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TRAVLE
(청춘18티켓여행)도쿄여행 (아키하바라, 우에노, 탄탄츠케멘)
굿모닝그래놀라
2016. 9. 4. 20:50
1.
진보초를 나와서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덕후들의 성지라는 아키하바라! 만화는 많이 보는 편이지만 아키하바라에 있을 법한 애니메를 보지는 않아서 '이거를 반드시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간 것은 아니었다. 전자제품에도 그닥 관심이 없어서... 아키하바라에서 내가 둘러볼 곳은 돈키호테정도 였다. 돈키호테라면 일본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닌가 하겠지만, 아키하바라의 돈키호테는 조금 다르다. 다른 매장보다 코스프레 옷이 훨씬 더 많다...ㅋㅋㅋㅋ 그리고 8층에는 아키하바라의 딸들 AKB48극장이 있다!
2.
아키하바라를 나와서 아사쿠사로 향했다. 이 때부터 걷는 게 엄청나게 힘들어졌다. 중간중간 공예점이나 예쁜 가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였다. 오후 2시라서 햇빛도 뜨겁고 점점 지쳐갔다. 아사쿠사에 가서 닌교야끼를 먹을 생각으로 겨우겨우 버텼다.
그렇게 도착한 아사쿠사가...
3.
그렇게 실망감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이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여기서 멀지 않고 숙소에 가는 길이기도 한 우에노 공원으로 결정했다. 공원이면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도 팔거고 그걸 먹으면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며 걷기 시작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는 길에 뭐가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는 없지만,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주 나오는 집에 조상을 모시는 그 나무 장 같은 것을 파는 거리가 있었다. 그 나무 장 같은 것은 '부츠단(仏壇)'이라고 하는데 조상의 영정을 걸어두고 향을 피우고 공양을 한다.
사실 지나가면서 본 나무 장이 부츠단인지 카미다나(神棚)인지 몰랐었다. 그래서 숙소에 와서 찾아보니, 내가 본 것은 조상을 모시는 부츠단이고 카미다나는 국가신을 모시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종교가 혼교주의라는 것 정도만 아는데, 이전에 크리스마스에 후쿠오카에 갔을 때 아무도 성탄절을 기리지 않았던 것도 그렇고 일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종교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4.
우에노 공원에 도착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JR 우에노 공원 역에 도착했다. 역 앞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귀여운 빵을 팔고 있길래 본래의 목적이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까맣게 잊고 들어갔다.
배는 고프지만 곧 저녁 시간이라 빵 하나를 다 먹기는 부담스러웠고, 아까 가구라자카에서 페코짱야끼를 못 먹은 것과 아사쿠사에서 닌교야끼를 먹지 못한 서러움이 겹쳐서 결국 판다 야끼를 하나 샀다. 맛이 여러 가지 있었지만 내가 고른 것은 커스타드 맛!
빵은 따뜻한데도 퍽퍽했고, 커스타드는 한 군데 뭉쳐 있어서 질감이 무슨 팥앙금 같았다. 이건 뭐... 학교에서 집에 가는 삼각지역에서 산 델리만쥬를 다음 날 등교할 때 먹는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맛이 없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누가 그런 건가. 왜 난 먹고자 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잊었던 건가....
5.
판다야끼에 실망한만큼 저녁을 잘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5시가 다 되어가고, 몸도 힘들어서 저녁은 최대한 숙소 가까운 곳에서 해결하고 바로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숙소 가까운 곳에서 아무데나 들어가기로 했다. 말이 '아무데나'이지 숙소에 가까워질수록 음식점을 고르는데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첫째, 생맥주(生ビル, 나마비루)를 팔 것. 둘째, 오늘 고생했으니까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 셋째,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곳을 찾지 말고 내 눈으로 판별할 것.
배가 고파 죽겠는데 조건이 너무 많다. 이 조건을 다 생각해봤을 때 맞는 건 역시 라멘에 교자다. 아니면 야끼도리 정도.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라멘집과 야끼도리집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가게들을 지나치고 한참을 헤메이다가(숙소 주변에서만 거의 40분 정도) 결국 뭔가 심상치 않아보이는 라멘집이 보였다. 겉에는 뭔가 오래되어보이는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그 사진들을 자세히 보니까 옛날에 방송에 나온 적도 있나보다. 너무 허름해서 망설여졌지만, 빨간 국물에 매혹되어 들어갔다.
