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부터 7일까지 오키나와를 여행했다.

'겨울에 왠 오키나와?' 하겠지만,

애초에 나는 해양 스포츠를 즐기지도 않을 뿐더러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가장 먼저 벚꽃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떠났던 오키나와 여행이 벌써 일주일 전의 이야기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따뜻한 추억으로 남은 이 여행의 이야기는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올릴 예정이다.

그 중에 오늘은 '오하코르테'라는 타르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하코르테'는 국제거리에도 있는 유명한 카페 겸 베이커리다.

특히 국제 거리에 있는 큰 카페에서는 모닝 브런치가 유명하다.


하지만 오하코르테는 사실 후르츠 타르트 전문점이다.

tarte!tarte!tarte!


내가 방문한 곳은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小禄店 인데, 망가쇼고에 들르기 위해 갔던 곳으로 관광지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하코르테 베이커리 카페도 굉장히 작았고, 빵 종류는 팔고 있지 않았다.









외관부터 조용한 카페의 분위기가 좋았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차분함과 단정함도 마음에 들었다.

카페의 분위기에 취해 나도 수줍게 타르트 하나를 골라서 주문했다.

과일들이 가득 올라간 타르트들도 있었지만,

점심을 막 먹은 배부른 상태라서 가장 기본적인 것 처럼 보이는

'쇼콜라 오렌지' 타르트를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서 조금 기다리면 이렇게 예쁘게 세팅된 타르트가 나온다.

접시와 포크, 나이프도 너무 귀엽고 물수건 마저 아기자기 하다.

이런 세세한 것에 감동하다가 타르트를 한 입 먹었는데,

와 정말 맛있다.


과하게 달지 않고 쓰지도 않다.

쇼콜라와 오렌지가 잘 어울리는 걸 너머 그냥 원래부터 이런 것 같다.

여태껏 먹어본 타르트 중에 가장 맛있었다.

폭신폭신 할 것 같아보이지만 의외로 딱딱해서 씹는 맛도 느낄 수 있다.

분위기도 한 몫하지만 일단 타르트 자체가 맛있다.

다른 타르트들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과유불급이다.


이 하나가 이렇게 맛있었으니 오히려 그 맛을 잊게 할까봐 꾹 참았다.


타르트 하나에 오바하는 것 같지만,

여행의 마지막이 이렇게 맛있는 타르트였어서

5일간의 오키나와 여행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고마운 타르트다.


로손에서는 요즘 코코이찌방야 (coco壱番屋)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코코이찌방야는 한국까지 진출한 대표적인 일본 카레 음식점인데, 한국에서는 9000원~10000원 대로 카레 치고는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일본카레의 대표적인 맛이니까 이 정도 가격은 감안하고 먹을 수 있었다. 특히 나는 '일본 카레'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곳의 카레를 좋아했다.
일본에 살게 되면 코코이찌방야를 자주 갈 줄 알았는데, 6개월 동안 한 번도 안 갔다...ㅎㅎ한국에 비해서는 저렴하고 바로 집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가격이면 먹을 수 있는 다른 처음 보는 음식들이 많아서 안 가게 되었다. 특히 일본에서 코코이찌방야는 한국처럼 외식을 하는 식당의 이미지보다는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직장인의 식사라는 이미지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같은 패스트 푸드인데 김밥 천국 같은 간편식의 느낌이다.
그런 코코 이찌방야가 요즘 로손과 콜라보를 해서 샌드위치, 오니기리, 오므라이스 등 편의점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내가 먹어 본 것은 로스 가츠 카레 샌드위치(ロースとん勝カレーサンド)와 오므카레 오니기리(オムカレーおにぎり) 두 가지다. 둘 다 진한 카레 맛이 만족스러웠는데, 그 중에서도 로스 가츠 카레 샌드위치는 정말 추천한다.

일단은 카츠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 두께는  내 엄지손가락 두 개 정도로 두껍고 고기가 질기지도 않았다. 고기가 이렇게 두꺼운데도 카레와 양배추의 양과 조화가 잘 되어서 먹으면서 계속 '우와~'를 연발했다. 먹어봤던 가츠 샌드 류 중에서는 최고였다.

