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디어 여행의 첫 날이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결항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도 결항은 아니었다. 하지만 14시 이륙할 비행기가 악천후로 인해 늦게 출발하여 15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했다. 게다가 나는 장기 체류 목적으로 일본에 입국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국 심사도 오래걸리는 바람에 애초에 계획했던 일정보다 늦어졌다.

17시에 오사카로 가는 기차를 타지 못하면 나고야에 10시가 넘어서 도착하기 때문에 불안해졌다. 사실 9시 40분에 도착하나 10시에 도착하나 큰 차이는 없지만, 뭔가 10시가 넘은 시간에 나고야 역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찾기 위해 헤맬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었다.

입국 심사를 통과하자마자 열심히 달려가서 JR간사이 공항 역의 티켓 판매처(미도리노마도구치)에서 청춘 18 티켓(青春18きっぷ) 을 구매했다. 감격할 새도 없이 바로 개찰구로 뛰어갔다. 청춘 18 티켓은 자동 개찰구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아 역무원에게 보여주고 당일 날짜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 이 때가 기차 시간이 2분 정도 남았을 때여서 어떻게 도장을 받았는지도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든 개찰구까지 무사히 통과하고 제 시간에 기차에 탔다. 정말 아슬아슬했다.

기차에 타서 도장 찍힌 티켓을 다시 보니 뿌듯해졌다. 이제 긴 여정의 시작이다. 청춘 18티켓은 JR 보통열차와 쾌속선만 이용할 수 있다. 간사이 공항에서 나고야까지 두 번 환승을 해야한다.

간사이 공항~오사카~마이바라~나고야

총 4시간 10분의 기차 여행을 시작했다.


2.

오사카에서 마이바라로 가고 있다. '여행 일지를 써야겠다'고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하고있으려니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막막하다. 지금까지 한 것이라고는 기차를 어렵게 갈아탄 것과 환승시간을 이용해 세븐일레븐의 치킨까스 샌드위치와 딸기 요구르트(403엔)로 저녁을 먹은 것이 전부다.

치킨까스 샌드위치는 돈카츠 샌드위치보다 뻑뻑하지 않아서 맛있었고, 딸기 요구르트는 알맹이가 작아서 신기했다.

이런 리뷰가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도 나의 여행 일기에는 보기만 해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잘 찍은 사진은 커녕, 이 고장 하면 모두가 먹고 가는 유명 맛집의 음식 사진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혼자 여행을 하면 아무래도 구차해진다.
아무리 일기라는 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고 해도, 누구나 볼 수 있는 블로그에 올리는 거라 조금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어쩌면 아무도 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써봐야지.

3.
내가 묵은 곳은 '와사비 게스트 하우스 (Guest house wasabi nagoya)'라는 게스트 하우스다. 교토와 도쿄에도 체인이 있어서 3일 뒤 도쿄 여행 때에도 이곳에 묵을 예정이다.

오후 9시 40분에 나고야 역에 도착할 예정이기 때문에 되도록 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정했다. 구글 맵으로 미리 찾았을 때 역에서 5분 밖에 걸리지 않아서 안심했었다. 하지만 막상 기차에서 내리고 나니 나고야 역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훠어어어얼씬 컸다. 믿고 있던 인포메이션 센터도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

무작정 사람들이 많이 나가는 사쿠라 도오리 쪽으로 나갔지만 전혀 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주변에 서있는 학생에게 길을 물어봤다. 휴대폰으로 구글 맵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가냐고 물어봤더니 반대편 (向こう)으로 나왔다고 하더라... 절망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자신이 그 쪽 출구까지 같이 가준다고 했다. 정말 감사했다. 가는 중간에 그 학생이 뭐라고 뭐라고 물어봤는데 정신 없는 상황에서 들어서 "오치즈오모라이마스까?" 라고 알아 들었다.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지도를 받았냐고 물어보는 것으로 이해해서 "いいえ"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잠깐 주춤하더니 다시 친절한 얼굴로 그럼 이쪽으로 쭉 가면 되니까 자기는 가 보겠다고 하더니 떠났다. 나는 당황해서 그 자리에 멈췄다. 응? 아까 같이 가준다고 한 거 아니 었나? 왜 중간에 그냥 가지?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お地図を一度もっと見てもらえますか?" 라는 말을 한 거 였다.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구글 맵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없겠냐고 물어본 거였다. 아.... 그런데 거기다 대고 나는 "아니요"라고 했으니 지도 안 보여준다고 거절한 것이 되었다. 그러니까 그 학생이 순간 그렇게 주춤했던 거였다.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까 너무 미안해졌다. 덕분에 가는 길도 찾았는데 그 학생에게는 친절을 베풀었는데 되려 기분 나쁜 일을 당하게 한 것이 되어버려서 정말 미안했다. 앞으로는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듣고 이해하고 대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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