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람은 7시에 맞춰놨는데 집이 아니기도 하고,  여성 도미토리에서 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6시 30분에 깨버렸다. 아침 시간에 미화원이 청소하는 것이나 사람들이 출근 하는 것을 보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 단순한 풍경인데도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들이 일상 속에 있는 모습을 보면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렇게 출근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나고야 성쪽으로 걸었다. 그러다 중간에 발견한 코메다 커피. 나고야 지역에서 유명한 카페다.

특히나 7시부터 10시 반까지 제공하는 (11시까지 하는 가게도 있다) 모닝구 세트가 유명하다. 커피를 시키면 연유를 바른 토스트와 사이드 메뉴를 서비스로 준다. 사이드 메뉴는 달걀, 감자 샐러드, 삶은 단팥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나고야는 '나고야 모닝구'라고 해서 아침에 커피와 토스트를 먹는 식습관이 보편적이다. 그래서 카페에서도 모닝구 세트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 이중 삶은 단팥을 토스트에 발라서 먹는 것이 나고야 전통이라고 한다.

먼저 따뜻한 물수건과 물을 주고 조금 기다리면 메뉴가 나온다. 내가 주문한 블렌드 커피 (ブレンドコーヒー,400円)와 서비스 모닝구 세트(삶은 팥, おぐらあん)다.
토스트 빵이 프렌치 토스트 마냥 두꺼웠다. 거의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두께의 빵이 연유가 발라져서 촉촉했다. 거기에 단팥을 발라 먹는 것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커피도 맛있어서 정말 행복한 식사가 되었다. 옆 테이블과의 거리가 멀고 쇼파가 높아서 개인적인 일을 하기에도 좋았다. 그래서 나 말고도 혼자 와서 책을 보거나 신문을 읽으면서 아침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계산을 할 때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쿠지(くじ, 복권? 추첨권?)를 뽑으래서 하나 뽑았다.

스크래치를 해서 봤더니 '코메다 오지상'이 나왔다. 아까 컵에도 그려져 있더니 이 아저씨가 코메다 커피의 마스코트인가 보다. '코메다 오지상'이 나온 쿠지 7장을 모으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준다. 드래곤볼인가... 7장 을 모으게... 이런 이벤트를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남은 6장을 모으지 못하고 오늘 나고야를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2.

8시 40분 쯤 코메다 커피를 나와서 나고야성으로 걸어 갔다. 나고야 성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6시 30분 (전시는 16시까지 입장 가능)까지 들어 갈 수 있다. 나고야 성 입장 시간도 딱 맞았고, 아침 식사도 만족스러워서 기분이 좋았다. 날씨마저 최고였다.


입장료 500엔을 내고 들어가서 혼마루와 천수각을 관람했다. 사실 교양이 부족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문화 유적지도 마찬가지라서 올지 말지 꽤나 고민했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일본역사를 전혀 모르지만 얼마전 오구리 슌과 시바사키 코우의 드라마 <노부나가 콘체르토>를 본 것이 다행이었다. 픽션이기 때문에 왜곡된 부분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 드라마를 떠올릴 수 있어서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3.
들어갈 때는 정문으로 갔지만, 나올 때는 동문을 이용했다. 걷는 게 좋은 이유는 새로운 주변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인데, 걸었던 길을 또 걷는 것은 별 재미가 없다. 물론 숙소로 가는 길은 예외다.
동문으로 나오면 나고야 시청과 아이치 현청이 있다. 웅장한 건물을 바라보며 쭉 내려와서 나고야 TV타워까지 봤다. 그리고 번화가인 사카에 거리를 걷다가 BOOK OFF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오늘도 4시간 기차여행을 하려면 꼭 책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일본어를 배우면서 가장 어려운게 한자라서 활자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구매한 책이 마루코짱.....! 흐흐
초등학교 3, 4학년부터 읽는 책이라고 써져있다.
이걸로 한자 읽기를 시작하겠어!
마루코 도와줘...ㅠㅠ


4.
그렇게 걷고 걷다보니 도착한 미소카츠 야바톤 (みそかつ 矢場とん) 본점.