언제까지 이 콜라보를 할지는 모르지만, 드디어 코코이찌방야를 먹었다!
아침에 수업을 듣고 볼 일이 있어서 우메다에 왔다. 혼자 우메다에 오는 일이 오랜만이어서 어젯밤부터 뭘 할까 고민하며 기대했다.
예쁜 카페에 가서 런치를 먹으며 인스타그램에 올릴까, 아니면 먹고 싶었던 카레를 먹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직도 못 먹어본 551 호라이의 만두를 먹을까 한참 고민했다. 나온 김에 쇼핑도 할까 하며 신났다.
원래는 오샤레~한 카페에서 보기에 예쁜 음식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오사카 제 1, 2, 3 빌딩을 지나면서 마음이 변했다.
오사카역에서에서 니시우메다를 거쳐 기타신치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오사카 역 앞 빌딩들은 루쿠아나 한큐 백화점, 그란드 프론트, 헵파이브 이런 훌륭한 쇼핑몰들과는 좀 다르다. 삭막하다고도 할 수 있고 심하게 말하면 조금 누추하다.
사실 나도 오늘 처음 들어와봤다.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고 비즈니스맨들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1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누가봐도 일하는 도중에 맛있고 저렴한 런치를 먹으러 온 사회인들 뿐이었다. 사람들에 놀라고 가격에 한 번 더 놀랐다. 쇼핑몰들에 입점한 음식점들이 기본적으로 1000엔을 넘는데 비해 이곳은 1000엔을 넘는 메뉴를 찾기가 더 어려웠다. 런치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과 분위기가 특징인 것 같다.  스탠딩 이자카야도 있었는데, 다음에는 꼭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들어간 곳은 가츠동과 오야꼬동 전문점이었다. 둘 다 소박한 음식이다. 메뉴도, 매장도 모두 소박한 일본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서민적인 이미지다.
가장 저렴한 소스 가츠동(470엔)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주문하는 걸 지켜봤다. 다들 들어오는 순간부터 메뉴는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 남성 직장인들이나 혼자 온 아저씨들이었고 아주 가끔 혼자 온 젊은 여자도 있었다. 오야꼬동을 많이 주문하는 것을 보고 나도 오야꼬동을 주문할 걸 하고 조금 후회했다.
내가 주문한 가츠동은 얼마 안 지나서 나왔다.
5000원도 안하는 가격이기에 맛은 별로 기대 안하고 분위기에 취해있었는데, 돈카츠를 입에 넣는 순간 놀랐다. 고기가 두꺼운 것은 아니지만 질기지 않고 적당히 맛있었고, 무엇보다 튀김 옷의 바삭함이 정말 좋았다.
분명 평범한 맛인데 굉장했다. 보통은 '평범한 돈카츠'를 기대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머릿속에 있는 '평범함'의 이미지는 그 대상의 대표적인 특징만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돈카츠'하면 평범하게 겉은 바삭한 튀김 옷과 속은 양념이 잘 밴 고기를 떠올리지만 그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것을 찾기는 사실상 어렵다. 오히려 규카츠 같은 것을 먹으며 "먹어본 적 없는 식감이야~!"라는 감동은 할 수 있지만, "딱 내가 먹고싶던 그 돈카츠 맛이야"라는 감동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의 돈카츠는 그 '평범함'을 충족시켰다.
이 돈카츠를 먹다보니 갑자기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학교 앞에 있는 일식집에서 카츠동를 먹고 있을 내가 상상되었다. 으, 생각만 해도 불쌍하다. 한국식 돈까스를 좋아하지만, 카츠동은 그게 아닌 것을 아니까 그 때가 되면 얼마나 이 맛을 그리워하게 될까.

그러니까 결론은 '일본 생활을 충분히 즐기자. ' 카츠동을 먹으며그렇게 다짐했다.

돈카츠의 '카츠'는 일본어의 '勝つ(이기다)'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시험을 보기 전 수험생들이 먹는다. 나도 이거 먹고 힘내야지.

2016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날,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 소설 <69-식스티 나인>을 읽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내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소수의 예외적인 선생을 제외하고, 그들은 정말로 소중한 것을 내게서 빼앗아 가버렸다. 그들은 인간을 가축으로 개조하는 일을 질리지도 않게 열심히 수행하는 '지겨움'의 상징이었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오히려 옛날보다 더 심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건, 선생이나 형사라는 권력의 앞잡이는 힘이 세다. 그들을 두들겨 패보아야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우리 쪽이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싸움이다. 나는 그 싸움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도 즐겁게 살야야지, 라는 결심을 하고 잠이 들었다.