탄탄츠케멘을 파는 가게였다. 츠케멘은 면과 국물이 따로 나와서 면을 진한 국물에 찍어먹는 음식이다. 이 가게는 탄탄츠케멘 전문점으로 매운 탄탄멘 국물에 면을 찍어먹게 나온다.
여튼 그렇게 가장 작은 소 사이즈로 주문하고 계산을 했더니 주인이 辛さ(카라사, 맵기)를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봤다. 그제서야 맵기 단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기름 져도 맛있어~!!@@ 이렇게나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고기 육수 국물 안에는 아지타마고(간이 된 일본식 삶은 계란)와 돼지 고기, 마늘, 파, 숙주가 들어가 있었는데 이 국물 맛이 장난이 아니다. 국물을 먼저 한 입 먹고 감동한 뒤에 면을 담가서 먹었는데 진짜 잘 어울렸다. 면의 두께가 일반 라멘보다는 더 두꺼운데 칼국수 면 같으면서도 얇지는 않고 쫀득쫀득했다.
워낙 매운걸 좋아해서 그런지 그렇게 맵지는 않았다. 이 정도가 "극 매운맛"이라니 좀 아쉬웠다. 앞으로 일본 생활하려면 이정도 매운맛에 만족해야하는 건가... 그래도 지금 맛있으니까 됐다.
잘 먹고 일어나서 주인에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니,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かわいです!(귀여우세요)"라고 했다.
어허허헣? 허허허허허? 기분이 좋아지네? 룰루 댁도 귀여우세요 (*´ω`*)
6.
밥도 잘 먹었고, 귀엽다는 소리도 듣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이 기분이 너무 좋으면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된다. 숙소 앞 이온몰(슈퍼)에 들러서 과자와 맥주를 샀다. 과자는 내가 지금 행복하니까 "幸せバタ味(행복버터맛)"감자 칩, 그리고 산토리 가을 맥주!
어제 등산 한 것도 모자라서 오늘도 무리해서 걸었다. 휴대폰 걸음 체크 기능을 보니 4만 보를 넘게 걸었더라... 최고 기록 경신이다. 내일 아침 일어날 때 다리 아플 게 겁난다.
진보초를 나와서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덕후들의 성지라는 아키하바라! 만화는 많이 보는 편이지만 아키하바라에 있을 법한 애니메를 보지는 않아서 '이거를 반드시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간 것은 아니었다. 전자제품에도 그닥 관심이 없어서... 아키하바라에서 내가 둘러볼 곳은 돈키호테정도 였다. 돈키호테라면 일본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닌가 하겠지만, 아키하바라의 돈키호테는 조금 다르다. 다른 매장보다 코스프레 옷이 훨씬 더 많다...ㅋㅋㅋㅋ 그리고 8층에는 아키하바라의 딸들 AKB48극장이 있다!
2.
아키하바라를 나와서 아사쿠사로 향했다. 이 때부터 걷는 게 엄청나게 힘들어졌다. 중간중간 공예점이나 예쁜 가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였다. 오후 2시라서 햇빛도 뜨겁고 점점 지쳐갔다. 아사쿠사에 가서 닌교야끼를 먹을 생각으로 겨우겨우 버텼다.
그렇게 도착한 아사쿠사가...
3.
그렇게 실망감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이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여기서 멀지 않고 숙소에 가는 길이기도 한 우에노 공원으로 결정했다. 공원이면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도 팔거고 그걸 먹으면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며 걷기 시작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는 길에 뭐가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는 없지만,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주 나오는 집에 조상을 모시는 그 나무 장 같은 것을 파는 거리가 있었다. 그 나무 장 같은 것은 '부츠단(仏壇)'이라고 하는데 조상의 영정을 걸어두고 향을 피우고 공양을 한다.
사실 지나가면서 본 나무 장이 부츠단인지 카미다나(神棚)인지 몰랐었다. 그래서 숙소에 와서 찾아보니, 내가 본 것은 조상을 모시는 부츠단이고 카미다나는 국가신을 모시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종교가 혼교주의라는 것 정도만 아는데, 이전에 크리스마스에 후쿠오카에 갔을 때 아무도 성탄절을 기리지 않았던 것도 그렇고 일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종교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4.