아침을 잘 먹기도 했고, 무더운 날씨에 걷기만 해서 식욕이 없긴 했지만 달리 할 것도 없고 점심시간이 되었길래 들어갔다. 딱 점심시간인 12시 쯤이어서 줄이 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일 낮이라 그런지 바로 자리로 안내 받을 수 있었다. 주방이 바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하고, 주방장들이 고기를 튀기고 조리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고 있으려니까 곧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미소카츠동에 캬베츠(양배추) 추가(세금 포함1296円).
결론적으로는 정말 맛있었다. 일반적인 된장보다 더 발효시켜서 붉은 빛이 나는 것이 특징이라는 나고야식 된장을 사용한 소스와 씹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연한 돼지고기가 잘 어우러졌다. 특히 첫 맛에 진한 된장의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좋았다. 일본식 미소보다는 좀 더 진해서 한국식 된장이나 쌈장의 느낌도 아주 조금이지만 있었다. 그만큼 구수했다. 인터넷이 되는 곳에 가면 꼭 일본식 된장과 한국식 된장의 제조 과정의 차이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소카츠의 맛과는 관계없지만 양배추를 추가한 것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일본 음식을 먹으면 늘 '달고 짜다(味が濃い)'는 느낌과 먹고 나서 입술이 쪼그라드는 현상때문에 돈부리 종류나 쯔유를 사용하는 음식이 꺼려졌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양배추를 주문해서 드레싱을 뿌리지 않고 먹었더니 간이 딱 맞았다. '양배추'하면 굴 튀김에 양배추와 타르타르 소스를 즐겨먹는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었던 것이 생각나서 그런 해산물 튀김을 주로 연상했었는데, 양념된 돈까스에 먹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

이렇게 혼자 음식을 먹고 장황하게 음식 리뷰를 쓰다보니 <고독한 미식가> 같다.

5.
잘 먹었으니 다시 구경을 하러 '오스 시장'에 갔다.

오스 시장은 정말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 있었다. 나고야의 명물인 '스가키야 라멘'이나 '에비후라이(새우튀김) 샌드'뿐만 아니라 휴대폰, 악세사리,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브랜드 제품도 있었지만 디자이너 숍이나 컨셉 숍들도 있어서 신기했다. 휴대폰을 광고하고 있는 마츠코 상도 봤닼ㅋㅋㅋㅋ

특히 'Alice on Wednesday'라는 이 가게가 인상 깊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컨셉에 맞춰서 가게로 들어가는 문이 굉장히 작다. 저 문으로 들어가면 엄청나게 소녀스러운 악세사리, 팬시, 과자가 있다. 안에는 대부분 여자 손님들이고 다들 상품을 보며 "카와이~"를 연발한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도 "호시이~"를 외치다 계산대로 들고 간다. 부러워라....ㅠㅠ 나도 갖고 싶었다...ㅠㅠㅠ

6.
다시 숙소에 가서 맡겼던 짐을 찾고 나고야 역으로 왔다. 4시 기차를 탈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나고야 구경을 마쳐서(일찍 일어난 덕이지만...) 2시 47분 기차를 타기로 했다.
기차 시간 전에 일본에 오기 전부터 먹고 싶었던 나고야 역에 있는 카페 잔츠아누의 피요링(ぴよりん)을 먹으러 갔다.

나고야 역의 정 가운데에 있는 카페 잔츠아누. 겉에서 보기에는 작아보이지만 안에 앉을 수 있는 좌석도 있어서 기차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그래서 캐리어를 들고 오는 사람들은 번호표를 주며 보관 서비스를 해준다. 귀여운 피요링들...!옆에 다른 케이크도 있었지만 나의 목적은 오로지 이 피요링이었다. 시즌 별로 이벤트를 해서 색깔이 다르거나 모자를 쓴 피요링을 판매할 때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오로지 이 오리지날 피요링밖에 없었다. 나고야 역의 정 가운데에 있는 카페 잔츠아누. 겉에서 보기에는 작아보이지만 안에 앉을 수 있는 좌석도 있어서 기차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그래서 캐리어를 들고 오는 사람들은 번호표를 주며 보관 서비스를 해준다. 귀여운 피요링들...!옆에 다른 케이크도 있었지만 나의 목적은 오로지 이 피요링이었다. 시즌 별로 이벤트를 해서 색깔이 다르거나 모자를 쓴 피요링을 판매할 때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오로지 이 오리지날 피요링밖에 없었다.

보슬보슬 노란 털 피부에 조금 더 진한 노랑의 날개와 벼슬, 그리고 눈과 부리의 조화가 너무 귀엽다. '어느 부분부터 먹어야 할까'하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결론은 오른 날개부터 먹기로 했다. 피요링과는 상관 없는 얘기지만 닭이든 오리이든 조류는 날개 부분이 부드러워서 좋다. 피요링은 단순 모양만 귀여운 것이 아니다. 그 속도 굉장히 알찬 구성이다. 단면을 보면 바닐라 푸딩이 통째로 들어가 있고, 그 밖을 느끼하지 않은 담백한 크림과 카스테라가 감싸고 있다. 그리고 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초코렛까지 해서 맛 자체가 좋다. 특히 안의 내장? 역할을 담당하는 통째로 들어간 바닐라 푸딩이 맛있어서 320円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다. 너무 좋아 피요링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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