변덕이 심한 편이지만 이번 결심은 꽤 오래 이어져서 다음 날 아침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어디론가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떠날까 고민하다가 이전에 계획은 다 세워 놓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가지 못했던 교토 이치죠지에 가기로 했다.


이전부터 교토 이치죠지에 있는 게이분샤(恵文社)라는 서점에 가고 싶었다. 본래 독립 서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인스타그램에서 본 이 작은 서점인데 간판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더 중요한 이유는 라멘이다. 이치죠지는 맛있는 라멘이 많은 골목으로 유명하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그대로 전차를 타고 출발했다.

아와지 역에서 한큐 교토 선으로 환승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툭 치며 아는 척 해왔다.

도쿄 여행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는 지인이었다.  비록 나의 차림새는 볼품 없었지만 부끄러움보다 반가운 마음이 컸다.

열차가 곧 도착한다는 방송을 들으면서 도쿄의 오미야게라며 급하게 '도쿄 바나나'의 포장을 풀어 하나 건네 주었다.

나는 같은 기숙사에 사니까 저녁 때면 또 볼 수 있는데 지금 주겠다며 그렇게 급하게 포장을 푸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감사히 받았다.



아침도 안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전차에 타서 허겁지겁 먹었다.

부드러운 빵에 달콤한 바나나 잼? 앙금? 여튼 속이 잘 어울어져서 정말 맛있었다.


특급 가와라마치 행을 탔기 때문에 35분 정도가 지나자 교토 가와라마치 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이치죠지까지 1시간 반 정도를 걸을 예정이다.

버스를 이용하면 한 번에 편하게 가지만, 혼자 여행을 할 때는 왠만한 거리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게 여행 중에 내가 빨리 지쳐 버리는 원인이지만...

혼자 여행할 때는 시간도 많고 걸으면서 구경할 수 있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걷는다.


가와라마치에서 이치죠지까지 가는 길은 크게 두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 가모가와 강변을 따라 걷는 길과 헤이안 신궁을 지난 후로 걷는 골목길이다.




역시 나는 가모가와 강을 봐야 교토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기온 거리나 게이샤의 모습도 교토를 대표하는 풍경이지만 나에게 교토는 가모가와 강을 따라 걸을 때 가장 실감이 난다.

날씨도 좋아서 강변을 따라 걷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1시간을 넘게 걸으니 드디어 이치죠지 골목에 진입했다.

우선은 첫 번째 목적인 라멘야로 갔다.

이치죠지 골목에는 간사이에서 유명한 라멘집들이 모여 있다.

대표적인 곳들이다.


이 중에 '天天有'와 '高安'도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한 곳이지만,

내가 오늘 목표로 정한 곳은 '極鶏(곡케이)'라는 곳이다.

ドロドロ(질척질척, 걸쭉걸쭉)한 국물로 유명세를 탄 닭 육수 라멘 전문점이다.



11시 30분이 오픈 시간이고, 내가 곡케이에 도착한 게 11시 45분 쯤이었는데 이미 사람이 많아서 대기표를 받아야 했다.

1시 쯤에 다시 오라는 것이다. 인기가 많다고는 해도 이 정도일 줄이야.

순간적으로 '내가 이 정도를 기다려서 이 라멘을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고 다른 라멘 집을 갈까 고민했지만,

딱히 바쁜 것도 아니니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기다리는 동안 두 번째 목적인 근처의 게이분샤 서점에 가기로 했다.


바로 내 앞에 대기표를 받았던 젊은 일본인 남자 일행 4명도 뭐하면서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가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엿들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1시까지 한 시간 넘게 남았어' '뭐하지?' '배도 고파' '못참겠어' '다른 라멘야도 유명한데 많은데 가볼래?'

'그래 한 시간이나 남았으니까 일단 하나 먹고, 여기에 또 먹으러 오면 되겠다'


나도 배는 고프지만, 나는 한 번에 한 끼밖에 못 먹는 위장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더 참고 일단 게이분샤 서점으로 향했다.



사진으로 간판만 봤기 때문에 작은 동네 서점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 외였다.

외부도, 내부도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가득 차있었다.

직원들이 직접 읽은 책만 서점에 진열한다는 규칙이 있는 곳인데,

이 넓은 곳에 이 많은 책들을 다 읽고 진열하려면 과로사하겠다는 개구진 생각도 들었다.