우에노 공원에 도착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JR 우에노 공원 역에 도착했다. 역 앞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귀여운 빵을 팔고 있길래 본래의 목적이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까맣게 잊고 들어갔다.
배는 고프지만 곧 저녁 시간이라 빵 하나를 다 먹기는 부담스러웠고, 아까 가구라자카에서 페코짱야끼를 못 먹은 것과 아사쿠사에서 닌교야끼를 먹지 못한 서러움이 겹쳐서 결국 판다 야끼를 하나 샀다. 맛이 여러 가지 있었지만 내가 고른 것은 커스타드 맛!
빵은 따뜻한데도 퍽퍽했고, 커스타드는 한 군데 뭉쳐 있어서 질감이 무슨 팥앙금 같았다. 이건 뭐... 학교에서 집에 가는 삼각지역에서 산 델리만쥬를 다음 날 등교할 때 먹는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맛이 없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누가 그런 건가. 왜 난 먹고자 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잊었던 건가....
5.
판다야끼에 실망한만큼 저녁을 잘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5시가 다 되어가고, 몸도 힘들어서 저녁은 최대한 숙소 가까운 곳에서 해결하고 바로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숙소 가까운 곳에서 아무데나 들어가기로 했다. 말이 '아무데나'이지 숙소에 가까워질수록 음식점을 고르는데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첫째, 생맥주(生ビル, 나마비루)를 팔 것. 둘째, 오늘 고생했으니까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 셋째,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곳을 찾지 말고 내 눈으로 판별할 것.
배가 고파 죽겠는데 조건이 너무 많다. 이 조건을 다 생각해봤을 때 맞는 건 역시 라멘에 교자다. 아니면 야끼도리 정도.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라멘집과 야끼도리집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가게들을 지나치고 한참을 헤메이다가(숙소 주변에서만 거의 40분 정도) 결국 뭔가 심상치 않아보이는 라멘집이 보였다. 겉에는 뭔가 오래되어보이는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그 사진들을 자세히 보니까 옛날에 방송에 나온 적도 있나보다. 너무 허름해서 망설여졌지만, 빨간 국물에 매혹되어 들어갔다.
탄탄츠케멘을 파는 가게였다. 츠케멘은 면과 국물이 따로 나와서 면을 진한 국물에 찍어먹는 음식이다. 이 가게는 탄탄츠케멘 전문점으로 매운 탄탄멘 국물에 면을 찍어먹게 나온다.
여튼 그렇게 가장 작은 소 사이즈로 주문하고 계산을 했더니 주인이 辛さ(카라사, 맵기)를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봤다. 그제서야 맵기 단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기름 져도 맛있어~!!@@ 이렇게나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고기 육수 국물 안에는 아지타마고(간이 된 일본식 삶은 계란)와 돼지 고기, 마늘, 파, 숙주가 들어가 있었는데 이 국물 맛이 장난이 아니다. 국물을 먼저 한 입 먹고 감동한 뒤에 면을 담가서 먹었는데 진짜 잘 어울렸다. 면의 두께가 일반 라멘보다는 더 두꺼운데 칼국수 면 같으면서도 얇지는 않고 쫀득쫀득했다.
워낙 매운걸 좋아해서 그런지 그렇게 맵지는 않았다. 이 정도가 "극 매운맛"이라니 좀 아쉬웠다. 앞으로 일본 생활하려면 이정도 매운맛에 만족해야하는 건가... 그래도 지금 맛있으니까 됐다.
잘 먹고 일어나서 주인에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니,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かわいです!(귀여우세요)"라고 했다.
어허허헣? 허허허허허? 기분이 좋아지네? 룰루 댁도 귀여우세요 (*´ω`*)
6.
밥도 잘 먹었고, 귀엽다는 소리도 듣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이 기분이 너무 좋으면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된다. 숙소 앞 이온몰(슈퍼)에 들러서 과자와 맥주를 샀다. 과자는 내가 지금 행복하니까 "幸せバタ味(행복버터맛)"감자 칩, 그리고 산토리 가을 맥주!
어제 등산 한 것도 모자라서 오늘도 무리해서 걸었다. 휴대폰 걸음 체크 기능을 보니 4만 보를 넘게 걸었더라... 최고 기록 경신이다. 내일 아침 일어날 때 다리 아플 게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