 가지이다.


1. 시청에 가서 서류 처리(市役所での手続き)

- 주민등록(住民登録)

- 국민건강보험 가입(国民健康保険)

2. 학교에서 레벨 테스트(placement test)

- 작문

- 면담

3. RA(resident&asisstant) 주최 기숙사 오리엔테이션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간사이 대학교에서는 시청에 가서 서류 처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며 도와준다.

그래서 어려운 것 없이 일사천리로 끝이 났다. 레벨 테스트와 서류 처리를 마치고 나니 12시 정도 되었고, 그 때부터 기숙사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오후 7시까지는 자유시간이다. 한 것은 별로 없지만, 뭔가 피곤해서 바로 기숙사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쉬었다.


그리고 쿠킹 클래스를 신청했다. 일본에 오면 해보고 싶었던 리스트 중에 하나다. 일본에서 요리 배우기! 물론 일회적인 클래스이기도 하고, 전통적인 일본 요리를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청을 하고 가본다는 데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사실 스시라든가 가이세키 요리 같은 일본 정식 요리를 배워서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들고, 실용적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요리를 배우고 싶었다. 자세한 후기는 쿠킹클래스에 다녀온 후 쓸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할 일은 WAON 포인트 카드 등록이다. 어제 기숙사 근처에 있는 이온마켓(イオンマーケット)에 가서 장을 보고 나오려는데 포인트 카드를 신청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뭔가 마트의 포인트 카드를 만드는게 '내가 일본에서 산다!'라는 상징이 되는 것 같아서 꼭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어제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이온에 등록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노력을 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문맹으로 사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도대체 왜 나를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는 것인지 괜히 억울했다.



오늘 재도전해보고 안 되면 마트 직원에게 가서라도 꼭 신청하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사이트(https://www.smartwaon.com)에 들어가서 회원 등록을 시도했다. 성공했다! 어제랑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왜 어제는 안 됐던 걸까 궁금했지만, 그것까지 생각하기에는 회원 등록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렇게 귀여운 와온 포인트 카드의 종류를 볼 수 있다. 그 중 내가 가진 카드는 첫 번째 카드다. 지역 별로 나오는 카드도 있어서 '오사카 한정 카드'도 볼 수 있었지만, 가입비 300엔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가입비가 필요없는 첫번째 카드로 선택했다. 적립은 모두 똑같이 200엔에 1포인트씩이다. 별 거 아닌 포인트 카드 가입에도 이렇게 힘이 들고, 이렇게 기쁘다니... 오늘 저녁은 이온몰에 가서 장 봐온 것으로 먹을 거다! 그리고 당당하게 포인트를 적립해야지!




지난 일주일 동안 여행을 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 보다, 오늘 반 나절 동안 대화한 양이 더 많을 듯 싶다. 그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말을 했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친해지는 것보다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어제 시간이 많아서 휴대폰 사진첩을 정리했다. 어느 날인지는 기억 나지만 언제 찍었는 지는 모르겠는 사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사진들은 대부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찍은 사진이다. 그런 사진에 꼭 빠지지 않고 있는 친구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든 연락하면 함께 술을 마셔주고, 어떤 일이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다. 이 친구에게는 굳이 숨기거나 감출 것이 없지만, 항상 서로 간의 거리가 유지되는 편한 친구다. 이 친구를 떠올리고 있자니 문득 '이런 친구가 없는 이곳이 외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첩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자 떠나고만 싶었던 한국이 그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괜찮다. 이곳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울 그곳이 될 거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소중하게 기억할 게 있기 때문에 드는 감정이다. 이곳에서도 소중한 기억들이 생기기를 바란다.


마지막은 앞으로 힘내자는 의미에서 나의 책꽃이의 피카츄들.... 간밧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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