마침 새로운 스태프를 모집하고 있었는데,

한 때 서점 직원이 꿈이었던 나였기에 관심있게 봤지만 서점의 크기와 책의 양에 빠르게 단념했다.



드디어 약속한 한 시가 되었다.

혹시라도 늦으면 차례가 밀릴까봐 한 시에 딱 맞춰서 갔다.

이 때에도 사람이 많아서 지금 번호표를 받으면 2시 40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가게 앞에서도 더 기다려서 드디어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내부의 사진은 규정 상 찍을 수 없었고, 메뉴판만 찍었다.

기본적인 라멘이 800엔 ~ 1000엔 정도 하는 데에 비해 모든 메뉴가 700엔으로 저렴했다.



나는 가장 기본인 鳥だく(토리다쿠)를 주문했다.

( 사실 주문은 가게 안에 들어오기 전에 한다. )

라멘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 봤다.

작은 가게이지만 깔끔했다.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계산을 할 때마다, 자리에 앉고 일어날 때마다

라멘야만의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로 가게의 직원들은 '이랏샤이마세-'와 '오오키니-'를 크게 외쳤다.

손님이 많고 회전율이 빠른데도 불구하고 청결했고, 가게 안에서 부터는 더 기다리거나 하는 불편함이 없었다.

한쪽에는 곡케이 컵라면도 전시되어 있었다.


드디어 라멘이 나왔다...!



와! 이건 본 적이 없는 비주얼이야!!!

혼자서 감탄을 하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내 옆에 앉은 라멘 동호회에서 만난 것 같은 커플은 들어오기 전 같이 줄을 서 있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프로의 향기를 풍기더니,

라멘이 나오자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조용히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라멘 프로가 아니기에 일단 사진부터 찍었다.


그리고 면을 국물에 푹 담궈서 한 입 먹었다.

와... 진짜 절로 감탄이 나온다.

먹어 본 적이 없는 식감이다. 정말 진한 국물이다.

백숙 국물과 비슷할 정도의 깊은 닭 육수지만, 그보다 더 진하고 강렬하다.



한 입 먹고 그 도로도로함에 너무나 감탄해서 사진을 더 찍었다.

국물도 국물이지만 면이 국물과 너무 잘 어우러져서 계속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위에 올라간 파 고명도 입맛을 잡아주는 데에 한 몫했다.

보기에는 느끼해보이는데 오히려 먹을 수록 개운하다.

이런 마성의 라멘이 있다니!!!


내가 여태껏 먹었던 라멘 중에 가장 맛있었던 라멘은 삿포로 라멘 요코초의 '버터콘 미소 라멘'이었다.

그 라멘도 전형적인 라멘은 아니지만, 어쨌든 비교적 전형적인 라멘 중 가장 맛있었다.

그런데 이건 퓨전 신세대의 라멘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젊은이들의 라멘이다.

진짜 맛있다.  


아부라 소바나 츠케멘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국물을 선호해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리는 게 아깝지 않은 맛이다.



라멘을 먹은 뒤에는 부른 배로 행복하게 걸어서 헤이안 진구(헤이안 신궁)에 갔다.


곧 신년이기도 하고,

며칠 뒤에 한국에 잠깐 가니까 그 때 가족에게 전해줄 오마모리(부적같은 것)를 살까해서 일부러 찾아 갔다.

막상 사려고 이것 저것 보고 있는데,

이왕 사는 거 신년에 소원 빌러 신사 갔을 때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안 사고 그냥 나왔다.


다시 가와라마치 역까지 걸어 오니 4시가 넘었다.

추운 날씨에 꽤 오래 걸었더니 완전히 지쳐버렸다.



오늘의 여행으로 내가 조금 더 즐거워졌다고 할 수 있을까?


꽤나 즐거워졌다.



 

만박기념공원에 있는 엑스포시티에 가면 컨트리팜 팩토리(カントリーマアムFACTORY)가 있다. 여기서 파는 슈를 먹어봤는데 가격에 비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 컨트리팜이 그냥 제과점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같은 이름의 유명한 과자가 있었다!!
맛과 디자인이 다양하지만 일단 기본으로 사봤다. 뒤에 설명서를 보니 전자렌지에 30초 정도 돌린 후에 먹어도 되고, 오븐에 60초 정도 구운 후에 먹어도 된다고 써져 있다. 

