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 수요일부터 개강이었지만, 목요일이 추분으로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사실상의 개강은 어제인 월요일부터였다.

7월, 8월 그리고 9월까지 자그마치 3달을 연속해서 수업이 없다가 등교해서 강의를 들으려니 어색하다.

마치 수능을 보고 정신 없이 놀다가 첫 대학교 강의실에 들어가는 기분 같다.


일본어 강의는 기숙사 친구들과 같이 듣는데에다가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다.

Contemporary Japan이라는 강의도 있는데 프레젠테이션 강의다.

일본어로 발표를 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시험이 없고 과제도 어려운 것은 없어보여서 좋다.


문제는 역시 전공인 심리학이다. 아직 사회심리학 밖에 듣지 않았지만, 유학생이 듣는 강의가 아니기 때문에 교수님의 말이 또박또박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다. 일본어로 된 사회심리학 전공 서적을 1620엔 주고 사고 나니, 예습과 복습을 안 하면 정말 못 따라 가겠구나라는 생각에 압박감이 느껴진다.


오늘은 인지 심리학 수업을 처음으로 듣는다. 조금 설레면서도 무섭다.



2.

급식을 먹던 학창 시절 이후로, 그러니까 스스로 식사를 챙겨야 하게 된 이후로 생활에서 가장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은 역시나 '밥'이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저녁은, 내일은, 칼로리는, 고기는 없는 식단으로, 누구랑... 등등 밥을 먹는 데에 수많은 선택들이 필요하다.

'선택 장애'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잠시 중단했었던 채식(나의 채식은 유제품, 달걀, 생선은 먹지만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이다)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선택 장애를 심하게 겪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어려운 건 역시나 어렵다.


식재료를 냉장고 안에 쌓아 두는 것이 부담스럽다.

내 변덕스러운 성격 상 오늘 산 것이 내일 먹고 싶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그 때 먹을 것은 그 때 사도록 한다.

그래서 밥, 빵, 야채, 달걀 할 것 없이 묶음으로 파는 것들은 사기가 꺼려진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레토르트 식품이 나오는 거다.

밥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레토르트 밥은 4개 묶음을 사서 보관해둔다.

식사에는 국물이 있어야 배가 부르기 때문에 레토르트 수프와 레토르트 미소 된장국도 구비해두었다.

가끔은 세 묶음 짜리 낫토도 구매한다.


물론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런 나의 식단에 메인은 카레다.

카레에 있어서 만큼은 마음이 너그러워 진다. 아직 많이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동안 먹은 카레들이다.



최근에 빠진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100칼로리 시리즈의 카레다.

광고 문구대로 맛이 있는데 100칼로리 밖에 안된다.

크림 카레는 너무 묽어서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하야시 카레는 맛있었다.



매운 게 먹고 싶어서 고른 카레인데, 하나도 맵지 않아서 실망했다.

일본에서 '맵다'고 광고 하는 것 중에 매운 음식이 없었다...



이게 내가 먹었던 것중 가장 맛있었던 카레!!

다이소에서 다른 물건들을 사다가 별 기대 안하고 산 카레인데 정말 맛있었다.

토마토 가지 카레인데, 도쿄의 와사비 게스트 하우스에서 먹었던 카레와 비슷한 맛이 났다.

다음에 또 사먹어야지~



가장 처음 사먹었던 카레이자, 가장 맛 없었던 카레다.

일부러 매운 맛을 고른 거였는데, 실망했다.

매운 맛도 없고 심지어 맛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카레를 안 먹은 지 3일 정도 되었다.

오늘은 카레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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