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티웨이 항공을 타고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다. 쾌속 에어포트 티켓을 구매하고 삿포로역으로 바로 왔다. 6시 정도 되었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한국과는 달리 선선한 날씨에 놀랐다.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번화가인 스스키노 거리로 향했다. 라멘 요코초에 가서 맛있는 라멘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가는 길에 시계탑도 있고 TV타워도 볼 수 있었다. 스스키노 거리는 정말 화려했다. 특히 기린 이찌방과 삿뽀로, 아사히 일본의 3대 맥주 간판이 나란히 있는 것이 볼 만 했다.

라멘 요코초는 큰 사거리를 건너서 왼쪽으로 가면 나온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라멘 요코초에는 꽤나 실력 있어 보이는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골목에 들어가자마자 달콤한 냄새가 나서 설렜다. 그 달콤한 냄새는 버터콘 라멘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가게 안은 모두 비좁았다. 여러 가게 중 곰이 그려진 것이 귀여운 가게에 들어갔다.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에 맥주와 교자를 시키고 버터콘 라멘 미소 맛을 주문했다. 먼저 나온 교자는 평범하지만 맛있었고, 맥주는 정말 부드러웠다.
그리고 나온 버터콘 라멘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맛...! 라멘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꿨다. 진짜 맛있다는 말과 행복하다는 말을 연발하게 만들었다. 삿포로에서는 꼭 버터콘 라멘을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삿포로 클래식 맥주와 과자를 샀다. 과자를 고르는데 일본어를 잘 못해서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고른 맛은 김 맛 소금......실패였다...ㅎㅎ



여행에서의 하루는 신기하다. 같은 24시간인데 일상의 하루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날 설렘으로 잠 못이루고 아침 일찍 눈을 떠서 공항에 도착하면 신이 나서 짐이 무거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랜만의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이 생경함과 낯설음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기억났다. 어느샌가 여행이 '소비'와 함께 연상되고, 대학생이니까 혹은 남들이 다 하니까 하는 관광 여행이 많아져서 여행을 떠나는 나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었다. 쇼핑과 관광 목적의 여행, 보여주기 위한 여행, 휴양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 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어떤 여행이 될 지도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는 자유로워지기 위해 여행을 한다. 시간으로부터 익숙함으로부터 그리고 지루함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그런 여행이 된 적은 없다. 여행을 떠날 때는 해방감을 느끼고 자유로워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행 경비에 구속되고 나의 무력함을 느끼면서 좌절한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는 과정에서 조금씩 쾌락을 느낀다. 세계와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행이 끝나면 또 여행을 할 것이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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