일단은 그냥 먹어봤다.
맛있어....♡
나는 코코아 맛 보다는 바닐라 맛이 입에 맞았다. 그치만 코코아 맛도 맛있다. 마가레트와 비슷하면서도 더 꾸덕하고 초코칩 쿠키보다 깊은 맛....♡

아침에 또 먹었다. 이번에는 오븐에 60초 구운 후 먹었다. 조금 더 바삭한 쿠키에 가까워졌다. 아 이것도 맛나...
저녁 때는 전자렌지에 돌려 먹어봐야지~

학교 축제 (学園祭、 가쿠엔사이)가 있던 일요일 점심, 일본인 친구가 팔고 있다는 베이비카스테라를 사 먹기 위해 학교에 갔다.

타코야끼 기계에 카스테라 반죽을 넣고 만든 카스테라는 먹을 만은 했지만 맛있는 건 아니었다...ㅎㅎ그래서 점심을 맛있는 걸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학원제 기간이다보니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팔고 있는 음식이 많았지만, 모처럼 외출이니 간식말고 제대로 된 음식점에 가고싶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타베로그에서 주시하고 있었던 카레 맛집 "タンダーパニー"에 갔다.
내가 제일 즐겨 먹으면서도 좋아하는 음식이 카레인데, 일본에는 한국보다 다양한 카레가 있어서 좋다. 물론 고기가 주 재료로 쓰이는 카레가 많아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ㅠㅠ

겉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건물 구조가 신기하다. 밖에서 봤을  때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넓어보였다. 가로로 길쭉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가게 내부로 들어가면 밖에서 보기보다는 좁다. 좌석은 주방과 연결된 바 (Bar) 밖에 없다. 그래서 8명 정도 앉으면 만석이다. 신기한 가게다.

메뉴는 딱 하나. 치킨 카레! 다만 소, 보통, 중, 대, 특대 사이즈가 다양하다. 런치세트도 있었지만 나는 그냥 치킨카레 보통 사이즈를 시켰다.

주문을 하면 이렇게 과일 샐러드를 먼저 가져다 준다. 채소 샐러드가 아닌 과일 샐러드를 주는 게 특이했다. 새콤달콤한 과일이 입맛을 돋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양파 채를 한가득 주는데 원하는 만큼 넣어 먹으라고 한다. 나는 양파를 워낙 좋아해서 가득 올려 먹었고, 같이 간 친구는 양파를 싫어해서 한 입도 먹지 않았다ㅋㅋ자유롭게 넣어먹을 수 있는 건 이래서 좋다ㅋㅋㅋㅋ

드디어 카레가 나왔다!
역시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의 인도 카레다. 이 깊은 맛은 한국의 맛과는 매우 다른 향신료의 깊은 맛이다. 여기에 갈 때 쯤에 <향신료의 역사>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결국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 거기서 본 강하게 느껴지는 향신료의 맛이 식욕을 돋군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양이 많은 편이 아니라 식당에 가면 음식을 남기고는 하는데, 이 카레는 바닥까지 깨끗히 먹었다.

오랜만에 먹은 인도 카레! 맛있었다~
간다이마에 앞은 대학가 답게 카레집이 꽤 많다. 다음에 다른 곳도 가보고 비교해야지.
튜터인 후타바 상이랑 우메다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후타바 상은 교토에 살면서 간사이 대학 타카즈키 캠퍼스까지 통학을 하기 때문에 늘 우메다에서 환승을 하는데, 얼마 전 생긴 덴푸라 가게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나는 진보초에서 먹었던 덴푸라정식을 생각하며 며칠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한국의 '튀김'과 일본의 '덴푸라'는 전혀 다르다. 사용하는 재료도 가리비나 생선 같은 해산물 같은 고급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특히 그 자리에서 바로 튀기는 경우에는 따뜻하면서 튀김 옷이 얇아서 정말 맛있다. 

오늘 찾아간 곳은 天ぷらまきの(덴푸라마키노) !

가게의 외관은 이러하다. 한큐 우메다 중앙출구에서 찾아가면 바로 나오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저녁 6시에 갔는데 손님은 적당히 많았고, 연령대도 다양했다. 3좌석 정도가 남아 있었다.

새로 생긴 가게라서 일단 깔끔했다. 우리는 바로 안내 받았다.

내가 주문한 건 오스스메 정식.
주문하고 얼마 안 있어서 밥과 미소시루가 나오고, 좀 더 기다리면  야채 튀김부터 튀겨서 주방에서 바로 그릇으로 옮겨준다.

가장 먼저 나온 야채 튀김과 그 다음 차례대로 가지 (나스) 튀김, 단호박(카포차) 튀김. 난 가지를 채소 중 가장 좋아하는데 얼마 전 마트에서 샀던 가지 튀김에는 실망했었다. 눅눅하고 맛도 없고 질겼다. 그런데 여기의 가지 튀김은 제대로 된 가지였다!

야채를 다 먹고 나니 나온 해산물 튀김들. 원래는 오징어 튀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엄청 맛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아직도 이름을 모르는 납작한 생선 튀김! 난 해산물 튀김 중에는 이걸 제일 좋아한다. 비록 이름은 모르지만....


다 먹고 나서는 일본 식당답게 따뜻한 차가 나왔다. 기름진 걸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니 입이 깔끔해진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앞으로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덴푸라 정식'이라고 대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묻는다면 그 때 그 때 너무 달라서 대답 못 한다. 행복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느끼는 거라서 '평균적으로 언제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은 어색하다.

하지만 가장 평안한 시간이라면 주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아침에 조깅을 한 뒤 아침을 먹으며 책을 읽는 8시 즈음 "

이 때가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보낸 하루에 대한 미련이 남는 저녁보다 더 여유롭고 느긋한 시간이다. 앞으로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천하무적이 되어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 아침에는 조깅을 하다가 미나미센리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11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신작이 발표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800엔 (세금 불포)크리스마스 블렌드 오리가미 커피를 사고 테이블 매트를 받았다. 주로 책상에서 밥을 먹기 때문에 테이블 매트가 갖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다.

따뜻한 커피에 모닝빵과 버터, 그리고 《향신료의 역사》를 읽으며 보낸 아침.

1.

'매일 일기를 써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양도 질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생각이 나는 날에는 일기를 쓰고 있는데 내용이 실하지가 못하다. 그 날의 일을 기록하는 것도 아니고 반성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기를 쓰자'라고 했던 내 다짐을 지키기 위해 검은 색 펜으로 글자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일기 쓰기가 재미 없어졌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배우 사카이 마사토의 에세이를 읽고 나서다.

시사 일본어사 기사를 쓰기 위해 사카이 마사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그의 에세이를 몇 편 읽었다.

'에세이'라기 보다는 '일기'라고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길이도 짧고, 글을 쓰면서 본인의 감상을 정리한 글이라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촬영할 당시에 쓴 글이 인상깊었다.

'배우' 역할을 맡은 배우로서 '배우'라는 직업군에 대한 생각을 쓴 것인데, 본인의 생각이 가감없이 명료하게 드러나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배우'라는 직업을 '정말로 특징이 없는 직업'이라고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여기에 있다고 정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손으로 쓰든, 컴퓨터를 사용하든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는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했었다.

사카이 마사토가 말하는 것처럼 '무엇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써내려가보자.

되도록 진실되게.

그러다 보면 알맹이가 실한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올거다.



2.



요즘 내 생활의 최대 이벤트는 역시 콘비니 아르바이트다.

일본에서 생활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본어에 능숙한 것도 아니면서 용케도 일자리를 구했다.

주 3회, 3시간 씩 밖에 일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게 어렵다. 특히 의사소통이 잘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 큰 부담이다.

지난 주 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점장님의 배려로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

아침 시간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손님은 없다.


그렇게 조금 적응해가나 싶을 쯤에 사고를 쳤다.

이번 주 근무 요일이 월, 목, 금요일인데 잘못 듣고 목요일과 금요일만 근무하는 날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제인 월요일 아침에 제 시간에 일을 하러 가지 않았다.

6시부터 근무 시간인데, 그 때 나는 자고 있었다. 6시 1분 쯤에 점장님의 전화를 받고 일어나서 급하게 준비를 하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앞 근무자에게도 미안했고, 일본어에 서투른 나를 뽑아주고 친절하게 알려주신 점장님에게도 죄송했다.

도움은 못 될 망정 이리저리 폐만 끼친다.


일본어로 발표를 해야 하거나,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등등 유창하게 일본어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무능력함을 느낀다.

늘 똑부러지게 일을 처리한다는 소리를 듣던 나였는데, 여기에 와서는 모든게 서툴고 어색하다.




3.




일본 컵라면 추천!!!

이온몰에서 장을 보다가 새로운 컵라면이 보이길래 사왔다.

사실 컵라면은 칼로리가 부담되어서 잘 먹지 않게 된다.

아직도 야끼소바 컵라면을 한 번도 못 먹어봤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닛신에서 출시한 <컵 누들 라이트+>

토마토 크림 맛과 라따뚜이 맛이다.

하나에 198칼로리 밖에 안 한다.


보통 이렇게 다이어트를 위한 음식에는 맛은 별로 기대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일본에 와서 산 '칼로리 제로'라든가 '라이트'라든가 이런 다이어트 문구로 광고 하는 음식들의 맛은 모두 만족스러웠다.

버터도 그렇고 카레도, 그리고 이 닛신 컵누들도!!!


특히 라따뚜이는 국물 맛이 최고였다...!


다이어트 음식이 맛있는 일본 좋아요...ㅎㅅㅎ



1.

지난 주 수요일부터 개강이었지만, 목요일이 추분으로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사실상의 개강은 어제인 월요일부터였다.

7월, 8월 그리고 9월까지 자그마치 3달을 연속해서 수업이 없다가 등교해서 강의를 들으려니 어색하다.

마치 수능을 보고 정신 없이 놀다가 첫 대학교 강의실에 들어가는 기분 같다.


일본어 강의는 기숙사 친구들과 같이 듣는데에다가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다.

Contemporary Japan이라는 강의도 있는데 프레젠테이션 강의다.

일본어로 발표를 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시험이 없고 과제도 어려운 것은 없어보여서 좋다.


문제는 역시 전공인 심리학이다. 아직 사회심리학 밖에 듣지 않았지만, 유학생이 듣는 강의가 아니기 때문에 교수님의 말이 또박또박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다. 일본어로 된 사회심리학 전공 서적을 1620엔 주고 사고 나니, 예습과 복습을 안 하면 정말 못 따라 가겠구나라는 생각에 압박감이 느껴진다.


오늘은 인지 심리학 수업을 처음으로 듣는다. 조금 설레면서도 무섭다.



2.

급식을 먹던 학창 시절 이후로, 그러니까 스스로 식사를 챙겨야 하게 된 이후로 생활에서 가장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은 역시나 '밥'이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저녁은, 내일은, 칼로리는, 고기는 없는 식단으로, 누구랑... 등등 밥을 먹는 데에 수많은 선택들이 필요하다.

'선택 장애'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잠시 중단했었던 채식(나의 채식은 유제품, 달걀, 생선은 먹지만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이다)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선택 장애를 심하게 겪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어려운 건 역시나 어렵다.


식재료를 냉장고 안에 쌓아 두는 것이 부담스럽다.

내 변덕스러운 성격 상 오늘 산 것이 내일 먹고 싶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그 때 먹을 것은 그 때 사도록 한다.

그래서 밥, 빵, 야채, 달걀 할 것 없이 묶음으로 파는 것들은 사기가 꺼려진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레토르트 식품이 나오는 거다.

밥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레토르트 밥은 4개 묶음을 사서 보관해둔다.

식사에는 국물이 있어야 배가 부르기 때문에 레토르트 수프와 레토르트 미소 된장국도 구비해두었다.

가끔은 세 묶음 짜리 낫토도 구매한다.


물론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런 나의 식단에 메인은 카레다.

카레에 있어서 만큼은 마음이 너그러워 진다. 아직 많이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동안 먹은 카레들이다.



최근에 빠진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100칼로리 시리즈의 카레다.

광고 문구대로 맛이 있는데 100칼로리 밖에 안된다.

크림 카레는 너무 묽어서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하야시 카레는 맛있었다.



매운 게 먹고 싶어서 고른 카레인데, 하나도 맵지 않아서 실망했다.

일본에서 '맵다'고 광고 하는 것 중에 매운 음식이 없었다...



이게 내가 먹었던 것중 가장 맛있었던 카레!!

다이소에서 다른 물건들을 사다가 별 기대 안하고 산 카레인데 정말 맛있었다.

토마토 가지 카레인데, 도쿄의 와사비 게스트 하우스에서 먹었던 카레와 비슷한 맛이 났다.

다음에 또 사먹어야지~



가장 처음 사먹었던 카레이자, 가장 맛 없었던 카레다.

일부러 매운 맛을 고른 거였는데, 실망했다.

매운 맛도 없고 심지어 맛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카레를 안 먹은 지 3일 정도 되었다.

오늘은 카레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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